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 뉴노멀로 굳어지는 ‘고율 관세의 세계’
미국 주식·경제의 장기 방향성을 가르는 최대 변수로 트럼프 행정부의 10~50% 상호주의 관세가 급부상했다. 2025년 8월 1일 발표된 행정명령은 평균 관세율을 2024년 2.3%에서 15%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새로운 다중(多重) 관세 블록 시대”를 예고했다. 이후 월가는 변동성을 확대했고, 채권금리는 급락했다. 본 칼럼은 향후 최소 1년, 길게는 5년 이상을 지배할 고율 관세 체제의 5대 장기 상흔(瘡痕)을 진단하고 투자 전략을 제시한다.
Ⅰ. ‘관세 부활’ 100년 주기 설 – 역사적 좌표 찍기
- 1920‧30년대 스무트–홀리법 → 대공황 심화
- 1971년 닉슨 쇼크 → 플라자합의 전까지 달러 약세·인플레
- 2018년 트럼프 1기 25% 관세 → 공급망 재편 시동
- 2025년 트럼프 2기 10~50% 관세 → 평균 관세율 6배 상승
위 표처럼 미국은 약 40~50년 주기로 보호무역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과거 사례는 모두 경기 급랭·물가 급등·글로벌 갈등이라는 공통 분모를 남겼다.
Ⅱ. 상흔 ① 기업 마진 훼손 & 공급망 재편의 비용 폭증
1) 관세 비용–손익 경로
단계 | 영향 변수 | 장기 파급 |
---|---|---|
① 관세 부과 | 10~50% 세율 | EBIT 마진 –1.5%p 예상 (S&P500 평균 기준) |
② 수입단가 상승 | 부품·중간재 코스트 +8~12% | |
③ 전가율 결정 | 소비재 40%, IT 20%, 헬스케어 10% |
모건스탠리 추정치에 따르면 관세 부과 후 24개월 내 미국 내 기업 총마진은 평균 150bp 하락할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소비전자·의류는 중국 의존도가 40%를 넘는 탓에 타격이 크다.
2) 공급망 재배치 CAPEX
베인&컴퍼니 조사(2025.7) 기준 Fortune 500 제조기업의 평균 리쇼어링·니어쇼어링 투자 계획은 향후 3년간 매출 대비 4.8%로, 팬데믹 이전 1.9%의 2.5배다. 이 CAPEX 증가는 초기엔 비용이지만 장기 경쟁력 측면에서는 ‘필수 보험료’라는 점이 딜레마다.
Ⅲ. 상흔 ② 스태그플레이션 압력과 연준 정책 경로 수정
1) 물가 경로
- BofA Sec. 모형: 관세율 15%p ↑ → CPI +0.8%p (12개월 시차)
- 에너지·식품 제외 근원 PCE +0.5%p 상방
2) 성장 경로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2026년 GDP 전망을 –0.6%p 하향(관세 기저효과 제외). 즉, 물가 ↑ + 성장 ↓ 조합이 현실화될 경우, 연준은 파월–쿼럴스식 ‘데이터 디펜던시’를 고수하며 “점진적 25bp 인하 × 다회” 시나리오에서 “조기 50bp 빅 컷” 가능성으로 이동할 수 있다(블랙록 릭 리더 주장 참고).
Ⅳ. 상흔 ③ 글로벌 자본흐름 재편 – 달러·채권·EM 주식
① 달러 : 관세로 인한 무역흑자 확대 기대 → 순(純) 달러 매수. 그러나 연준 조기 완화가 현실화되면 12개월 뒤 DXY –5~7% 약세 가능.
② 미 국채 : 경기 둔화 베팅 + 디플레 헤지 수요로 10년물
③ 신흥국 주식 : JP모건이 강조한 EM > DM 전략이 관세로 일시 훼손될 수 있으나, 달러 약세 전환 시 리오프닝 베팅 2.0으로 재부각.
Ⅴ. 상흔 ④ 업종별 ‘승자–패자’ 분화
1) 잠재 승자
- 내수 방어형 리츠 : 에퀴닉스(EQIX)·디지털리얼티(DLR) 등 데이터센터 리츠는 서버·전력비가 달러 베이스라 관세 영향이 제한적.
- AI 인프라·전력 :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의 CAPEX 급증 사례에서 보듯, AI 수요 견인으로 전력·반도체 장비 국산화 수혜.
- 의료서비스 : 7월 고용 보고서가 증명하듯 경기 둔화에도 채용 확대 구조.
2) 구조적 패자
- 소비재 OEM 의류·신발 : 버크셔 소비재 부문·나이키·VF Corp. 마진 압박.
- 자동차 : 모건스탠리 리포트처럼 ‘재고 완충’ 효과가 끝나면 관세 전가 불가피.
- 반도체 파운드리 의존 팹리스 : AMD·퀄컴 등 중국 패키징·테스트 의존 비중 높음.
Ⅵ. 상흔 ⑤ 옵션 변동성·파생상품 시장의 기회
7월 고용 쇼크 직후 S&P500 30일 내재변동성(VIX)이 14→19로 +35% 급등했다. 관세 변동성이 구조화되면 ‘볼 스프레드(long VIX / short VX30)’ 전략이 유효하다. 또한 일부 애널리스트가 제시한 구조적 저점 매수(credit put spread)는 아마존 사례에서 보듯 하방 버퍼를 확보할 수 있다.
Ⅶ. 투자 포트폴리오 전략 – ‘3중 해치(hedge)’ 로드맵
- ① 가격전가력 Top 퀄리티 주식 : 헬스케어 서비스, 데이터센터, 전력·유틸리티.
- ② 변동성 헤지 : S&P delta 20~30% 풋/콜 스프레드, 장기 국채 TLT 비중 10%.
- ③ 실물 헤지 : 금·은 5%, 크립토(ETH ETF 승인 시점 대비) 3% 배분.
특히 이더리움은 월가 인프라로 자리 잡으며 관세발 금융 소요에서도 결제·정산 레일로 부상, 분산 포트폴리오 구성에 유용하다.
Ⅷ. 결론 – ‘관세의 시대’에 필요한 투자자의 3대 질문
① 우리 포트폴리오는 관세로 인한 마진 컷을 어느 정도 내재화했는가?
② ‘연준 조기 완화 vs 스태그플레이션 지속’ 양날의 시나리오에서 이익 중립 구간은?
③ 공급망 CAPEX 증가가 단기 이익 훼손이 아닌 기업 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업종·회사는 어디인가?
답을 찾는 과정에서 데이터·환경·규제 리스크를 통합 분석하는 능력이야말로 관세 뉴노멀 시대의 경쟁력이다. 밸류에이션 눈높이를 낮추되, 구조적 현금흐름·기술 혁신·정책 수혜라는 세 갈래 축을 교차 검증해야 한다.
― 경제칼럼니스트 이중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