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물 WTI(서부텍사스산중질유) 선물(티커: CLU25)은 2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전일 대비 2.06%↑인 배럴당 67.1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달 만기 RBOB 휘발유(티커: RBU25) 역시 1.59% 상승한 갤런당 2.09달러를 기록하며 1주일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5년 7월 28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국제 유가 상승세는 공급 차질 우려가 직접적인 배경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휴전 협상 시한을 ‘기존 50일→10~12일’로 대폭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기한 내 우크라이나와 휴전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산 에너지 수출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유가가 단기간에 3자릿수 관세 충격에 직면할 가능성을 시장이 외면하기 어렵다”
는 JPMorgan Chase 보고서가 동시다발적으로 인용됐다.
S&P 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며 경기 낙관론이 강화된 점, EU·미국이 무역 협정을 타결하고 미·중이 3개월간 휴전 연장에 합의했다는 긍정적 교역 뉴스도 수요 기대를 키웠다. 다만 미 달러화 강세가 일부 상승폭을 제한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EU·미국의 대(對)러 제재 강화
유럽연합은 최근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새로운 제재안을 승인했다. 핵심 내용은 (1) 러시아 은행 20곳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추가 차단, (2) 제3국에서 재정제된 러시아산 석유제품 거래 제한, (3) 인도 대형 정유사(러시아 로스네프트 지분 보유) 블랙리스트 등재, (4) 러시아 “그림자 선단” 소속 유조선 105척 추가 제재로 총 400척 이상이 제재 대상이 됐다.
OPEC+ 증산 논의와 재고 전망
블룸버그는 7월 10일 “OPEC+가 9월 54만8,000배럴 증산 후 10월부터 추가 증산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미 글로벌 재고가 하루 100만 배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2025년 4분기 수요 대비 1.5%의 잉여 공급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7월 5일 회의에서 OPEC+는 8월 54만8,000배럴 증산을 합의해 시장 예상치(41만1,000배럴)를 상회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앞으로도 비슷한 폭의 증산을 이어갈 수 있다고 밝혀 “과잉 생산국에 대한 경고성 전략”으로 해석됐다. 이는 2026년 9월까지 220만 배럴 감산분을 단계적으로 복원하는 2년간의 감산 철회 일정의 일환이다.
이라크·쿠르디스탄 파이프라인 재가동 변수
이라크 정부는 2023년 3월부터 중단된 이라크-터키 파이프라인 북부 쿠르디스탄 구간 수출 재개 계획을 승인했다. 쿠르디스탄 지역정부(KRG)는 재가동 시 하루 23만 배럴을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라크는 OPEC 내 두 번째 산유국이다.
운송·재고 지표
조사업체 Vortexa는 7월 25일 기준 최소 7일간 정박 상태인 부유식 원유(선박 재고)가 전주 대비 23% 증가해 8,499만 배럴에 달했다고 집계했다. 이는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7월 18일 주간 보고서에 따르면 (1) 미국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8.6% 감소, (2) 휘발유 재고는 0.2% 증가, (3) 중간유 재고는 18.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량은 전주 대비 0.8% 감소한 1,327만 배럴로, 2024년 12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1,363만 배럴)보다는 소폭 낮다.
서비스 기업 Baker Hughes는 7월 22일 주간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기(리그)가 415기로 3년 9개월 만의 최저치라고 발표했다. 2022년 12월 627기에서 2년 반 만에 34% 감소한 수치다.
시장 용어 해설
WTI는 미국 텍사스주 쿠싱에서 인도되는 기준유로, 국제원유 가격의 대표 지표다. RBOB는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북미 친환경 규격 휘발유 선물을 뜻한다.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국에 러시아 등 10개 비회원 산유국이 더해진 협의체로,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40%를 결정한다. 또 SWIFT는 전 세계 은행 간 결제 메시지를 중계하는 시스템이며, Russian “shadow fleet”는 원산지를 숨기고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운항되는 유조선 집단을 지칭한다.
전문가 시각
시장 참여자들은 정치적 리스크와 공급 변수가 맞물리면서 유가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본다. 러시아발 공급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단기적으로 배럴당 80달러 상단 테스트도 거론된다. 반면 재고 누적과 OPEC+ 증산이 병행될 경우 하반기에는 공급 과잉으로 60달러대 후반까지 조정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명암이 교차하는 상황이므로, 투자자는 환율·지정학 변수는 물론 미국·중국의 수요 지표를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한편 본 기사 작성 시점 기준 필자 Rich Asplund는 해당 종목에 직접적·간접적 포지션이 없다고 밝혔다. 모든 정보는 참고용이며, 투자 판단의 책임은 독자에게 있음을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