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워싱턴 –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 이사회의 공석을 채우기 위해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 스티븐 미란(Stephen Miran)을 지명했다고 8월 7일(현지시간) 밝혔다.
2025년 8월 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지명은 상원 인준 절차 없이 가능한 ‘휴회 중 임명(recess appointment)’ 형식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미국 헌법은 의회가 휴회 중일 때 대통령이 임시로 직위를 채울 수 있도록 허용하며, 해당 임명은 다음 회기의 종료 시까지 유효하다1。
휴회 중 임명은 통상 논란이 있는 인사를 신속히 배치하거나, 의회의 반대를 우회하기 위한 선택지로 쓰인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준 의장 교체를 비롯해 통화정책 기조에 추가 압박을 가하려는 포석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시장 참가자 반응
뉴스 직후 주요 월가 전문가들은 빠르게 ‘완화적(dovish) 성향’ 강화 가능성을 점쳤다. 다음은 대표적 코멘트다.
존 벨리스(John Velis) | BNY 멜론, 미주 지역 매크로 스트래티지스트
“시장에서는 미란 의장이 후보로 거론되지 않아 다소 의외다. 다만 그의 정치적 위치와 공개 발언을 고려하면, 그는 신뢰할 만한 ‘비둘기파’로 분류될 수 있다.”
“휴회 임명은 상원의 승인 없이 시행되며, 다음 상원 회기 종료 때까지 유효하다.”
“이번 인선이 크리스토퍼 월러 세인트루이스 연준 총재의 의장 기용설을 잠재우지는 못한다.”
제이 해트필드(Jay Hatfield) | 인프라스트럭처 캐피탈 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
“CEA 의장 출신이 연준 이사가 되는 사례는 흔치 않다. 미란은 과거 ‘국채 강제 매입’ 같은 논쟁적 발언을 했지만, 이는 연준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할 사항으로 보인다.”
“임기가 짧은 연준 이사직은 민간 인재 영입이 어렵다. 내부 인사가 ‘팀 플레이’ 차원에서 희생을 감수한 실용적 결정이다.”
“그러나 그는 제롬 파월 의장에게 금리 인하 압력을 높일 것이다.”
마크 챈들러(Marc Chandler) | 베녹번 글로벌포렉스 수석 시장전략가
“이번 지명과 무관하게 우리는 9월 기준금리 인하와 올해 추가 인하를 이미 예상하고 있다.”
“결국 통화정책 전망을 바꿀 만한 이벤트는 아니다.”
“미란은 대통령의 경제고문으로서 시장을 이해한다. 연준 인사풀이 좁은 ‘친밀한 서클’만으로 제한되지 않는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연준 이사회(Fed Board)와 의사결정 구조
연준은 의장 1명, 부의장 1명, 그리고 최대 5명의 이사로 구성되는데, 각 이사는 14년 임기를 갖는다. 이들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상설 투표권자로서 미국 금리 결정의 핵심을 이룬다. 그러나 휴회 임명된 이사는 잔여 임기와 무관하게 최대 2년 미만만 재임 가능하며, 이는 정책 연속성에 제약을 줄 수 있다.
현재 연준 내부에는 ‘비둘기파’(완화 선호)와 ‘매파’(긴축 선호) 간 미세한 균형이 형성돼 있다. 미란 의장의 합류로 완화 기조가 다수派로 기울 가능성이 제기되며, 이는 중기적으로 채권금리 하락 및 달러 약세 요인으로 해석될 수 있다.
용어 설명
휴회 중 임명(Recess Appointment)은 미국 대통령이 상·하원이 휴회 중일 때 상원 동의 없이 고위직을 임시로 채우는 제도다. 임명은 다음 회기가 종료될 때까지 유효하며, 이후에는 상원 인준이 필요하다.
비둘기파(Dove)란 저금리·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지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성향을 뜻한다. 반대로 매파(Hawk)는 물가 안정을 위해 비교적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을 선호한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시장 전략가 다수는 “9월 FOMC에서 첫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 중이다. 이번 인선이 정책 경로를 가속할 수 있을지는 미란 의장이 FOMC 표결에 참여하는 2025년 4분기부터 가늠 가능하다.
로이터의 이코노미스트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72%가 연내 두 차례 이상의 금리 인하를 예상했고, 채권시장은 이미 10년물 국채금리 3.5%선을 향해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기자 분석
첫째, 정책 시그널의 명확성 – 트럼프 대통령이 ‘휴회 중 임명’ 카드를 꺼낸 것은 통화정책 레버리지를 빠르게 확보하려는 고도의 정치 행위로 읽힌다. 이는 파월 의장 체제의 완화 속도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무언의 메시지다.
둘째, 시장 영향력 – 연준 이사는 단일 표에 그치지만, 언론 노출과 연설을 통해 시장 기대를 형성한다. 미란 의장은 CEA 경험을 바탕으로 재정·통화 연계담론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채 수급 리스크를 둘러싼 논쟁을 재점화할 수 있다.
셋째, 제도의 한계 – 휴회 임명은 법적·정치적 불안정성을 내포한다. 상원 야당은 임명 무효 소송이나 파행적 청문회를 벌일 수 있고, 이로 인해 연준 내부 의사결정이 정치적 잡음에 노출될 우려도 있다.
결국 이번 인사는 장기적 통화정책 진행방향보다 단기적 압박 수단에 가깝다. 투자자들은 9월 FOMC와 연말 금리경로에 초점을 맞추되, 2026년 초 상원 구도가 재편될 때까지 정책 불확실성 프리미엄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