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영, 2,000억 달러 ‘약속 투자’…실질 효과는 여전히 물음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틀간 영국 국빈 방문약 2,000억 달러(1,500억 파운드) 규모의 대규모 대(對)영국 투자 약정으로 이어졌지만, 해당 자금이 실제로 어떤 성과를 낼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2025년 9월 19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윈저성 만찬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의 회담을 포함한 국빈 일정을 마치고 떠난 직후 영국 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의 외국인직접투자(FDI) 패키지를 공식 발표했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블랙스톤(Blackstone)과 물류 부동산 전문기업 프롤로지스(Prologis)가 새롭게 참여하면서 이번 국빈 방문 동안 발표된 총 투자 약정액은 1,500억 파운드(2,040억 달러)로 확대됐다. 특히 블랙스톤은 향후 10년간 1,000억 파운드를 영국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혀 단일 기업 기준 역대 최대 투자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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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2028년까지 300억 달러를, 엔비디아(Nvidia), 알파벳(Alphabet), 오픈AI(OpenAI), 세일즈포스(Salesforce)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및 데이터센터 건설에 초점을 맞춘 추가 투자를 약속했다.

또한 양국 정부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 절차를 단순화하는 양해각서(MOU) 수준의 양자협력 합의를 체결해 핵에너지 개발 분야도 지원하기로 했다.

경제적 파급효과와 구조적 한계

옥스퍼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의 수석 영국 담당 이코노미스트 앤드루 굿윈(Andrew Goodwin)은 “이번 투자 계획은 영국이 AI 개발 분야에서 미국과의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경제 전반을 단기간에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고령화 심화, 타 산업 분야의 낮은 설비투자 등 구조적 역풍을 지적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최고경영자도 BBC 인터뷰에서 “AI 투자 덕분에 영국 경제는 향후 5년 안에 큰 도약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실질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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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된 달러는 실제 달러와 다르다”

라며 브리티시아메리칸 비즈니스(BritishAmerican Business)던컨 에드워즈(Duncan Edwards) 대표는 CNBC ‘Squawk Box Europe’에서 투자 약정 금액이 실제로 집행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리미어 마이튼(Premier Miton) 글로벌 인프라 소득펀드를 운용하는 짐 라이트(Jim Wright) 역시 “데이터센터 확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제약은 전력 요금과 공급능력”이라며, 영국의 전기요금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환기했다. 그는 “해결책 중 하나가 원자력이지만, 상업적 가동까지는 최소 10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hyperscale datacenter)’란? 수만 대 이상의 서버를 수용해 대규모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뜻한다. AI 모델 학습과 실시간 서비스 제공에 필수적인 인프라이며, 막대한 전력과 냉각 설비를 필요로 한다.

자누스 헨더슨(Janus Henderson)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리처드 클로드(Richard Clode)는 “영국 자본시장의 매력이 예전 같지 않은 만큼, AI 투자 결실 대부분은 미국 기술기업들이 직접 혹은 인수합병을 통해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전통적인 영국 강점 산업인 제약·엔지니어링·헬스케어 부문은 AI 역량 강화에 따른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시각: ‘특별 관계’의 재해석

필자는 이번 대규모 투자 발표가 ‘영·미 특별 관계’라는 수사적 표현을 경제적 실리로 전환하려는 양국 정부의 의지를 드러낸다고 본다. 다만, 투자금이 실제 집행되지 못하거나 시설 인허가, 인력 부족, 에너지 병목 등 전통적 장애물에 부딪힐 경우 정치적 이벤트에 그칠 위험도 상존한다. 결국 실행력이 특효약이 될 것이며,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규제 완화와 인프라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방영 기간 동안 발표된 2,000억 달러 규모의 ‘약속된’ 자본은 영국 경제에 분명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실제 유입 규모와 속도, 그리고 에너지·인프라 병목 해소 여부가 향후 AI·핵에너지 분야에서 ‘AI 초강국’ 도약 가능성을 가를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