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말 ― “30% 일괄 관세” 발언이 쏘아올린 장기 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EU 전 수입품에 대해 최소 15~20%, 최대 30% 관세를 예고하며 협상이 좌초됐다. 2018~2020년 대중(對中) 관세 때와 달리 이번에는 동맹국·동일 가치체계를 표방해 온 유럽이 타깃이다. 필자는 본 조치를 ‘2025년판 스무트–홀리(1930) 관세’로 규정하고, 향후 7년(2025~2031) 동안 나타날 거시‧금융‧산업 지형 변화를 전망한다.
1. 관세 시나리오 3가지—모델링 전제
구분 | 관세율·적용범위 | 합의 가능성 | GDP 충격(美/EU) | 추정 물가효과 |
---|---|---|---|---|
베이스(부분 타협) | 15% 평균, 농산물·에너지 예외 | 40% | -0.4p / -0.6p | 美 CPI +0.6p EU HICP +0.8p |
하드(30% 일괄) | 품목·업종 예외 無 | 35% | -1.3p / -1.7p | 美 CPI +1.9p EU HICP +2.4p |
소프트(영국 모델 수용) | 10% 기본 + 전략품목 면제 | 25% | -0.1p / -0.2p | 美 CPI +0.2p EU HICP +0.3p |
※ p는 %pt, 필자의 계량모형(DSGE 기반) 추정치
현재 발언 수위와 백악관 소스(FT·CNBC 인용)를 종합하면 부분 타협→하드 관세
가 우세하나, EU 내부 정치 일정(27개국 만장일치·독일 지방선거) 탓에 협상 난도가 높다.
2. 거시경제: 인플레이션 vs. 침체, 연준의 ‘불편한 중립’
하드 시나리오 기준, 관세 시행 1년 차인 2026년 미국 CPI는 누적 2%p 상승이 예상된다. 연준(연방준비제도)은 이미 상·하반기 25bp씩 두 차례 인하를 시사했지만, 관세발(發)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되면 FOMC는 재동결 또는 재인상을 선택해야 한다. 1970년대 ‘아서 번스 쇼크’가 재연될 위험이다.
유럽은 이중고가 더 크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목표물가는 2%인데, 관세‧환율 약세로 2027년 HICP(조화인덱스)가 4%대에 고착될 공산이 있다. ECB 금리 재인상→재정 긴축→남유럽 국채 스프레드 확대라는 2011년 채무위기 데자뷔 리스크도 배제할 수 없다.
3. 산업별 체인 반응
3.1 美 수혜·피해 섹터
- 수혜: LNG·원유(셰일 생산), 농산물(대두·옥수수), 방위산업, 에너지기계(복합화력 기자재)
- 피해: 자동차부품(유럽산 완제품 가격 상승→판매 부진), 고급주류·프리미엄 식품 수입사, 의류 리테일(원가 전가 제한)
3.2 EU 대응 카드
EU가 <표1>처럼 보복 관세를 시사할 경우 버번위스키·하바나규격 시가·보잉 항공기 부품이 1차 타깃이다. 특히 버번은 켄터키주—트럼프 핵심 지지층—타격으로 정치적 레버리지가 크다.
4. 통화·금융시장 경로
달러 지수(DXY)는 관세 충격 초기 안전자산 선호로 2~3% 반등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경상수지 적자 확대·외국인 자금 이탈이 맞물려 2028년 90선 붕괴 시나리오도 유효하다.
국채: 인플레이션 프리미엄이 20~30bp 상승, 10Y 금리 5% 재돌파 가능성. 그러나 침체 우려 심화 시 리플레이션 트레이드에서 세이프헤븐으로 재전환하며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
주식: S&P500 영업이익의 12%가 EU 수출에서 발생한다. 관세 30%면 EPS -4.5%p 추정. 섹터별로는 △방산·에너지·지역은행(달러 약세 수혜) 강세, △유럽 소비재·항공주 약세가 예상된다.
5. 공급망·리쇼어링 가속
미국 기업은 2018년 대중 관세 이후 차이나+1
을 추진했으나, 이번 조치로 EU→US nearshoring
까지 병행해야 한다. 필자는 2027년까지 미국 내 외국인직접투자(FDI) 중 EU 비중이 45%→55%로 상승할 것으로 본다. 미국 남부의 EV·배터리·풍력 블레이드 공장 증설이 대표적이다.
6. 정책·외교 역학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무역적자-국가안보 프레임으로 포장해 지지층 결집을 노린다. 그러나 NATO 방위비 분담·우크라이나 지원 등 안보 어젠다에서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다. EU는 ‘경제엔 경제로, 안보엔 안보로’라는 이원화 전략으로 대응할 공산이 크다.
7. 투자 포트폴리오 전략—필자의 3단계 로드맵
- 단기(6~12개월): 변동성 확대 구간. 미 국채 2Y·10Y 스프레드 확대에 베팅, 달러/유로 옵션 변동성 매수, 에너지·농산물 선물 스프레드 매수.
- 중기(1~3년): 리쇼어링 수혜 美 중서부 인프라 ETF, SEMI 장비주(EU 생산라인 미국 이전). 반면 유럽 명품·주류 ETF 비중 축소.
- 장기(3~7년): 달러 약세 전환 국면에 대비해 금·구리·농지 REIT 비중 확대, 유럽 대형주 중 우량 배당·내수 기반 종목 선별.
8. 결론—관세는 ‘영원한 답’이 아니다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는 대공황을 심화시킨 교훈을 남겼다. 100년이 지난 2030년, 우리는 동일한 역사적 실수를 반복할 것인가. 관세는 민감한 정치적 무기지만, 장기적으로는 투자·혁신·소비자 후생을 잠식한다. 미국과 EU 모두 ‘디지털·그린 전환’이라는 공동 목표를 공유한다. 필자는 관세 대신 탄소국경조정·디지털세·표준 공조 같은 21세기형 규율이 진정한 해결책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글을 맺는다.
글 | 이중석 (경제칼럼니스트·데이터분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