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왜 다시 관세인가? — ‘트럼프 2.0’의 경제 청사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을 노리며 내건 핵심 경제 공약은 간단하다. 「비(非)우호국」 제품에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해 제조업과 일자리를 미국으로 회귀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미 철강·알루미늄·소비재 전반(400여 개 품목)에 추가 관세가 시행됐고, 반도체·의약품·자동차 부품에도 ‘수백 퍼센트’ 관세 폭탄이 예고됐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추산에 따르면 계획이 전면 이행될 경우 미국 평균 관세율은 2024년 2.3%→2026년 15.2%로 여섯 배 이상 급등한다.
2. 관세가 장기 변수가 되는 3가지 이유
- 구조적 인플레이션 리스크 — 관세는 수입단가를 직접 상승시켜 코스트-푸시(cost-push) 물가를 발생시킨다. 단발 이벤트가 아니라 ‘상시 관세’가 되면 인플레이션 기대가 고착되고, 연준의 완화 여력이 제약된다.
- 공급망 재배치 장기화 — 글로벌 기업들은 관세 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생산 거점 이전 ▲우회 수입(멕시코·베트남 경유) ▲친환경·AI 자동화 투자를 추진하지만, CAPEX 결정→조달→착공→가동까지 최소 3~5년이 소요된다.
- 동맹국 ‘보복관세+규제 연쇄’ — EU·중국·인도가 이미 보복 관세 및 조세조치를 경고했다. 관세 스파이럴이 현실화되면 글로벌 수요 위축이 1~2년 후 실적‧고용 데이터에 반영된다.
3. 거시경제 장기 시나리오(2025~2030)
항목 | 무(無)관세 베이스라인 | 높은 관세 시나리오 | 차이(Δ) |
---|---|---|---|
평균 CPI(%) | 2.3 | 3.6 | +1.3 |
평균 실질 GDP 성장(%) | 1.8 | 1.2 | -0.6 |
연방 기준금리(말,%) | 3.25 | 4.10 | +0.85 |
S&P 500 EPS CAGR(%) | 8.0 | 5.5 | -2.5 |
10년물 국채금리(말,%) | 3.60 | 4.50 | +0.90 |
자료: 필자 추정(블룸버그, CBO, BEA 데이터 기반)
4. 7대 파급효과 심층 분석
4-1. 연준 딜레마 : ‘인플레 vs. 성장’ 트레이드오프 확대
관세발 물가가 상방 위험으로 고착되면 연준(Fed)은 기준금리를 낮추기도, 높이기도 어려운 막다른 골목에 빠진다. 물가 1%p 상승은 실질 중립금리(r*)를 40~50bp 끌어올린다. 결국 장기 금리가 4%대를 상회하면 성장주 P/E 리레이팅은 역풍을 맞는다.
4-2. 기업 마진 압축과 EPS 하향
- 제조·리테일: 타깃·월마트·홈디포 등 소비재 유통사는 가격 전가력(test)을 재검증해야 한다.
- 테크 하드웨어: 애플·델·HP 생산원가 +6~8% 추정. 가격 인상시 수요 탄력성 악화.
- 자동차: 포드·GM·테슬라는 중국산 배터리·부품 의존도가 높아 마진율 80~120bp 감소.
4-3. 공급망 리쇼어링·니어쇼어링 가속
멕시코·베트남·인도네시아 증시 장기 수혜, 미국 남부(Sun Belt) ‘셔먼법(super site)’ 투자 붐, 그러나 초기 CAPEX 부담으로 자유현금흐름 둔화는 불가피하다.
4-4. 달러화 구조적 강세 vs. 쌍둥이적자 악화
관세 수입 증가로 재정수지 소폭 개선될 수 있으나, 성장 둔화→경상수지 적자 확대 가능. 금리상승 + 안전통화 수요로 달러지수 110 상향 위험.
4-5. 소비 패턴의 양극화
가격 민감 저소득층은 불리한 가격탄력성에 직면하여 TJX·달러제너럴로 이동, 상위소득층은 프리미엄 브랜드 유지. 중가(branded mid-price) 세그먼트가 가장 큰 타격.
