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9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2.09% 오른 1.31달러를 기록하며 배럴당 64.07달러에 마감했고, 같은 인도월 RBOB 휘발유 선물도 1.87% 상승했다.
2025년 8월 15일, 나스닥닷컴과 바차트(Barchart) 보도에 따르면, 이번 반등은 하루 앞으로 다가온 트럼프–푸틴 미·러 정상회담을 앞둔 공매도 청산(쇼트 커버링) 영향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휴전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이는 국가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재차 경고했다.
정상회담이 유가에 미치는 정치적 리스크 프리미엄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내내 매파적(강경) 발언 수위를 높여 왔다. 러시아산 원유 수출이 추가로 제한될 가능성이 거론되자, 투자자들은
“글로벌 공급 타이트닝(공급 부족 심화)이 현실화될 수 있다”
며 포지션을 재조정했다. 그러나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제재가 완화될 가능성도 있어, 시장은 극도의 변동성을 감수하고 있다.
2개월 만의 저점 뒤에는 IEA·EIA의 잇단 ‘공급 과잉’ 경고
불과 하루 전 유가는 2개월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일 296만 배럴 규모 사상 최대 공급 과잉(surplus)을 예고했고, 미 에너지정보청(EIA)도 2025년 잉여 공급 전망치를 기존 110만 bpd에서 170만 bpd로 상향했다. 이러한 비관적 전망이 투자 심리를 급랭시켰다.
한편, EIA는 2026년 미국 원유 생산이 일 1,328만 배럴로 감소해 2021년 이후 첫 연간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낮은 유가로 시추 경제성이 악화되면서 쉘 기업들의 투자 축소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 장비(Oil Rig)는 3.75년 만의 최저치인 410기까지 줄었다가, 8월 둘째 주 411기로 소폭 반등했다.
OPEC+ 증산·해상 저장 감소…공급 시나리오 ‘엇갈려’
OPEC+는 9월 1일부터 하루 54만7,000배럴 추가 증산을 승인하며 팬데믹 이후 2년간 이어 온 감산 기조를 단계적으로 해제 중이다. 그러나 시장 조사기관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8월 8일 주간 기준 7일 이상 정박 중인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 물량은 전주 대비 5% 감소한 8,052만 배럴로 나타났다. 이는 물류 병목 해소와 수요 회복 기대를 반영한다.
EIA 주간 재고: 원유↑·휘발유↑·디스틸레이트↓
같은 기간 미국 상업용 원유 재고는 304만 배럴 늘어 두 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5년 평균 대비 5.1% 낮은 수준이며, 휘발유 재고는 0.25% 높았고, 난방유 등 디스틸레이트 재고는 평균보다 15.45% 적었다. 주당 생산량은 1,332만7,000bpd로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했지만, 2024년 12월 초 기록한 사상 최고치(1,363만1,000bpd)에는 못 미친다.
WTI·RBOB 용어 설명
- WTI(West Texas Intermediate): 미국 텍사스 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고품질 경질유로, 전 세계 원유 벤치마크 중 하나다.
- RBOB(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 여름철 환경 규제에 맞춰 산소 첨가제를 섞기 전 단계의 휘발유 선물 계약을 지칭한다.
- 쇼트 커버링: 가격 하락에 베팅(공매도)한 투자자가 손실을 막기 위해 보유 포지션을 되사며 상승 압력을 만드는 현상이다.
전망과 시장 변수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러시아산 원유 제재 스펙트럼이 확대·축소될 수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 유가는 트럼프·푸틴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할 전망이다. 동시에 IEA와 EIA의 공급 과잉 경고, OPEC+ 증산, 미국 내 시추 활동 감소가 엇갈린 신호를 주고 있어, 가격 방향성은 당분간 박스권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