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결론에 이르지 못한 가운데, 정책 결정자들은 이달 말 열리는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있다. 최근 통계가 새로운 물가 상승 징후를 보여 주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차입 비용을 낮추라는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2025년 7월 18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해임할 수 있다는 의사를 비쳤으나, 그로 인한 시장 교란 가능성을 의식해 일단 유보했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 드라마에도 불구하고 연준의 정책금리 전망은 사실상 변함이 없다.
연준 위원들은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고 언급한 적은 없지만, ‘파월 해임 임박’이라는 언론 헤드라인은 미 국채 수익률을 끌어올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저금리 환경과는 거리가 있는 움직임을 촉발했다.
연준은 정부 차입 비용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물가 안정을 임무로 한다. 시장은 7월 29~30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가 4.25%~4.50% 범위로 동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마지막으로 금리를 내린 뒤, 트럼프 대통령이 1월 백악관으로 복귀하자마자 부과하기 시작한 수입 관세가 물가에 미칠 가능성을 정책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연내 재차 인하 가능성은 살아 있다. 투자자들은 9월 회의에서 0.25%포인트 인하를 기대하고 있으나, 이번 주 확률은 50 대 50 수준으로 낮아졌다. 6월 CPI가 전월 2.4%에서 2.7%로 상승한 탓이다. 한동안 하락세를 보여 온 상품 가격이 반등하면서 관세 비용 일부가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신호가 포착됐다.
파월 의장과 다수의 연준 위원은 올여름 물가 상승 속도가 빨라질 것
이라고 전망해 왔다. 그들은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진행 중이며 얼마나 지속될지, 그리고 경기 둔화가 물가 압력을 완화할 정도로 나타날지를 확인할 때까지 성급한 추가 인하를 자제한다는 입장이다.
FOMC는 9월 회의 전까지 고용 지표와 물가 지표 두 번을 더 받게 된다. 투자자와 트럼프 행정부는 7월 30일 파월 의장 기자회견의 표현 수위를 통해 그 시점의 인하 가능성을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위원들이 다음 회의 전 ‘블랙아웃 기간’에 들어가기 직전 발표된 마지막 발언에서도 초점은 인플레이션에 맞춰졌다. 6월 CPI 상승은 주로 수입 상품 전반에서 가격이 뛰었음을 보여 줬다.
연준 이사인 아드리아나 쿠글러는 “무역과 관세 이슈가 지금은 미국 경제 전망의 핵심 동인”이라며 “물가 압력이 쌓이고 있는 만큼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심리를 억제하기 위해 당분간 금리를 동결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관세 정책으로 상승 압력이 커지는 만큼 올해 후반에도 추가적인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며 긴축적 통화정책 유지가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을 고정하는 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파월 의장 교체 후보로도 거론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같은 날 열린 뉴욕대 머니 마키티어스(Money Marketeers) 연설에서 의견을 달리했다. 그는 경기 둔화
가 임박했고, 관세발 인플레이션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2주 뒤 회의에서 즉각 인하를 재차 촉구했다.
월러 이사는 “물가가 목표 수준 부근에 있고 상승 위험이 제한적이라면, 노동시장이 악화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금리를 내리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 ‘전환점(Inflection Point)’ 논란
연준은 2022년 역사상 가장 가파른 속도로 금리를 올려 팬데믹 이후 급등한 물가를 진정시켰다. 그 결과 지난해 가을에는 2% 목표에 근접해 간다고 판단해 4개월 동안 세 차례 인하를 단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캠페인에서 고물가 비판을 핵심 슬로건으로 내걸고, 자신이 집권하면 가격 자체를 낮추겠다고 약속하면서도 동시에 관세 인상을 공언했다.
취임 시점에도 미국 경제는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확장 국면이었고 노동시장 역시 타이트했다. 관세는 세금과 마찬가지로 이론상 일회성 가격 효과에 그친다고 해도, 직전까지 고물가를 경험한 상황에서는 지속적 인플레이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연준 내부에 퍼졌다.
관세를 물가 상승 요인이자 인하 지연의 근거로 삼는 연준의 태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샀다. 그러나 6월 CPI를 통해 확인된 목표치 상회 물가는 연준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음을 보여 주었다.
쿠글러 이사는 향후 발표될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6월에 2.5% 상승하고,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는 2.8%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5월보다 높은 수준이다.
애틀랜타 연은의 라파엘 보스틱 총재는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전환점에 서 있을 수 있다”며 “상품의 거의 절반이 연율 5% 이상 상승했다. 이는 1월의 두 배”라고 설명했다.
보스틱 총재는 “헤드라인 물가는 목표에서 멀어지고 있다”며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의 상승”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 내부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가격 압력은 실질적”이라고 밝혔다.
연준이 6월에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위원들은 연말 PCE 물가가 3%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기준금리를 연내 0.5%포인트만 인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1%포인트 인하에 훨씬 못 미친다.
어느 누구도 트럼프 대통령의 급진적 구상을 공개 지지하지 않고 있다. 신중론이 여전히 우세하다.
뉴욕 연은의 존 윌리엄스 총재는 “관세 효과가 완전히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면서 “지금은 집계 지표에서 관세의 영향이 크지 않지만, 앞으로 몇 달 사이 확대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 용어 간단 설명
1 ‘블랙아웃 기간’은 FOMC 정례회의 전 10일가량 동안 위원들이 대외 발언을 자제해 금융시장의 혼선을 막는 관례다. 2 소비자물가지수(CPI)는 가계가 구입하는 상품·서비스 가격 변동을,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기업과 가계 지출을 모두 반영한다. 연준은 PCE를 공식 물가 목표 지표로 삼는다. 3 ‘머니 마키티어스’는 1946년 설립된 뉴욕 기반 금융시장 전문가 모임으로, 정책 결정자 연설 장소로 자주 활용된다.
※ 본 기사는 인플레이션, 관세 정책, 그리고 연준의 통화정책 전망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현재 금융시장 상황을 심층 해석하며, 향후 정책 방향성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