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18일(현지시간) 뉴욕 선물시장에서 제한적인 등락을 보이며 결국 보합권에 머물렀다. 같은 날 9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CL U25)은 전장 대비 0.02달러(0.03%) 하락했고, 9월물 RBOB 휘발유 선물(RB U25) 역시 0.0003달러(0.01%) 내렸다.
2025년 8월 18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의 워싱턴 회담 결과를 주시하며 거래를 자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화 강세까지 겹쳐 원유·제품 가격에 하방 압력이 가해졌지만, 지정학적 변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 손바뀜은 제한적이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가능성
시장에선
“만약 전쟁이 조기에 종식된다면 러시아산 원유 수출 재개와 대(對)러 제재 완화가 맞물려 공급이 급증할 수 있다”
는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더라도 2차 제재 확대에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시사해 유가 하락 재료로 작용했다.
OPEC+ 증산 계획
추가로, 석유수출국기구 및 비(非)OPEC 연합체인 OPEC+가 8월 2일 회의에서 9월 1일부터 일일 54만7,000배럴(bpd)을 추가 증산하기로 결정한 점도 부담이다. OPEC+는 2026년 9월까지 220만 bpd를 단계적으로 복원할 계획이며, 그때까지도 166만 bpd가 여전히 감산 상태로 남을 전망이다. 7월 OPEC 원유 생산량은 전달 대비 2만 bpd 감소한 2,831만 bpd로 집계됐다.
해상 저장 물량 감소
반면 싱가포르계 정보업체 보텍사(Vortexa)는 7일 이상 정박 상태였던 글로벌 유조선 저장량이 8월 15일 기준 전주 대비 12% 감소한 8,249만 배럴이라고 밝혔다. 이는 공급 긴축 신호로 해석돼 유가를 지지했다.
미국 재고 및 생산 동향
미 에너지정보청(EIA) 주간 보고서(8월 8일 종료 주)에 따르면 미국 원유 재고는 304만 배럴 증가하며 2개월래 최고치로 뛰었다. 그러나 동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5.1% 낮은 수준이다. 반면 휘발유 재고는 5년 평균을 0.25% 상회했고, 디스틸레이트(경유·등유) 재고는 15.45% 밑돌았다. 미국 원유 생산은 1,332만7,000 bpd로 전년 대비 0.3% 증가했으나, 2024년 12월 첫째 주 기록한 사상 최고치(1,363만1,000 bpd)에는 미치지 못했다.
시추 장비(리그) 현황
베이커휴스(Baker Hughes)는 8월 15일 기준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 장비 수가 411기로 전주와 동일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8월 1일 기록한 3.75년 내 최저치(410기)보다 간신히 높은 수준이며, 2022년 12월 기록한 5.25년 내 최고치(627기)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다.
전문 용어 해설초심자용
WTI(West Texas Intermediate)는 미국 텍사스주 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고품질 경질 원유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대표적 원유 벤치마크다.
RBOB 휘발유(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는 미국 환경보호청(EPA)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산소 첨가물 혼합 전 상태로 거래되는 휘발유 선물을 말한다.
OPEC+는 13개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OPEC 산유국이 참여하는 협의체로,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40%를 조절한다.
EIA(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는 미국 에너지부 산하의 통계·분석 기관이며, 매주 수요일 원유·제품 재고 및 생산 데이터를 발표한다.
리그(Oil Rig)는 지층에 구멍을 뚫어 석유·가스를 추출하는 시추 설비를 의미한다. 통상 가동 리그 수 증감은 향후 생산량의 선행 지표로 해석된다.
기자 시각 & 전망
원유 시장은 공급 확대 신호와 지정학적 긴장 완화 가능성이라는 복합적인 약세 요인에도 불구하고, 실제 물동량 감소 및 재고 타이트 현상이 맞물려 단기적으로는 박스권 등락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트럼프-젤렌스키 회담이 구체적 휴전 로드맵을 제시할 경우, 러시아산 원유의 시장 복귀가 투자자 심리를 냉각시킬 수 있다. 반대로, 명확한 합의 없이 회담이 종료되거나, OPEC+ 내부에서 추가 감산 논의가 재점화될 경우 유가는 재차 상승 반전할 여지도 있다.
미국 내 생산이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음에도 가동 리그 수가 역사적 저점 근방이라는 점은 생산성 향상 및 기술적 효율화를 시사한다. 그러나 리그 수가 장기간 정체될 경우, 가격 상승기에 추가 증산이 지연돼 변동성이 확대될 위험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로 원유 구매력이 약화되는 동시에, 내달 OPEC+ 회의까지 공급 변수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며 "WTI 기준 배럴당 75~85달러 구간이 당분간 핵심 지지·저항 레인지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