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연준 개편 압박, FOMC 회의에 짙은 그림자

[워싱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원들은 이번 주 이틀 일정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회의장 밖에서는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통화정책 방향을 둘러싼 정치적 소용돌이가 거세지며, 정책 결정 과정 자체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2025년 9월 15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준의 전면적 개편을 밀어붙이고 있으며, 이는 미국 경제의 ‘핵심 축’으로 여겨지는 중앙은행의 위상에 장기적인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Federal Reserve Buil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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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항소법원은 16일(현지시간) 리사 쿡(Lisa Cook) 연준 이사가 소송 진행 중에도 직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해당 판결은 행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중시하는 연준의 전통을 뒤흔들 수도, 일단은 지켜낼 수도 있는 중대 분수령이다.

판결과 상관없이 즉각적인 미 연방대법원(Supreme Court) 상고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이번 주 회의에서 쿡 이사의 의결권 유무조차 불확실한 상황이 됐다.

한편 미국 상원은 같은 날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인 스티븐 미런(Stephen Miran)을 연준 7인 이사회(Board of Governors)의 빈 자리에 인준할 전망이다. 인준이 완료되면 미런은 “급격한 금리 인하”를 주장해 온 트럼프 행정부의 목소리를 대표해 이번 FOMC 회의에 즉시 참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일 소셜미디어에 “제롬 파월 의장은 지금 당장, 그리고 훨씬 더 큰 폭으로 금리를 내려야 한다. 주택 시장이 폭등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연준 지도부물가상승률 우려로 대폭 인하에 신중하지만, 18일 회의 종료 시 기준금리를 0.25%p 내려 4.00~4.25% 범위로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최근 고용 증가 둔화·실업률 상승 등에 대한 경계감이 커진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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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10월과 12월 추가 인하를 점치지만, 트럼프가 요구하는 ‘1% 정책금리’에 비하면 훨씬 완만한 속도가 될 전망이다. 다수 경제학자는 경기침체가 없는 한 1% 목표는 인플레이션 안정과 괴리된다고 지적한다.

이번 회의의 핵심 쟁점은 금리 결정뿐 아니라, 미런 이사의 합류와 쿡 이사 판결이 중앙은행의 제도적 독립성·정책 방향에 미칠 잠재적 충격이다.

나아가 트럼프는 오는 2026년 5월 제롬 파월 의장의 임기가 끝나면 차기 의장 지명권도 행사하게 된다.

미런의 행보가 보여줄 ‘트럼프 플랜’

듀크대 경제학부가 최근 실시한 설문에서 전·현직 연준 정책 담당자 25명 중 24명이 “연준 독립성 훼손이 통화정책 완화 과다→인플레이션 재발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고조·심각·극심’ 수준으로 평가했다.

미런이 인준 직후 의결권을 행사하면, 그는 FOMC ‘점도표(dot plot)’에 자신만의 금리 경로 예상치를 제출할 수 있다. 만약 1% 정책금리를 지지하는 도표를 제시한다면, 행정부의 압박이 공식 통계로 드러나는 셈이다.*점도표: 위원별 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도표

연준 이사회 다수를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미런은 2026년 1월 31일까지 이어지는 짧은 임기 동안 공개 연설·기고를 통해 통화정책·연준 문화·운영방식 전반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는 과거 글에서 연준 내부 문화를 “폐쇄적이고 동질적인 사고”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논란 자체가 달러의 신뢰 기반이었던 ‘정치적 중립성’이 약화됐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한다. 나티시스(Natixis)의 크리스토퍼 호지 미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정치의 십자선에 오래 머물수록 효과적 통화정책의 핵심 초석이 마모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호지는 “이번 회의 자체는 기존 패턴을 답습하겠지만, 향후 회의에서 노골적인 분열이 나타난다면 FOMC 역학 변화가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쿡 이사 판결도 ‘연준 시험대’

연준 조직법은 이사들을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보호하도록 설계됐다. 역사적으로 선출권력이 금리를 결정하면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뒤따르는 사례가 다수였다.

트럼프는 쿡 이사가 연준 합류 전 주택담보대출 신청서에서 허위 진술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해임을 추진하고 있지만, 쿡은 “어떠한 불법 행위도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고 형사 기소도 되지 않았다.

연준 대변인은 “법원 결정이 나오는 대로 따르겠다”고만 밝혔다.※ 쿡 이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명해 2022년 5월 취임한 최초의 흑인 여성 이사다.

FOMC Meeting

용어·제도 설명

•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미국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와 유동성 정책을 결정하는 12인 위원회로, 연준 이사회 7명과 지역 연은 총재 5명으로 구성된다.

• 연준 이사회(Board of Governors): 연준 정책의 ‘본사’ 역할을 하며, 대통령이 지명·상원이 인준한다. 임기는 14년이지만 미런처럼 잔여 임기를 채우는 경우도 있다.

• 점도표(dot plot): 각 위원이 향후 연준금리를 어떻게 예상하는지를 ‘점’ 형태로 표기한 분포도로, 시장이 연준 내부 기조를 읽는 핵심 지표다.

전문가 시각과 전망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회의에서 0.25%p 인하가 이뤄질 경우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돼 주택·기술주 등 금리 민감 섹터에 단기 호재가 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미런·트럼프 진영의 ‘급격 인하 시그널’이 계속될 경우, 달러 약세·채권 변동성 확대 등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대법원이 쿡 이사 직위를 보전해 주더라도, 행정부가 이사의 신상 문제를 근거로 해임을 시도한 선례는 ‘정치적 압박 카드’의 문을 연 셈이어서, 연준 인사·정책 전반이 2026년까지 지속적인 불확실성에 놓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국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연준 매파·비둘기파 구도”뿐 아니라, “중앙은행 독립성이라는 거버넌스 리스크”의 관점에서도 주시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물가·고용 지표가 변곡점을 보일 때마다 정치권 압박이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18일 발표될 점도표·금리 결정문보다 더 중요한 것은, FOMC 내부에서 제기될 공개 반대 의견, 그리고 미런 이사가 남길 첫 공식 발언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정책 텍스트뿐 아니라 “행위자의 속내”를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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