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미국 제45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한 번 기업의 분기 실적보고서 제출 의무를 폐지하고 반기(6개월) 단위 보고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현재 적용 중인 분기보고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 같은 방안이 경영진의 장기 전략 수립과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2025년 9월 1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이는 비용을 절감하고 경영진이 회사를 제대로 운영하는 데 집중하도록 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글에서 “중국은 기업 경영을 50~100년 단위로 내다보지만, 우리는 분기 단위로 기업을 운영한다. 이는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발언 “Did you ever hear the statement that, ‘China has a 50 to 100 year view on management of a company, whereas we run our companies on a quarterly basis??? Not good!!!”
트럼프는 분기보고 제도가 초단기 실적에만 집착하도록 만들고, 이는 기업의 혁신·연구개발(R&D)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반복해서 주장해 왔다.
그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의 첫 백악관 재임 기간에도 SEC에 동일한 요청을 전달한 바 있다. 당시 제이 클레이턴 SEC 의장은 해당 제안의 효과를 검토하겠다고 답변했으나, 제도 변경은 이뤄지지 않았다.
용어 해설
• 분기보고서(Quarterly Earnings Report)란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이 1년에 네 차례, 즉 3개월마다 매출·순이익·현금흐름 등 재무정보를 공시하는 제도다.
•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1934년 설립된 정부 기관으로, 투자자 보호와 공정한 자본시장 유지를 목표로 한다.
•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은 트럼프가 2022년에 개설한 자체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기존 트위터(Twitter)를 대체할 의도로 만들어졌다.
현재 분기보고 의무를 폐지하려면 SEC가 규정(Regulation S-K·S-X 등)을 개정하고, 연방관보(Federal Register)에 변경안을 게재한 뒤 최소 30일 이상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의회의 승인이 뒤따라야 할 수 있다.
전문가 시각Opinion
필자는 분기보고가 단기 성과 압박을 유발한다는 지적에 일정 부분 공감한다. 특히 기술·바이오 등 장기 R&D가 필수적인 산업에서는 투자자들이 조기 결과를 요구하며 혁신 투자를 위축시킬 위험이 존재한다. 반면 투명성·정보 비대칭 해소라는 공익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분기보고가 사라질 경우, 투자자들은 기업의 실적 변동을 반년 동안 확인하지 못해 돌발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핵심은 보고 빈도 자체가 아니라 보고 내용의 질적 개선, 예컨대 장기 전략·비재무 정보(E,S,G 지표) 공개 강화가 돼야 한다고 판단된다.
트럼프의 이번 제안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SEC는 정치적 독립성을 갖춘 기관이지만, 위원장 임명(상원 인준)과 예산 배정 등에서 정부·의회의 영향을 받는다. 공화당이 의회 다수를 차지한다면 규제 완화 압력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투자자 보호 약화를 우려하며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반기보고로 전환된다면, 기업은 연 4회였던 회계·감사 비용이 2회로 줄어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다만 애널리스트·포트폴리오 매니저 입장에선 정보 공백 기간이 길어져 실적 예측 난도가 높아질 것이다. 결국 시장 참가자들은 정보 접근성과 장기 전략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 제안은 트럼프가 2024년 대선 이후에도 공화당 내부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그의 메시지는 미국 경제가 안고 있는 단기실적주의(shareholder primacy)와 장기경영 필요성 간의 긴장 관계를 재조명하고 있다.
결국 SEC와 의회가 주도권을 쥔 채, 시장 투명성과 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두 축을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관건이다. 트럼프의 요구가 정책으로 채택되더라도, 시행까지는 법·규정 정비, 이해관계자 의견 조율 등 다단계 절차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