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Fed)와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BLS)의 두 핵심 직위 공석을 메울 후임자를 수일 내 지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5년 8월 4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일요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연준 이사직과 BLS 국장직 모두 “이미 몇몇 후보를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향후 며칠 안에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두 직위는 지난 금요일 동시다발적으로 공석이 됐다. 아드리아나 쿠글러(Adriana Kugler) 연준 이사가 돌연 사임서를 제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에리카 맥엔타퍼(Erika McEntarfer) BLS 국장을 전격 해임했다. 쿠글러 이사의 임기는 원래 2026년 1월까지였으나, 그녀는 8월 8일부로 사임이 발효된다고만 밝힌 채 별다른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다.
연방준비제도 이사는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상시 의결권자다. 동시에 미국 금융규제 정책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쿠글러 이사는 재임 기간 내내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 의장과 이견이 거의 없는 통화정책 노선을 유지해 왔으며,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빈번한 비판을 받아온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자에게 기준금리 인하에 동의할 것인지 여부를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적용할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포스트 파월’ 체제까지 염두에 둔 연준 인선의 정치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투자은행 에버코어 ISI의 글로벌 정책·중앙은행 전략 책임자인 크리슈나 구하(Krishna Guha)는 메모에서 “쿠글러의 사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파월 의장 후임을 미리 포진시킬 획기적 기회”라고 평가했다.
잠재적 연준 이사·의장 후보
시장 분석가들은 잠재적 후임으로 케빈 워시(Kevin Warsh) 전 연준 이사,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재무장관, 케빈 해셋(Kevin Hassett) 국가경제위원회(NEC) 국장 등의 이름을 거론하고 있다.
맥엔타퍼 해임과 고용지표 논란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7월 고용보고서 부진을 이유로 맥엔타퍼 BLS 국장을 전격 경질했다. BLS는 7월 비농업부문 고용(NFP)이 7만3,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으며, 동시에 이전 두 달 수치를 25만8,000명 낮춰 수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Truth Social 계정에서 “지난 50여 년간 가장 큰 오차”라고 비난했다.
통계 분야 전문가들은 월간 고용통계의 수정은 응답 표본 확대에 따라 흔히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BLS는 2024년 3월 이전 12개월치 데이터를 집계하면서 총 81만8,000명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그러나 ‘통계기관의 정치화’ 우려는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JP모건체이스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페롤리(Michael Feroli)는 “연준의 정치화 위험은 널리 논의돼 왔지만 데이터 수집 과정의 정치화 위험 역시 간과돼서는 안 된다”라며 “기장판(계기판)이 오작동하면 유능한 조종사도 안전 착륙을 장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현재 BLS는 부국장 윌리엄 비아트로스키(William Wiatrowski)가 직무대행을 맡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 후임자를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용어 해설: 연준·FOMC·BLS는 무엇인가?
연방준비제도(Fed)는 미국 중앙은행으로,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을 목표로 통화정책을 수행한다. FOMC는 Fed 내 정책 결정기구로 연 8회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를 결정한다. 반면 BLS는 노동부 산하 기관으로 물가·실업·임금 등 경제 통계를 취합·발표한다. 시장참여자들은 BLS의 비농업부문 고용지표를 ‘월간 고용 리포트’로 부르며,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예측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한다.
전문가 관전 포인트 및 전망
첫째,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 성향”을 명시적으로 요구함에 따라 후임 이사가 연준 내부에서 파월 의장과 정책 노선 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2026년 2월 임기가 끝나는 파월 의장 연임 여부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둘째, BLS 국장 교체는 경제지표 신뢰도 훼손이라는 리스크를 수반한다. 월간 고용지표는 연준뿐 아니라 재무부·의회·민간기업의 의사결정에 쓰이는 공공재적 성격을 지닌다. 데이터 생산과 검증 과정에 정치적 압력이 가해질 경우, 시장은 장기간 데이터 프리미엄을 요구하며 변동성이 확대될 소지가 있다.
셋째, 이번 인사 이슈는 2026년 대선 주자들의 경제정책 차별화에도 불씨를 제공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금리 인하와 고용지표 수정을 통해 경기부양 서사를 강화하려 한다는 시각과, 독립기관의 ‘제도적 견제’를 훼손할 것이라는 시각이 팽팽히 맞서는 형국이다.
넷째, 투자자 입장에서는 달러화 방향성,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 고용·소비지표의 정책 신뢰도를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특히 차기 FOMC 회의에서의 매파적 또는 비둘기적 ‘깜짝 전환’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통계기관의 독립성과 중앙은행의 자율성이 선진경제의 핵심 인프라임을 감안할 때, 이번 인사가 학계·정치권·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는 단순한 인사 뉴스를 넘어 중장기적 거버넌스 이슈로 비화할 수 있다.
향후 며칠 내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발표가 연준의 중립성 및 경제 통계의 객관성을 둘러싼 논쟁에 어떤 방향성을 부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