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관세 합의 이후에도 무역 불안 지속될 것이라는 월가의 경고

워싱턴 D.C.—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초 수입품에 대한 대폭적인 관세를 부과한 뒤 수개월 사이 백악관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EU 등과 일련의 무역 합의를 잇달아 체결했다. 그러나 월가 일각에서는 미국과 주요 교역 상대국 간의 긴장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우려한다.

2025년 8월 17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파이퍼 샌들러의 미국 정책 담당 책임자 앤디 라페리에르는 “우리는 연초부터 투자자 컨센서스와 견해가 달랐다”며 “관세가 여전히 높지만 이미 합의가 체결됐으니 무역정책이 안정되고 경제주체들이 새로운 현실에 적응할 것이라는 내러티브가 등장했지만, 무역 안정성은 예상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상호주의 관세(reciprocal tariffs)’는 8월 7일 발효됐다. 그는 지난 4월 2일 광범위한 관세 부과 계획을 예고했고, 당초 규모가 알려지자 주식시장이 급락했지만 연이은 백악관의 완화 발언에 힘입어 급반등했다. 이후 S&P 500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투자자들은

“트럼프는 결국 강경안을 실행하지 않는다”

는 뜻의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레이드’에 베팅해 왔다.


관세의 실제 이행 현황

라페리에르는 “베트남을 제외하면 4월 2일 발표된 관세의 상당수가 현실화됐다”고 지적했다. 파이퍼 샌들러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산 수입품에 대한 세율은 발표 당시 위협 수준의 절반 이하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다. 그는 웨비나에서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 이미 도래했지만 시장이 이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IEEPA(국제비상경제권법·1977)에 근거한 트럼프의 관세 권한은 법원에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7월 말 연방항소법원 판사는 대통령이 해당 법률로 새로운 관세를 부과할 권한이 있는지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는 뒤이어 “법원이 관세 정책을 막지 말라”고 경고했다.

IEEPA란?
1977년 제정된 IEEPA는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될 경우 대통령이 대외거래를 규제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법이다. 그러나 관세 부과와 직접적 연관성은 모호해, 법원에서 ‘권한 남용’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대체 법적 무기와 불확실성

레이먼드 제임스의 워싱턴 정책 애널리스트 에드 밀스는 “IEEPA가 무력화되면 트럼프가 관세법 338조(1930년 스무트-홀리법) 같은 다른 조항을 활용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관세법 338조는 미국 무역을 차별하는 국가에 최대 50%의 세율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밀스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법적 절차를 최대한 끌어 시간을 벌어온 전력이 있다”면서 “‘관세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합의’라는 이름의 불완전 계약

문제가 되는 것은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합의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필리핀과 합의를 발표했지만 구체적 조건은 확인되지 않았다. 일본·한국 고위 당국자들 역시 미국 측 설명과 다른 견해를 밝히며 최종 서명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라페리에르는 보고서에서 “해외 관계자들은 백악관이 제시한 몇 안 되는 세부사항조차 다르게 설명한다”며 “허망한 약속 위에 세워진 합의는 언제든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EU가 7월 체결한 ‘대부분의 유럽산 제품에 15% 관세’ 합의를 “불균형적”이라고 비판한 유럽 지도자들을 예로 들었다.


주요 파트너와의 미확정 협상

캐나다·멕시코·중국과는 아직 최종 합의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추가 대중(對中) 관세를 90일 유예했다. 밀스는 “가을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전후로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날 수 있지만, 결과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규모가 큰 교역 상대일수록 결국 ‘예스(Yes)’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반대로 합의가 결렬될 국가도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반응: 낙관과 위험의 괴리

여름 내내 S&P 500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월가는 미 경제가 고관세 충격을 견딜 것이라는 낙관론을 반영했다. J.P.모간은 관세가 1%p의 GDP 감소를 초래할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라페리에르는 “리세션(경기침체) 확률이 5월 70%에서 주말 10%로 급락한 예측시장 지표를 들어, 시장이 과도하게 안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별 업종·기업에서는 타격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지만, 더 광범위한 관세 리스크는 사실상 가격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변수’라는 최대 불확실성

스티펠의 워싱턴 정책 전략가 브라이언 가드너는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든 입장을 바꿀 수 있다”면서 “정책 일관성을 계량화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까지 진행 중인 합의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입장을 번복했다”며, 향후에도 돌발 변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심층 분석 및 전망

전문가들은 향후 10개월 이내 연방대법원이 IEEPA 활용을 위헌·월권으로 판단할 가능성을 높게 본다. 이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법 338조 또는 무역확장법 232조 등 대안 규정을 활용해 관세를 유지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정책·법률·외교 세 축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기업 실적·글로벌 공급망·환율 등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장기화될 수 있다. 투자자·수입업체·소비자는 관세율 변동뿐 아니라 협상 결렬 위험까지 모두 고려해야 하는 복합 국면에 직면해 있다.

TIP: ‘TACO 트레이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강수를 거둬들이고(치킨 아웃) 시장 충격이 제한된다”는 투자 전략을 일컫는 월가 속어다. 그러나 본 기사에서 보듯, 실제 관세 상당수가 이미 시행됐다는 점은 이 전략의 허점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