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과의 무역 협상 과정에서 기존 10% 수준으로 거론되던 관세를 최소 15~20%로 올려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협상 전략을 한층 강화한 조치로, 자동차를 포함한 핵심 수출 품목을 직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2025년 7월 18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 보도에 따르면, 복수의 협상 소식통*1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EU 측에 최소 15%에서 최대 20%에 이르는 관세율을 새 기준선으로 삼을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수주간 이어진 실무 협상에서 논의됐던 10% ‘베이스라인’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강경 카드로 평가된다.
“미 행정부는 상대가 어떤 양보안을 제시하더라도 상호주의 관세(reciprocal tariff)를 10% 이상으로 맞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라는 미국 측 고위 관계자의 발언도 소개됐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미 25% 자동차 관세 부과 계획을 계속 추진할 의향을 내비쳤으며, EU의 양보안에 대해서도 눈에 띄는 호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EU 무역 담당 집행위원 마로시 셰프초비치(Maroš Šefčovič)는 최근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측과 면담했으나, 18일 열린 EU 대사단 브리핑에서 “전반적 분위기가 낙관적이라 보기 어렵다”는 비관적 평가를 내놨다. 그는 25% 자동차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자동차 주력국의 수출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상호주의 관세’다. 상호주의 관세란 상대국이 자국 제품에 매기는 관세 수준만큼 동일·유사 품목에 부과하는 정책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미국산 상품이 해외에서 받는 차별을 끝내겠다”는 명분 아래, 중국·멕시코·캐나다뿐 아니라 동맹국인 EU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해왔다.
미‧EU 자동차 산업 직격 우려
특히 자동차 관세 25%는 BMW·폭스바겐·스텔란티스 등 EU 대표 제조사뿐만 아니라, 미국 내 공장에서 부품을 수입하는 포드·GM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산업계는 “글로벌 공급망이 다시 큰 폭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시장 반응과 파급 효과
독일 DAX 지수와 프랑스 CAC40 지수는 17일(현지시각) 각각 1.3%, 0.9% 하락 마감하며 투자자 불안을 반영했다. 미국 증시에서도 S&P 500 자동차·부품 지수가 장중 1.7% 밀렸다. 외환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선호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고, 유로화는 0.4%가량 약세 압력을 받았다.
전문가 시각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 A씨는 “트럼프 행정부 특유의 ‘보복 관세’ 전략은 협상 막판까지 압박 지렛대로 활용되겠지만, EU 역시 보복 카드가 있다는 점에서 양측이 쉽게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글로벌 투자은행 리포트는 “결국 관세율이 15% 이하로 절충되더라도, 단기적으로 유럽 제조업체의 수익성과 운송 비용에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배경 지식: 관세(Tariff)란?
관세는 국가가 수입 상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거나 무역수지 개선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높을 경우 상대국의 보복 조치를 초래해 무역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 통상 전문가들이 경고하는 부분이다.
향후 일정 및 관전 포인트
EU와 미국의 차기 고위급 협상은 8월 말 브뤼셀에서 개최될 예정이나, 백악관 일정에 따라 변동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장 참여자들은 ▲자동차 관세 최종 부과 여부 ▲상호주의 관세율 명시 여부 ▲디지털세‧농산물 분야 연계 협상 등 추가 이슈에 주목하고 있다.
기자 의견 및 전망
기자가 보기엔, 이번 협상은 단순히 관세율 숫자 싸움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이후 재집권 직후부터 ‘제조업 부흥’을 재차 외치며, 대외 정책에서 정치적 레버리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EU가 과거처럼 부분적 양보로 사태를 봉합하더라도, 고관세 압박은 선거 구호 차원에서 반복될 공산이 크다. 그만큼 국내외 기업들은 ‘관세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관리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1) 소식통(소위 “people briefed on the discussions”)은 공식 보고서가 아닌 협상 내부 보고를 청취한 익명의 관계자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