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델타항공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베테랑 조종사 제프리 앤더슨(Jeffrey Anderson)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주재 미국 대사로 지명했다고 백악관이 18일(현지시간) 밝혔다.
2025년 7월 18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지명은 미국 상원의 일부 의원들이 항공기 조종사 의무퇴직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67세로 상향할 것을 ICAO에서 공식적으로 추진해 달라고 트럼프 행정부에 요구하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
ICAO는 캐나다 몬트리올에 본부를 둔 유엔 기구로, 전 세계 193개 회원국의 민간 항공 운항 안전·보안·환경 규정을 총괄한다. 국가 간 항공협정의 기준을 제시하고, 국제 항공 규정을 채택·관리하는 등 글로벌 항공 산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미국은 2022년 7월 C.B. “설리” 설렌버거(Sully Sullenberger) 전 대사가 사임한 이후 3년 가까이 몬트리올 주재 상임대사 자리가 공석이었다. 설렌버거는 2009년 뉴욕 허드슨강에 에어버스 A320 여객기를 기적적으로 착수시켜 155명의 생명을 구했던 인물로 유명하다.
“앤더슨 지명자는 1980년대 말부터 델타항공 보잉·에어버스 기종 주기장으로 비행하며 안전 정책 수립에 깊이 관여해 왔다”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조종사 고령화와 인력 부족 문제가 동시에 심화되고 있다. 팬데믹 기간 조기 퇴직이나 일시 해고를 택했던 베이비붐 세대 기장들이 대규모로 복귀하지 않으면서, 미국 국내선·국제선 운항 차질이 잇따랐다. 이에 따라 퇴직 연령 상향은 항공사·노조·정치권이 공통으로 제기해 온 최대 현안 중 하나다.
현재 미국 연방법은 14 CFR § 121.383에 따라 정기항공 운항 조종사의 정년을 65세로 규정하고 있다. 만약 ICAO 차원에서 67세 연장을 채택하면, 글로벌 표준과 국내 규정을 동시에 손질해야 한다는 점에서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크다.
반면 조종사 노동조합(ALPA)은 “고령화로 인한 건강 리스크와 세대 간 승진 적체” 문제를 이유로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정책 변화를 위해서는 의료 검진 기준, 시뮬레이터 훈련 주기, 보험료 구조까지 전방위 재설계가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민간 항공 부문에서 3만 시간 이상 비행 경력을 갖춘 앤더슨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연령 상향 이슈를 포함해 미국의 항공 규제 어젠다를 ICAO 무대에서 적극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ICAO 대사 지명의 절차와 향후 일정
대사 임명은 상원의 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과반 찬성으로 확정된다.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과반을 점하고 있지만, 항공안전 현안에 대한 초당적 관심이 높아, 앤더슨 후보자는 비교적 순조롭게 자리를 꿰찰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로이터는 조만간 열릴 예정인 ICAO 차기 총회(2025년 10월)를 언급하며, 미국이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CORSIA 2단계 목표 수정, 드론·도심항공교통(UAM) 규제 프레임 논의 등에서 주도권을 강화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용어 해설
ICAO(International Civil Aviation Organization)는 1944년 시카고협약에 따라 설립된 유엔 전문기구다. 전 세계 민간 항공의 안전, 보안, 효율, 환경을 담당하며, 항공사·규제당국·제조사·노조 등 이해 관계자가 준수해야 할 국제표준(SARPs)을 제정한다.
의무퇴직 연령(Mandatory Retirement Age)은 조종사의 의료 적합성·반응 속도·안전도를 고려해 설정되는 최종 비행 가능 연령이다. 일부 국가는 60세, 다수 국가는 65세를 적용하고 있으며, 연령 상향은 항공 수요 급증에 따른 숙련 조종사 부족 현상 완화를 목표로 한다.
※ 본 기사는 로이터(Reuters) 원문 기사를 기반으로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재구성·번역되었으며, 기사에 언급된 모든 인물·기관·수치는 원문 내용 그대로 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