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지명한 BLS 국장 후보, 월간 고용보고서 ‘발간 중단’ 주장 전력

[워싱턴] 미국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8월 11일(현지시간) 차기 미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BLS) 국장으로 지명한 E. J. 안토니 박사가 불과 며칠 전 BLS의 전통적 월간 고용보고서를 ‘일시 중단’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사실이 확인됐다.

2025년 8월 12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Heritage Foundation 이미지 출처: 헤리티지재단 소속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안토니는 폭스뉴스 디지털과의 인터뷰에서 “현행 데이터가 수천, 수만 개의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면, 기업과 연방준비제도(Fed)가 어떻게 계획을 세우고 통화정책을 결정할 수 있겠는가”라며 월간 보고서의 정확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

안토니는 같은 인터뷰에서

우리 경제에서 일자리가 얼마만큼 늘거나 줄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업이 투자 계획을 세우거나 연준이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큰 문제가 즉각 해결돼야 하며, 그때까지는 월간 고용보고서를 잠정 중단하고 정확성이 더 높지만 시차가 있는 분기별 데이터만 공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용보고서란 무엇인가?
BLS가 매달 첫 금요일 발표하는 고용상황보고서는 비농업 부문의 신규 고용, 실업률, 임금 상승률 등 미국 노동시장 전반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핵심 경제지표다. 월스트리트 투자자·기업·연준이 경제 건강을 가늠하고 정책·투자 결정을 내릴 때 필수적으로 참고하는 만큼, 통계의 신뢰성은 시장 안정성에 직결된다.

헤리티지재단텍사스 공공정책재단에서 활동해 온 안토니는 보수 성향 싱크탱크의 경제학자다. 그는 전통적 재정 보수주의를 강조하며 정부 통계 개선을 주요 과제로 제시해 왔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8월 1일 BLS 국장 에리카 맥엔터퍼를 전격 해임했다. 그는 당시 “BLS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일자리 수치를 조작했다”는 취지로 비판했으며, 해임 조치는 7월 고용 증가세가 예상보다 둔화됐다는 보고서가 발표된 지 몇 시간 만에 이뤄졌다.

7월 보고서는 두 달 전치 수치를 하향 수정했는데, 고용통계의 후속 수정은 통계 작성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절차임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조작의 증거”로 규정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안토니의 ‘월간 보고서 중단’ 발언이 나왔다는 점이 시장의 추가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백악관 해명
카롤린 러비트 백악관 대변인은 12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BLS가 다시 정확하고 정직한 데이터를 내놓길 원한다”며 안토니의 발언을 옹호했다. 그는 “안토니 박사가 데이터와 방식이 정비될 때까지 월간 보고서를 잠정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자’고 제안한 것”이라 설명하며 “대통령은 그를 신뢰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제학계와 BLS 전직 관료들은 안토니의 구상이 정보 공백을 초래해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고빈도 데이터를 요구하는 현대 금융시장에서 분기 단위 통계만으로는 정책·투자 판단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용어 설명

  • BLS(Bureau of Labor Statistics): 미국 노동부 산하 통계기관으로, 고용·임금·물가 등 노동시장을 측정하는 공식 통계를 생산한다.
  • 헤리티지재단(Heritage Foundation): 1973년 설립된 보수 성향 싱크탱크로, 작은 정부·자유시장 원칙을 내세운다.
  • 텍사스 공공정책재단(Texas Public Policy Foundation): 텍사스주 오스틴에 본부를 둔 자유시장·재정보수주의 싱크탱크.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월간 고용보고서는 통상 연준의 기준금리 선물가격 변동의 80% 이상을 설명하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만약 보고서가 중단된다면, 시장 참가자들은 대체 고빈도 지표를 찾아야 하며 정책 불확실성 역시 커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안토니의 지명은 상원 인준 절차를 남겨 두고 있다. 민주당은 “통계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으며, 공화당 지도부는 “정확성이 우선”이라며 지지 입장을 밝혔다. 인준 청문회에서 월간 보고서 중단 방안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최종적으로, 월가와 학계는 정확성 개선데이터 공백 최소화라는 두 과제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안토니가 제시한 ‘분기별 데이터 우선’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경제 정책과 금융시장의 의사결정 구조 자체가 크게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