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약가 인하 압박…유럽 제약주 일제히 하락

[유럽 제약업계 긴장 고조]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7개 글로벌 제약사에 약가를 낮추라는 서한을 발송하자, 1일(현지시간) 유럽 주요 제약사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2025년 8월 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각 회사가 미국 저소득층 의료지원 프로그램인 메디케이드(Medicaid) 가입자에게 ‘가장 혜택이 큰 국가(Most-Favoured-Nation·MFN) 가격’을 적용하도록 요구했다. 또한 신규 출시되는 의약품에도 동일한 가격 보장을 오는 9월 29일까지 서면으로 확약하라고 시한을 못 박았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프랑스 사노피,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GSK, 독일 머크 KGaA,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 주가는 장 초반 약 1%에서 4%까지 하락했다. 특히 노보 노디스크는 이번 주 초 체중감량 치료제 위고비(Wegovy) 판매 부진 전망과 최고경영자 교체 여파로 28%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추가로 4% 떨어져, 시가총액 약 700억 달러가 증발했다.

같은 시간(07시 31분 GMT) 유럽 헬스케어 지수는 전일 대비 1.4% 내려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은 이미 미·EU 무역협정 관세 위험(손실 규모 130억~190억 달러)으로 압박을 받아온 제약 업계에 또 다른 변수를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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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를 통해 미국 내 약가를 해외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MFN 가격이란 다수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거래가격을 뜻하며, 동일 또는 유사 제형의 약품을 가장 저렴하게 판매한 국가 수준으로 맞추라는 의미다. 미국 제약 가격은 OECD 평균 대비 2배 이상 높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시장 반응·전망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는 제약사들을 수세로 몰고, 관세 리스크까지 겹친 업종에 또 다른 불확실성을 더했다.” – 바수 메논(OCBC 투자전략 총괄 이사)

바수 메논 이사는 ‘기업들이 대응 의지를 보이더라도, 트럼프가 실제로 위협을 철회할지는 불투명하다’면서 정책 변동성이 주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로비스트와 일부 애널리스트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미국 내 가격을 내릴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이번 서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5월에 서명한 의약품 가격 인하 행정명령의 연장선으로, 해당 명령은 다국적 제약사가 미국보다 값싸게 판매하는 국가 가격에 맞춰야 한다고 규정한다. 행정명령 이후 제약사들은 판매 전략 수정에 나섰다.

스위스 로슈는 지난주 ‘미국 정부와 협력해 처방약을 소비자 직판(Direct-to-Consumer) 방식으로 공급해 환자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유통 구조 단순화로 추가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번에 서한을 받은 미국 제약사에는 화이자, 존슨앤드존슨, 일라이 릴리, 미국 머크 등이 포함됐다. 일부 회사는 ‘정부와 협력 의사가 있다’며 원론적 입장을 내놨으나, 구체적 가격 인하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전문가 해설: 약가 규제의 파급 효과

글로벌 제약사가 메디케이드 납품가격을 인하하면, 민간 보험 및 기타 정부 프로그램에도 도미노식 가격 조정 압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제약사 실적 악화, 장기적으로는 연구개발(R&D) 투자 축소’를 우려한다. 약가가 하향 고정되면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소비자 단체와 일부 보건경제학자는 ‘글로벌 최고 수익을 올리는 상위 제약사들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30% 이상’이라며, 약가 인하가 R&D를 심각하게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을 제기한다.

현재 미국 의회는 초당적 지지를 받는 약가 투명성 법안을 검토 중이다. 만약 입법화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과 시너지를 내면서 글로벌 의약품 가격 구조에 구조적 변화를 촉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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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좋은 용어

메디케이드(Medicaid)는 미국 연방 및 주 정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저소득층 의료보조 프로그램으로, 총 가입자는 약 8,700만 명(2025년 기준)에 달한다. 소득·자산 기준이 충족되면 병원 진료·의약품·요양 서비스 비용을 정부가 대폭 지원한다.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은 대통령이 의회의 입법 과정 없이 행정기관에 직접 명령을 하달하는 제도로, 효력은 법률과 유사하나 사법부 판단이나 후속 입법으로 제한·철회될 수 있다.

끝으로, MFN 가격 제도는 국가 간 최혜국 대우(Most-Favoured-Nation) 개념을 차용해, 한 국가 또는 시장에 제공한 최저 가격을 다른 국가·소비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하도록 요구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