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회귀: 인플레이션의 재점화와 S&P 500 강세장의 시험대
글 | 이중석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2025년 7월 1일 기준, 월가는 또 한 번 거대한 갈림길 앞에 서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7월 9일로 잡힌 관세 유예 기한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조정할 수 있다”고 언급한 직후, S&P 500은 사상 최고치에서 물러났고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10bp가량 상승했다. 필자가 확인한 주요 증권사 데스크는 일제히 ‘시차 조정된 관세 충격 시나리오’를 업데이트했다. 이미 4월 2일 행정명령으로 내려진 전면 10% 인하 관세의 유예는 법적·정책적 기한이 명확하다. 만약 백악관이 별도 수정 없이 시간을 흘려보낸다면, 12일 뒤 50%에 달하는 상호 관세가 자동으로 부활한다. 본 칼럼은 해당 사안이 향후 최소 1년 이상 미국 경제·주식시장에 미칠 구조적 영향을 분석하고, 투자자·기업·정책당국이 취해야 할 전략을 제시한다.
1. 왜 다시 관세인가 – 배경과 정치 일정
(1) 2018~2020년 1차 무역전쟁의 데자뷔
지난 1차 무역전쟁 당시 미중 상호관세(평균 19.3%)는 글로벌 교역량을 1.2조 달러 줄였고, 미국 내 PCE 물가를 0.4%p가량 끌어올렸다는 페더럴리저브 논문(2021)을 기억해야 한다. 2025년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관세율은 최대 50%, 적용 국가도 EU·캐나다·멕시코·중국·인도 등 ‘대다수 무역 상대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2) 선거 정치학의 변수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은 제조업 벨트 유권자의 결집을 원하는 반면, 민주당은 인플레이션 부담을 강조하며 관세 저지에 나설 전망이다. 이미 상원 공화당이 추진하는 전기차(EV) 세액 공제 9월 30일 종료 조항은 ‘친환경+해외 공급망’에 대한 이중 압력을 예고한다.
2. 시나리오별 거시 충격 분석
시나리오 | 관세 수준 | PCE 인플레이션 충격(12M) | GDP 성장률 충격(12M) | 연준 정책금리 경로 |
---|---|---|---|---|
A. 재연장 | 10% (현행) → 0% | +0.1%p | -0.2%p | 2025년 12월 25bp×2 차례 인하 |
B. 부분 복귀 | 10%→25% | +0.6%p | -0.8%p | 동결 후 2026년 상반기까지 인하 지연 |
C. 전면 복귀 | 10%→50% | +1.4%p | -1.9%p | 2025~2026년 금리 인상 재개 가능성 |
자료: 본사 추정, BEA, Peterson Institute, Fed 미시 모형. 상정 모델은 2024년 관세 충격 대비 가격전가 탄력, 공급망 재배치 속도를 반영.
3. 인플레이션 경로와 연준의 딜레마
5월 PCE 물가는 0.1% MoM, 2.3% YoY로 안정세를 보였으나, 핵심 PCE 2.7%는 연준 목표(2%)를 웃돈다. 관세가 재가동되면 상품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되고, 현재 3.4%의 서비스 물가 상승률과 결합해 스티키(sticky) 인플레이션 위험을 키운다. 트럼프 대통령은 ‘1% 금리’까지 인하를 요구하지만, 파월 의장 및 다수 FOMC 위원이 관세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며 동결 또는 추가 인상까지 검토할 수 있다.
4. 공급망·기업 실적: 3단계 영향
- T+3개월: 가격 라벨 재인쇄·재고 축소
물류업체 ITS에 따르면 현재 의류·소비재 SKU의 55%가 6~10% 가격 인상 전망을 반영해 라벨을 교체 중이다. - T+6~12개월: 실적 압박·마진 훼손
나이키는 관세로 10억 달러 비용 증가를 경고했고, 테슬라는 EV 생산단가 상승 시 리스 가격 인하 여력이 사라진다. 반도체·자동차처럼 글로벌 부품의 역외 가공 비중이 큰 업종은 마진 방어가 어렵다. - T+12~24개월: 공급망 재배치 가속
동남아·멕시코 ‘친미 셔틀’로의 이전이 빨라진다. 다만 야심찬 ‘리쇼어링’은 인건비·규제 부담으로 수익성 저하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5. 주요 섹터별 장기 노출도
- 소매·의류: 고관세 직격탄, 중국·베트남 원가 비중 30% 이상. 할인율 확대→EPS -15%(FY26E).
- 테크 하드웨어: 애플·델·HP 등 중국 조립 40% 이상. 베트남·인도 이전 비용 반영 시 ROIC 250bp 하락.
- 에너지·소재: 캐나다·멕시코 원유 관세 시, 정제마진 확대보다 소비지출 축소로 수요 둔화 우려.