4-6. 섹터별 자본지출 재조정
반도체: CHIPS Act+관세, 정부지분 참여 여부에 따라 인텔·TSMC 애리조나 프로젝트 IRR 변동폭 ±3%p.
에너지 전환: 태양광·배터리 핵심 광물 관세가 레거토·넥스트에라 LCOE를 5년 만에 15% 이상 상승시킬 수 있음.
방산·우주: 동맹국 조달 확대, 록히드·RTX는 중장기 수혜.
4-7. 투자전략 프레임 전환
- 미국 내 가격 결정력 + 비용 전가력 보유 기업(헬스케어 서비스·SW·엔터프라이즈 SaaS)에 포트폴리오 중심 이전.
- 현금흐름 민감 채권은 듀레이션 축소, 인플레 연동채(TIPS) 비중 확대.
- 글로벌 자산배분에서 멕시코 IPC·VN30·Nifty50 등 ‘니어쇼어 수혜지수’ 오버웨이트.
5. 역대 관세 사례 비교로 본 ‘상수(常數)와 변수’
연도·정책 | 직후 CPI(+12m) | 실질 GDP(+12m) | S&P500(+12m) | 특이 변수 |
---|---|---|---|---|
1971 닉슨 쇼크 | +3.5%→+6.3% | +3.3%→+5.2% | -8% | 브레튼우즈 붕괴 |
2002 부시 철강관세 | +1.4%→+2.3% | +1.8%→+2.7% | +14% | IT버블 후 저금리 |
2018 트럼프 1차 관세 | +2.2%→+2.9% | +3.0%→+2.3% | +2% | 감세·통화완화 동시 |
2025~26년의 특징은 ① 관세 스케일이 훨씬 크고, ② 동맹국까지 포괄, ③ 기조금리가 이미 >4%라는 점이다. 과거보다 인플레이션 압력 상쇄 장치가 제한적이다.
6. 필자의 통찰: ‘대(大)관세 시대’ 생존 전략
1) 매크로 레짐 전환에 대비
관세는 장기 구조적 스태그플레이션 시나리오 확률을 높인다. CPI 3%+ 성장 1% 대 저공비행을 기본 시나리오로 삼으면, 자산배분은 인컴+리얼자산 축이 중요해진다.
2) 가격 전가력 점검 체크리스트
- 시장 점유율 15% 이상 또는 틈새 1위
- 브랜드 프리미엄·규제진입장벽 보유
- 총이익률(GPM) > 35%, OPEX 레버리지 확보
- 미국내 생산 비중 ≥ 60% 또는 멕시코·캐나다 니어쇼어 플랜 가동
이 네 가지를 통과하는 종목만 ‘관세 방어’ 가드레일을 갖췄다고 본다.
3) 듀얼 서플라이 체인 시대의 ETF 아이디어
- MEXX — 멕시코 소비·인프라 집중 레버리지 ETF
- XTN — 미국 운송 섹터 ETF; 물류 체계 재배치 수혜
- TIP — 인플레이션 헤지 TIPS ETF
4) 사전 반영(Front-loading)된 악재와 과잉 비관 리스크
시장 컨센서스가 지나치게 부정적이면, 관세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구현되지 않았을 때 릴리프 랠리가 나타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따라서 옵션 프리미엄이 고평가된 구간에서는 변동성 매도 전략(covered call, cash-secured put)도 병행할 만하다.
7. 결론: ‘관세의 기원’이 아닌 ‘관세의 귀환’
관세는 1930년 스무트-홀리법부터 미국 경제사의 상수였다. 1990년대 이후 ‘글로벌리제이션 보너스’가 물가·금리를 동시에 낮추며 증시의 슈퍼사이클을 가능케 했다면, 2025년 이후는 반대로 탈(脫)글로벌 시대의 할인율을 계산해야 한다. 투자자는 정치 뉴스 한 줄이 곧 ‘영구적 비용 구조’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결국 관세는 과거 일시적 정책이 아니라 향후 10년을 규정할 ‘매크로 변수’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기적 함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