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바이든 정부의 ‘경쟁 촉진’ 행정명령 전격 폐지

워싱턴, D.C.—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가 2021년 7월에 발표한 ‘미 경제 전반의 경쟁 촉진을 위한 행정명령’을 공식 폐지했다. 이번 조치는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경제 공약 가운데 하나였던 반(反)독점 규제 강화 정책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수순으로 해석된다.

2025년 8월 13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은 공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행정명령을 전면 철회했다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 규제로 억눌린 시장의 활력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는 기존 소신을 재확인하며, 농업·의약품·노동시장 등 다양한 부문에서 추진돼 왔던 바이든식 경쟁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7월 9일 (현지시간) 총 72개 세부 지침을 담은 포괄적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당시 행정명령은 항공사 부당 수수료 인하, 거대 인수·합병(M&A) 심사 강화, 농축산물 가격 담합 단속, 제약사 독점 구조 해소 등을 핵심으로 한다. 백악관은 이를 통해 “노동자 임금 향상과 소비자 비용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행정명령 철회의 배경 및 정치적 함의

바이든 정부에서 해당 정책을 설계·추진했던 인사들 상당수는 민주당 진보 성향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가깝다. 특히 이들은 2010년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신설을 주도한 경험이 있다. CFPB는 주택담보대출·신용카드 등 금융시장에서 발생한 소비자 피해 구제를 담당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후부터 CFPB를 “과도한 정부 개입의 상징”이라 규정하며 직원 90% 감축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미국 내 시민단체인 학생차입자보호센터(Student Borrower Protection Center)와 미국소비자연맹(Consumer Federation of America)은 2023년 6월 공동 분석 보고서를 통해 “규제 완화 기조로 인해 소비자가 부담한 추가 비용과 돌려받지 못한 보상이 최소 180억 달러(약 24조 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행정명령 철회는 이 같은 손실을 더 확대할 위험이 있다”는 단체의 지적이 뒤따랐다.


용어 설명: ‘과점·모노프소니(monopsony)’

바이든 행정명령 원문은 ▷산업 집중도 심화(excessive concentration), ▷시장 지배력 남용(market power abuses), ▷독점(monopoly)·단일 구매자 독점(monopsony) 폐해를 언급했다. 모노프소니는 한 개 혹은 소수의 구매자가 시장 전권을 쥐고 있어 공급자를 상대로 가격·조건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구조를 뜻한다. 노동시장에선 기업이 인력 수요를 독점해 임금을 억제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번 철회로 해당 개념을 겨냥한 규제 장치도 사실상 사라질 전망이다.


경제·금융시장에 미칠 잠재적 영향

대형 M&A 규제 완화: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 간 시너지 극대화”를 강조하며 바이든식 심사 강화 지침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술·헬스케어·농산업 분야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인수합병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제약·의료비 인상 압력: 바이든 행정부는 제약사 의약품 가격 담합 차단을 통해 미국 내 처방약 평균 가격을 1년간 최대 15%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규제 완화 시 해당 효과가 사라져 소비자 부담이 재차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동시장 교섭력 약화 가능성: ‘경쟁 촉진’ 패키지는 노동자 이동 제한 협약(Non-Compete Agreement)을 금지해 임금 상승을 유도하려 했다. 철회 이후 기업의 위약금·경쟁 제한 조항 부활 가능성이 지적된다.


전문가 시각과 기자 해설

앤드루 그랜트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시장 효율성을 명분으로 규제장벽을 일괄 철폐할 경우 단기적으로 투자·고용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승자독식’ 구조가 굳어져 혁신이 위축될 위험을 경고했다.

기자 개인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 선호(리스크 온)’ 흐름을 자극할 수 있지만, 독과점으로 인한 소비자 후생 감소소득불평등 확대라는 부작용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2024년 대선 이후 정권 교체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법·제도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져 기업 결정에 불확실성이 커질 소지가 있다.


향후 일정 및 관전 포인트

백악관 서명 절차가 완료됨에 따라 연방거래위원회(FTC)법무부 반독점국이 기존 가이드라인을 수정·폐기하는 작업에 즉시 착수한다. 의회 차원의 저지 움직임도 예상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소비자·노동자 권익을 지키기 위한 법률 제정”을 예고했지만, 공화당이 하원을 지배하는 현재 구조상 통과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결국 이번 철회가 기업 실적과 주가, 그리고 실물경제에 어떠한 파급효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시장 참여자들은 항공·농산물·제약·핀테크 등 규제 민감 업종의 주가 변동성과, 소비자물가지수(CPI)평균시급 추이를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