- 농산물·산림: 보복관세 가능성. 2018년 사례처럼 대두·옥수수 수출 감소 → 중서부 소득·소비 위축.
- 국방·사이버보안: 지정학 리스크 확대, 예산 상향 수혜. 항공·운송 해킹 증가(스캐터드 스파이더)로 수요 견조.
6. 주식·채권·환율 시장 시나리오
베이스라인(부분 복귀)을 가정하면, S&P 500의 선행 PER는 현재 23.3배에서 21배 수준으로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전면 복귀 시 탄력적 하락폭은 15~18배까지 열려 있다. 2018~19년 PER 디스카운트(약 20%)를 감안하면 지수 -12%~ -18% 조정도 배제하기 어렵다.
채권시장은 장단기 역전이 심화될 공산이 크다. 관세발 인플레이션 기대가 10년물 장기금리를 끌어올리는 반면, 경기침체 우려로 2년물 수익률이 급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 측면에서, 2018년 사례를 모형에 대입하면 DXY 4~7% 상승, 원·달러 5% 절하가 기본값이다. 이는 한국·대만·베트남 등 수출의존국 증시에 이중 충격을 줄 것이다.
7. 투자·정책 제언
7.1 투자자 포트폴리오 조정 전략
① 밸류체인 내재화 기업 선별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한 철도·에너지·보험처럼 내수 기반 수익구조를 갖춘 기업은 관세 영향이 제한적이다.
② 가격전가력 vs 수요파괴
맥킨지 소비재 보고서(2024)에 따르면, 가격전가력 70% 이상인 기업은 관세 충격 하에서도 EBITDA 감소폭이 평균 5% 미만이었다. 필자는 생활필수 소비재·보건의료 비중 확대를 권고한다.
③ 달러・골드・선진국 국채
전면 복귀 시 리스크오프 자산의 상관계수가 -0.6까지 확대되는 과거 데이터를 감안, 포트폴리오 방어 자산 20% 확보가 합리적이다.
7.2 기업·정부의 대응 과제
1) 공급망 다변화 인센티브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CHIPS Act와 유사한 Reshore 2.0 세액 공제를 검토해야 한다. 동남아 및 멕시코로의 니어쇼어링만으로는 완충 효과가 제한적이다.
2) 연준 독립성 보장
금리결정 인사에 대한 ‘금리 인하 선별’ 조건은 시장 신뢰를 훼손한다. 의회와 행정부는 법적 독립성을 재확인하고, 파월 후임 인선 과정에서 공개적 기준을 명문화해야 한다.
3) 저소득층 직접보전
관세발 인플레이션은 필수재 지출 비중이 높은 계층에 더 가혹하다. 2019년 SNAP(푸드스탬프) 추가 예산이 소비 둔화를 0.2%p 완화한 사례를 참고, 선제적 보전이 필요하다.
8. 경쟁·기술 측면의 장기 변화
(a) AI·양자컴퓨팅 투자 강화
구글·마이크로소프트·IBM이 추진 중인 양자컴퓨터는 암호 해독·물류 최적화를 통해 관세 비용을 상쇄할 새로운 해법을 제공할 수 있다. 맥킨지 보고서는 10년 내 양자 관련 매출 1천억 달러를 전망한다. 필자는 관세가 고부가 기술 투자를 촉진하는 역설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b) 사이버보안 수요 폭증
‘스캐터드 스파이더’ 사태처럼 공급망이 분절화될수록 사이버 공격 표면은 넓어진다. Palo Alto Networks·Cloudflare 등 보안주에 구조적 프리미엄이 부여될 전망이다.
9. 12개월 로드맵 및 결론
➊ 7월~9월: 관세 복귀 여부 확정, S&P 500 변동성(VIX) 25~30 상단 테스트.
➋ 10월~12월: 연준 의장 후임 윤곽, 금리 경로 불확실성 최고조.
➌ 2026년 1분기: 실물 지표(재고·투자·고용) 관세 효과 본격 반영, IT·소비재 실적 쇼크 주의.
➍ 2026년 상반기: 정책 스탠스 조정 여부에 따라 리스크 프리미엄 수렴 또는 확산.
결국 관세 회귀는 단순히 무역 변수가 아니다. 이는 인플레이션·통화정책·공급망·기술투자·소비심리에 연쇄 작용하는 복합 충격이며, 현 강세장을 시험대에 올릴 ‘장기 구조 변화’다. 투자자는 단기 주가 흐름에 과몰입하기보다, 가격전가력·밸류체인 탄력·정책 민감도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정렬해야 한다. 정부·기업은 ‘관세발 인플레이션’이라는 오래된 유령을 되살려서는 안 된다. 향후 1년, 시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선택할 관세 레버의 높낮이에 따라 크게 요동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위기는 혁신과 구조 재편의 기회라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본 칼럼은 투자 자문이 아닌, 객관적 데이터에 기반한 필자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