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표 지수인 니케이225와 토픽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對)일본 관세 결정 직후 급등세를 연출했다. 오랜 기간 불확실성으로 작용해 온 미·일 무역 갈등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2025년 7월 2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워싱턴과 도쿄가 새로운 무역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하며 일본산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해 1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공언했던 25% 관세보다 낮은 수준으로, 일본 시장 참가자들에게 상대적 안도감을 제공했다.
발표 직후 니케이225 지수는 장중 한때 2.2% 상승하며 3주 만의 고점인 40,667.0포인트까지 치솟았다. 동시에 토픽스 지수도 2% 넘게 올라 1년 만의 최고치인 2,890.08포인트를 기록했다. 특히 일본 경제의 ‘엔진’으로 불리는 자동차 업종이 강세 흐름을 주도했다.
자동차 업종의 전면적 반등
“관세율이 25%에서 15%로 낮아졌다는 점이 투자 심리에 즉각적인 긍정 효과를 불러왔다.”
세계 판매 1위 완성차 업체인 도요타자동차(TYO:7203) 주가는 7.6% 급등해 시장을 견인했다. 혼다(TYO:7267) 역시 7.4% 상승했다. 이 밖에 미쓰비시자동차, 스바루, 닛산, 야마하모터 등 주요 완성차 및 이륜차 제조사들이 6~10%대 폭등세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업체들이 이미 미국 내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있으나, 인기 차종과 핵심 부품은 여전히 본국에서 수출하고 있어 관세 인하가 실적 개선에 직접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자동차는 단가가 높아 관세 변동분이 곧장 차량 가격·수익성·소비자 수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15% 관세, ‘절반의 승리’…그러나 의미는 크다
이번 합의가 일본 측 목표였던 ‘전면 면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5% 관세 시나리오가 사라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수출 기업 전반의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제거했다. 리요세이 아카자와 일본 수석 협상대표가 발표 수 시간 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막바지 담판을 벌인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관세 전쟁은 보통 ‘팃포탯(tit-for-tat)’ 방식으로 확전되는 경향이 있으나, 이번에는 일본 정부가 선제적으로 농업·디지털 무역 등 다른 분야에서의 양보안을 제시해 미국 측 압박 수위를 일정 부분 완화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철강·기타 수출 품목도 수혜 가능성
자동차 외에도 신일철주금(옛 니폰스틸·TYO:5401) 주가가 3%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50%에 달하는 미국발 철강 관세 역시 조정될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부터 주장해 온 ‘표적형(섹터별) 고율 관세’가 상호주의 원칙 아래 유지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15% 일괄 관세가 현행 50% 철강 관세와 중복될지, 혹은 대체할지는 명확하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우려를 표하면서도, “철강 역시 자동차 산업 공급망과 밀접하게 얽혀 있는 만큼 추가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용어 풀이 및 시장 영향
니케이225는 일본 증권거래소 1부 상장 종목 중 대표 225개 대형주를 시가총액 대신 주가평균 방식으로 산출하는 지수다. 토픽스(TOPIX)는 도쿄증권거래소 1부 전체를 시가총액 방식으로 반영한 광범위 지수로, 대형주뿐 아니라 중·소형주 동향까지 잡아낸다. 자주 언급되는 두 지수의 이동은 일본 경기와 외국인 자금 흐름을 파악하는 핵심 잣대가 된다.
또한 관세(tariff)는 국가가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특정 국가나 산업을 겨냥해 사용될 때 무역 장벽으로 기능한다. 관세 인하나 면제는 교역 상대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출 확대와 이익 개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례처럼 고율 관세가 낮은 수준으로 조정되면, 엔화 환율·일본 내 생산 전략·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다양한 변수를 자극해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제에도 연쇄효과를 낳는다.
전망과 추가 변수
시장 참가자들은 앞으로 미국 의회 승인 절차와 일본 내 정치 일정이 관세 합의의 최종 확정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미국 내 보호무역주의 정서가 여전히 강한 점을 감안하면, 추가 조건이 제시되거나 관세율이 다시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변동성 지표(보라틱스)는 관세 발표 직후 오히려 하락했는데, 이는 정책 불확실성 해소가 위험 자산 선호도를 강화했음을 시사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글로벌 금리 인하 사이클과 맞물려 일본 수출주가 중·단기 랠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향후 일본 정부는 미국 외에도 EU·중국·인도네시아 등과의 다자·양자 협상을 병행해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일본 기업의 해외 매출 비중 확대와 국내 고용 안정에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있다.
결론
이번 15% 관세 합의는 일본 수출 산업, 특히 자동차 부문에 즉각적 호재로 작용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도요타·혼다 등 주요 업체의 급등이 상징하듯, 시장은 “최악은 피했다”는 안도 심리를 가격에 반영했다. 다만 관세율이 완전히 철폐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향후 협상 과정을 지켜보며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궁극적으로 이번 사례는 보호무역 기조가 글로벌 경제·금융시장에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키는지 재확인시켜 주며, 정부 정책·기업 전략·투자 판단이 복합적으로 얽힌 거시 환경의 중요성을 다시금 부각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