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시아에 10~12일 새 휴전 시한 통보…WTI·휘발유 선물 1주 최고치 급등

국제 유가가 다시 급등했다. 2025년 7월 28일 현재,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1.34달러(+2.06%) 오른 배럴당 66.37달러를, 9월 인도분 RBOB 휘발유 선물은 +0.0328달러(+1.59%) 상승한 갤런당 2.10달러를 기록하며 모두 1주일 만의 최고치로 올라섰다.

2025년 7월 28일, 나스닥닷컴(Nasdaq.com)의 보도에 따르면 WTI 선물 차트 이번 급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와의 휴전을 위해 10~12일이라는 새 데드라인을 부여하고, 기한 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러시아 에너지 수출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경고한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50일로 설정됐던 시한을 대폭 앞당겼으며, 제재가 현실화되면 러시아산 원유에 세 자릿수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JP모건체이스는 “러시아가 세계 원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OPEC+의 제한적 여유 생산 능력을 고려하면, 실제 관세가 부과될 경우 공급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연합의 추가 제재·‘그림자 선단’도 타격〉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지속에 대응해 20개 러시아계 은행을 국제결제망 SWIFT에서 추가 퇴출시키는 한편, 제3국에서 정제된 러시아산 석유제품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트가 지분을 보유한 인도 정유소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아울러 ‘그림자 선단*1’으로 불리는 러시아 관련 탱커 105척이 추가 제재를 받아, 제재 대상 선박은 400척을 넘어섰다.

〈OPEC+ 증산 계획 흔들〉
한편 OPEC+는 9월 54만 8,000배럴 추가 증산 이후 10월부터 증산 중단을 논의 중이라고 블룸버그가 7월 10일 보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 4분기 원유 시장이 일일 150만 배럴(전 세계 소비의 1.5%) 과잉 공급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러시아발 리스크가 커지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OPEC+는 이미 올해 8월 1일부터 일 54만 8,000배럴 증산을 합의했으며, 이는 시장 예상치(41만 1,000배럴)를 웃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일부 회원국의 과잉 생산을 견제하기 위해 “필요하면 비슷한 규모의 추가 증산을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연이은 증산이 지속되면 하반기 수요 둔화와 맞물려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

〈이라크·쿠르디스탄 파이프라인 재가동 기대〉
이라크 정부는 2023년 3월 이후 가동이 중단된 이라크-터키 파이프라인을 통해 북부 쿠르디스탄 자치정부(KRG) 원유 수출을 재개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쿠르디스탄은 수출 재개 시 하루 23만 배럴을 추가로 시장에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라크는 사우디에 이어 OPEC 내 2위 생산국이다.

RBOB 휘발유 차트

〈해상 저장 증가·달러 강세, 상승폭 제한〉
선박 추적 업체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7월 25일 기준 7일 이상 정박 중인 유조선에 저장된 전 세계 원유는 전주 대비 23% 증가한 8,499만 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공급 증가 신호로 해석돼 유가 상승폭을 일부 제한했다. 또 이날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 표시 자산인 유가의 매력을 다소 떨어뜨렸다.

〈미국 재고·생산·리그 동향〉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7월 18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5년 평균 대비 8.6% 낮다고 밝혔다. 휘발유 재고는 0.2% 높았고, 디스틸레이트(경유·등유 등) 재고는 18.5% 부족했다. 같은 기간 미 원유 생산량은 전주 대비 0.8% 감소한 1,327만 3,000배럴/일로 집계됐다.

미 석유서비스업체 베이커휴스에 따르면 7월 22일로 끝나는 주간 미국 가동 원유 시추기 수는 415기로 3년 9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2년 12월 627기에서 2년 반 만에 200기 넘게 줄어든 셈이다.


〈용어 해설〉
*1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은 서방 제재를 피해 러시아산 원유를 우회적으로 운송하는 노후 탱커들을 가리키는 비공식 용어다. 선령이 오래됐거나 소유·운항 정보가 불투명해 해양 안전·환경 위험을 키우는 것으로 지적된다.

WTI는 미국 텍사스 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경질유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대표적인 원유 벤치마크다. RBOB(개정 개솔린 블렌딩 성분)는 여름철 환경 규제에 맞춰 정제된 휘발유 선물로, 미국 동부·걸프만 지역 가격을 결정짓는 지표다.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10개 비(非)OPEC 산유국이 결성한 23개국 협의체다. 공동 생산 정책을 통해 국제 유가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SWIFT는 전 세계 은행 간 국제 결제·송금 메시지를 중개하는 시스템이다. 회원국이 퇴출될 경우 해외 결제망 접근이 사실상 봉쇄돼 해당 국가 금융·무역에 큰 타격이 발생한다.


〈시장 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러시아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단기간 해소되지 않을 경우 WTI 70달러 선 돌파 가능성을 제기한다. 다만 미국 시추기 감소와 OPEC+의 복잡한 증산·감산 전략, 그리고 세계 경기 둔화 우려가 뒤섞이며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재고 지표외교적 협상 촉수를 곤두세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