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은 누구에게나 달갑지 않은 존재”라는 통념은 미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러한 국민적 반감을 자산 삼아 소득세를 전면 폐지하고 관세(tariff)로 재정을 충당하자는 구상을 공개적으로 제시해 왔다. 그는 “관세만으로도 미국을 충분히 부유하게 만들 수 있다”며 ‘세무서와 작별’을 선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관세란 해외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실질적으로는 수입업자가 납부하지만 결국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는 구조다.
2025년 8월 2일, 나스닥닷컴에 실린 GOBankingRates 기사는 “트럼프가 소득세를 없앤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질문을 OpenAI의 ChatGPT에 던진 뒤, 인공지능의 답변을 네 가지 핵심 쟁점으로 정리했다. 그 내용은 헌법적 가능성, 예산 현실, 경제·사회적 파급효과, 그리고 국민 생활 수준 변화 전망으로 구분된다.
“결론적으로 말해, 현행 제도에서 소득세를 폐지하려면 입법부(의회) 차원의 초당적 개헌 수준이 필요하며, 관세만으로 부족한 예산을 메우기 위해서는 관세 수입을 20배 이상 증대해야 한다.” — ChatGPT
1. 헌법적 가능성: 16차 수정헌법의 장벽
ChatGPT는 먼저 헌법 16차 수정 조항(1913년 제정)을 들어 행정명령만으로는 소득세 폐지가 불가하다고 단언한다. 16차 수정헌법은 연방정부가 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는 명시적 권한을 규정하고 있다. 이를 무효화하거나 폐기하려면 연방 상·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거친 뒤, 50개 주 가운데 4분의 3 이상이 비준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초당적 합의’ 없이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미다.
※ 용어 설명: 16차 수정헌법은 개헌 절차를 통해 최초로 연방 소득세를 정당화한 규정이다. 미국 이전 헌법 체계에서는 연방이 직접 소득세를 부과하려면 각 주 인구 비례로 배분해야 했으나, 16차 수정으로 이러한 제약이 사라졌다.
2. 예산 현실: 관세 수입 20배 확충 가능할까
미 초당정책센터(Bipartisan Policy Center)에 따르면, 2023 회계연도 기준 연방 세수의 49%는 개인 소득세(약 2조2천억~2조4천억 달러), 11%는 법인세(약 4,600억~5,300억 달러)가 차지한다. 두 항목을 합치면 전체 재정의 60%다. 반면 관세 수입은 ChatGPT가 인용한 NPR·PBS·Politico 자료를 종합할 때 연간 800억~1,005억 달러 수준에 그친다.
소득세 및 법인세로 거둬들이는 2.7조 달러가 사라지면, 현행 관세 수입을 20배 이상 확대해야 균형이 맞는다. ChatGPT는 “사실상 모든 소비재·에너지·첨단 기술·산업재에 고율 관세를 매겨야 하며, 이는 물가 급등과 무역전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한다.
3. 경제·사회적 파급효과: 누구에게 이득이고, 누가 손해보나
ChatGPT는 ‘장점’도 언급한다. 4월 소득세 신고 시즌이 사라지면 납세자 행정 부담이 줄고, 소득 대비 소비 비중이 낮은 고소득층이나 소비 규모가 축소된 은퇴자에게는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세·판매세는 역진적(regressive)이라는 점이 더 크게 부각된다. 저·중소득층은 소득 중 지출 비중이 높아, 동일한 상품 구매가 상대적으로 무거운 세 부담으로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소득 불평등이 확대되고, 정부 재원 부족으로 메디케어·메디케이드 등 사회안전망과 국방 예산에 대규모 삭감이 불가피하다.
ChatGPT는 “대다수 주류 경제학자 견해에 따르면 고율 관세는 물가 상승, 효율성 저하, 고용 악화를 초래한다”며 “소득세 폐지는 공공재정 불안을 키우고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4. 생활수준 전망: ‘모두가 부자가 된다’는 환상
트럼프 전 대통령은 “1870~1913년 무소득세·고관세 시대가 미국의 ‘황금기’였다”고 주장한다. 그는 2025년 4월 15일 Fox Noticias 인터뷰에서 “당시 우리가 가장 부유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Digital History 자료에 따르면 1877년 도시 노동자 평균 연소득은 738달러(현재 가치 약 22,594달러)에 불과했다. 주 60시간 노동에 시급 0.20달러(현재 6.12달러)로, 1,000명 중 939명은 사망 시 물려줄 자산이 없었다. 이처럼 격차·빈곤·부의 집중이 두드러진 시대를 작가 마크 트웨인은 ‘도금시대(Gilded Age)’라 부르며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부패했다”고 꼬집었다.
결국 ChatGPT는 “모두가 더 부유해질 것이라는 주장은 ‘강력한 부정’”이라고 강조한다. 세제 구조가 뒤집히면 고소득층 이득은 늘고 저소득층 부담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 시각과 종합 평가
기자는 ChatGPT 분석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통찰을 제시한다.
첫째, ‘세금 구조 개편’은 포퓰리즘 구호가 될 수 있지만, 헌법·재정·무역 체제 전반을 아우르는 복합적 과제다. 둘째, 역진적 세목 강화를 통한 재정 충당은 사회의 각종 안전망을 위협할 수 있다. 셋째, 고율 관세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미국 내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동맹국과의 긴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궁극적으로, 소득세 폐지 논의는 ‘세금이 불편하다’는 직관적 호소력에도 불구하고 객관적 재원 조달 시나리오와 사회적 형평성을 동시에 충족하지 못하면 실현 가능성이 극히 낮다. 미국 유권자와 정책 결정자는 단순 구호보다 재정 지속가능성과 불평등 완화에 초점을 맞춘 구체적 대안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