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연준 압박, 미국 안정·번영 위협… 독일연방은행 경고

프랑크푸르트(독일) — 독일연방은행(Bundesbank) 총재 요아힘 나겔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방준비제도(Fed)에 대한 전례 없는 압박이 장기적으로 미국의 경제·재정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5년 9월 17일,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 나겔 총재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한 연설에서 "연준의 독립성이 정치적으로 지속적으로 훼손될 경우 그 결과는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의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하도록 요구하고, 리사 쿡 이사를 해임하려 시도하며, 제롬 파월 의장 교체 여부를 공개적으로 검토하는 등 강도 높은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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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행위가 투자자들로 하여금 연준이 물가 안정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면, 장기 차입금리는 오히려 상승해 정부의 차입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고 그는 말했다.

현재로서는 연준이 ‘통상적 절차’를 유지하고 있다. 노동시장 둔화를 완화하기 위해 같은 날 0.2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리사 쿡 이사 교체 시도와 관련된 권한 다툼은 향후 몇 주 안에 미국 연방대법원(Supreme Court)으로 넘어갈 전망이며, 이는 연준 이사진 임면권에 관한 중대한 전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겔 총재는 파월 의장의 대응을 “적절하고 침착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정치적 공격이 잦을수록 미 국채 수익률곡선이 가팔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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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이 있었던 거래일마다 미 국채 수익률곡선이 더 가파르게 움직였다: 단기물 금리는 낮아지고 장기물 금리는 상승했다는 증거가 있다. 이는 금융시장이 중앙은행 독립성을 얼마나 중요한 요인으로 인식하는지를 보여준다.”

참고: 수익률곡선(yield curve)이란 만기별 국채 금리를 연결한 선으로, 일반적으로 정책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 곡선 전체가 하향 이동한다. 그러나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경우 장기 구간만 상승하는 스티프닝(steepening)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는 또 “미국 정부가 연준에 개입하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다른 국가 지도자들이 자국 중앙은행에도 무리한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이는 세계 금융안정을 해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에 대한 정치적 간섭이 단기적으로는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인플레이션 기대를 왜곡해 장기적으로 경제 전체의 리스크 프리미엄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왜 중앙은행 독립성이 중요한가?

중앙은행 독립성은 정부로부터 일정 수준의 자율성을 보장받아 중·장기적 물가 안정과 금융안정을 목표로 통화정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적 장치다. 1970~80년대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교훈 삼아 다수 선진국은 법률로 중앙은행의 독립적 지위를 확립해왔다. 정치권의 단기적 압력이 심화될 경우, 인플레이션 위험과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돼 금융시장의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연설 직후 채권시장에서는 장·단기물 간 금리가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투자자들이 단순한 금리 변동보다 정책 신뢰도 변화를 더욱 민감하게 평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한국의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 최고 사법기관으로, 한 사건의 판결이 향후 유사 사건의 법적 선례가 된다. 금융정책과 사법 판결이 맞물리는 사례는 드문 만큼, 이번 심리는 전 세계 경제·법률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결론적으로, 나겔 총재의 발언은 연준뿐 아니라 전 세계 중앙은행이 직면한 핵심 과제—정책 신뢰도 유지—를 다시 한 번 부각시켰다. 시장 참가자들은 향후 대법원 판결과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조치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