트럼프 압박 속 애플, 디트로이트에 ‘애플 제조 아카데미’ 개설

트럼프·팀 쿡 텍사스 공장 방문

애플(Apple Inc.)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시내제조 혁신 교육기관인 ‘애플 제조 아카데미(Apple Manufacturing Academy)’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내 고용 창출을 지속적으로 압박해 온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2025년 7월 29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오는 8월부터 미시간주립대학교(Michigan State University·MSU)와 협력해 중소·중견 제조기업을 위한 인공지능(AI)·스마트 제조 워크숍을 운영한다. 애플은 “차세대 미국 제조 인력을 훈련하겠다”고 밝혔으며, 애플 엔지니어들도 직접 강사로 참여한다.

애플 로고

애플은 매년 수천만 대의 정교한 하드웨어를 전 세계 공급망에서 생산하며 ‘가장 존경받는 하드웨어 기업’으로 꼽힌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관세로 인해 제조 비용 상승 압박을 받고 있어, 애플은 미국 내 투자를 강조하는 전략을 택했다.

사비 칸(Sabih Khan),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기업이 스마트 제조를 도입해 놀라운 기회를 열 수 있도록 지원하게 돼 기쁘다.”


애플은 올해 2월 “향후 5년간 5,000억 달러 이상을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공언하며, 디트로이트 제조 아카데미 설립 계획을 처음 공개했다. 동시에 텍사스 휴스턴에서 AI 서버를 조립하고, 애리조나에 위치한 TSMC 반도체 공장으로부터 칩을 구매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애플의 계획을 환영했지만, 이후에도 아이폰 생산을 미국 내로 이전하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 아이폰 조립은 비용 부담이 크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지적한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은 팀 쿡 애플 CEO에게 “인도에서 아이폰을 만드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트럼프 대통령: “친구여, 내가 당신에게 매우 잘해줬다. 당신이 5,00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하지만, 이제 보니 인도 곳곳에 공장을 짓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인도에서 만들지 말라.”

MSU-Apple 아카데미

애플은 제조 아카데미 외에도 소프트웨어 개발자 아카데미를 전 세계 18곳에서 운영 중이다. 브라질·인도네시아·사우디아라비아·한국 등 정부와의 협력이 필요한 지역이 주 무대다. 미국 내 개발자 아카데미는 디트로이트가 유일하며, MSU에 따르면 연간 약 200명이 수강한다.

이번 제조 아카데미는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해 중소기업이 생산 라인을 자동화하고, AI·머신러닝을 활용한 품질 관리 기술을 도입하도록 돕는다. 일부 과정은 올해 말부터 가상(virtual) 방식으로도 진행될 예정이다.


● 용어 풀이
스마트 제조는 로봇,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AI 등을 활용해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차세대 제조 방식을 의미한다. 아카데미(academy)는 정규 학위보다는 현장 실무 교육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으로, 기업·대학 협업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 전망과 시사점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미국 중서부 제조업 르네상스를 견인할 가능성을 높게 본다. 디트로이트는 과거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였으나 2000년대 이후 침체를 겪었다. 애플이라는 글로벌 브랜드가 제조 혁신 교육과 고급 일자리를 공급함으로써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한 정치적 리스크를 줄이려는 애플의 전략적 행보로도 해석된다.

다만 아이폰 완제품 조립이 미국에서 이뤄질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다. 중국·인도 등 대규모 공급망이 갖춰진 지역과 비교해 인건비·부품 네트워크·물류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향후 관세 정책, 노동시장 여건, 반도체 공급망 재편 결과가 애플의 생산 포트폴리오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