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골드만삭스 비판, 월가 리서치 ‘셀프 검열’ 우려 키운다

뉴욕, Suzanne McGee·Saeed Azhar 기자로이터 통신이 전한 바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골드만삭스의 관세 리스크 분석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보고서를 완화하거나 생략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투자자·학계 관계자들은 “객관성이 약화된 리서치는 결국 투자자에게 돌아갈 정보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고 우려했다.

2025년 8월 1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통해 골드만삭스 경제팀과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를 향해 “잘못된 예측(bad prediction)을 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 발언 직후 월가 내부에서는 정치적 압박이 리서치 품질을 흔들 수 있다는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국내외 기관투자자는 골드만삭스·JP모건·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대형 투자은행(IB)이 매일 발간하는 수백 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자본 배분 결정의 핵심 참고자료로 사용한다. 만일 애널리스트가 자율적 검열(self-censorship)에 나선다면, 특히 자체 분석 역량이 부족한 개인투자자 및 소형 자산운용사가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란 분석이다.


트럼프의 연쇄적 ‘기업 저격’

트럼프 대통령의 기업 비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과거에도 관세 전가(轉嫁)를 검토한 기업들을 공개적으로 질타했으며, 최근에는 엔비디아에 대해 “중국 판매 인공지능(AI) 칩 매출 일부를 정부에 환원하라”는 요구를 관철시키기도 했다.

“정부와 민간의 역할 구분선이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헨리 후·텍사스대 교수)

퍼스트 어멘드먼트(First Amendment)는 연방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조항으로, 대통령 역시 일종의 사적 의견을 표명할 권리가 있지만, 기업·시장 참여자에게 미치는 파장은 결코 사적 범주에 머물지 않는다. 백악관 관계자는 “월가 리서치 정확도는 동전 던지기와 비슷하다”며 “대통령이 비판해도 소액투자자는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셀프 검열’ 징후와 월가 내부 분위기

JP모건자산운용의 마이클 첸발레스트 선임 투자전략가는 올 초 웨비나에서 “대중 앞에서 관세 관련 견해를 모두 말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이후 제이미 다이먼 CEO는 “분석가들은 소신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말을 아끼는’ 기류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애널리스트 출신인 데이브 로젠버그(로젠버그 리서치)는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쏟아지는 비판을 견딜 개인적 용기가 핵심”이라며 “보고서가 연성화(軟性化)되는지 지켜보면 정치 압박의 실질적 영향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전략가 스티브 소스닉(IBKR)은 “이번 소동이 폭풍전야일지, 찻잔 속 태풍일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투명성과 유동성이 흔들릴 가능성은 분명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독립적 리서치, 왜 중요한가?

월가 연구부서는 통상 ‘셀사이드 리서치(sell-side research)’라고 불리며, 증권사를 통해 유통되는 투자 보고서를 말한다. ‘바이사이드(buy-side)’인 연기금·헤지펀드·자산운용사는 이를 토대로 투자전략을 짜거나 자체 모델을 보완한다. 만약 셀사이드가 정치적 눈치를 보게 되면, 정보 비대칭이 심화돼 전체 금융시장의 가격발견(price discovery) 기능이 약화될 위험이 있다.

웰스파고의 마이크 메이오 애널리스트는 “리서치 독립성은 투자은행의 생명선”이라며 “명성과 신뢰가 훼손되면 시장에서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월가 대형은행 감독부서는 각 보고서를 사전 검열해 선동적이거나 편향된 서술, 출처 불명확 표현이 없는지 철저히 점검하고 있다.


역사적 사례: 닷컴 버블과 ‘스피처 사태’

1990년대 말 닷컴 버블 붕괴 후, 소액투자자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뉴욕주 검찰은 월가 리서치를 대대적으로 조사했다. 엘리엇 스피처 당시 검찰총장은 ‘기업 주가 띄우기’를 위해 호의적 보고서를 남발한 사실을 적발, 월가에 15억 달러(약 2조 원) 벌금을 부과하고 일부 애널리스트에게 영구 퇴출을 명령했다. 이 사건은 금융권에 ‘연구와 투자은행 업무 분리(Chinese Wall)’ 규정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현재 상황이 과거처럼 대규모 스캔들로 번질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정치 권력의 직접적 압박이 도화선이 될 경우, 민감한 ‘정보 비대칭’ 구조가 다시금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용어 풀이

셀사이드(Sell-Side) : 증권사·투자은행 등 매매 중개사가 작성해 고객에게 공급하는 보고서를 뜻한다. 매출 구조상 거래 수수료나 인수 주선 수익에 의존해, 이해 상충 가능성이 상존한다.

퍼스트 어멘드먼트(First Amendment) : 1791년 제정된 미국 수정헌법 1조로, 언론·종교·집회·청원·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 대통령 발언 역시 보호 대상이지만, 경제적 파급력이 클 경우 예외적 논란이 발생한다.

닷컴 버블 : 1990년대 후반 인터넷 기업 가치가 과열되면서 형성된 거품. 2000년 붕괴 후 대규모 개인투자자 손실과 월가 규제 강화로 이어졌다.


기자 진단

정치 지도자가 특정 기업 리서치를 ‘틀렸다’고 직격하는 행위는 시장의 정보 생산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고, 투자 판단의 가이드라인을 흐릴 위험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애널리스트들이 보고서 어조를 부드럽게 조정하거나 발행 시기를 늦추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리서치 신뢰도 하락 → 정보 비용 상승 → 유동성 악화라는 연쇄효과가 가시화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정보원 다변화가 필수다. 기관 외부 데이터·독립 리서치·정책 발표 원문을 교차 검증해 시장 왜곡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동시에 국내 금융당국도 애널리스트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 정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자본 유입 경쟁이 심화되는 환경에서, 시장 투명성은 국가 경쟁력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