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모디, 미·인도 무역협상 낙관…‘관세 갈등’ 완화 신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무역 협상에 대한 낙관적 메시지를 동시에 발신하며 최근 수개월간 이어져 온 양국 간 관세 갈등이 완화 국면에 들어설지 주목된다.

Trump and Modi attend Howdy Modi event
2019년 9월 22일 텍사스 휴스턴 NRG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Howdy, Modi!’ 행사에 함께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과 모디 총리 © Getty Images

2025년 9월 10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양국은 무역 장벽 해소를 위해 협상을 계속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성공적 결말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모디 총리는 “미·인도 파트너십의 ‘무한한 잠재력’을 열어줄 것”이라며 화답했고, 두 정상은 “몇 주 내 다시 통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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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갈등의 발단은 ‘러시아산 원유 구매’와 ‘추가관세 25% 부과’였다. 미국은 2025년 8월, 인도가 러시아로부터 원유를 대량 수입한다는 이유로 추가 관세 25%를 부과해 총 관세율을 최대 50%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워싱턴이 보유한 주요 교역 상대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 “무역 관계는 ‘일방적인 재앙(a totally one-sided disaster)’이었다. 인도는 관세를 ‘제로’로 낮추겠다고 제안했지만 너무 늦었다.”

해당 발언과 전방위 압박에도 불구하고, 인도 정부는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현지 관료들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에너지 안보는 국가적 이익”이라며 구매 지속을 공식화했다.

러시아-인도 관계 설명
일반 한국 독자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SCO(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는 중국,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등 유라시아 8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다자안보협의체다. 모디 총리는 올해 중국에서 열린 SCO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무대에 올라 ‘특별하고 특권적인’ 러시아-인도 파트너십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미국 측의 관세 인상 조치 이후 양국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9월 6일 오벌오피스 브리핑에서 “미·인도 관계는 특별하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한발 물러선 표현을 사용했다. 이번 ‘화해 제스처’는 그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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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면에서는 여전히 강경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같은 날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EU·미국 관계자 회의에서 “인도와 중국에 100% 관세를 부과해 러시아에 압박을 가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양국 정상의 긍정적 수사에도 불구하고 실질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무역 협상의 주요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인도의 농업·낙농 시장 개방 문제다. 미국은 막대한 잠재 소비시장을 겨냥해 시장 개방을 요구하지만, 인도는 “수억 명 소농(小農)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한다. 둘째, 에너지 수입 다변화다. 미국은 러시아 의존도를 낮추라며 중동 또는 미산(美産) 원유·LNG로 선회할 것을 권유해 왔다.

SCO summit
SCO 정상회의 무대에 함께 선 푸틴·시진핑·모디 © Anadolu Agency

전문가 시각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의 치에티그 바즈파이(Chietigj Bajpaee) 선임연구원은 “인도는 지경학적(geoeconomic) 무게세계 5위 경제 규모를 기반으로 강경 협상 전략을 유지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와의 전략적 연대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는 점”을 인도가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필자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레이스 초입에서 ‘강경 이미지’와 ‘실리적 합의’를 동시에 노리는 이중 전략을 택했다는 점이다. 둘째, 인도가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을 유지하며 미·중·러를 모두 활용하는 다변화 외교를 계속할지 여부다.

향후 수 주 내 진행될 전화 통화 또는 실무협상에서 △추가 관세 철회 일정 △농축산물 시장 개방 폭 △에너지 수입 원산지 다변화 방안 등이 구체화될 경우, 글로벌 원유시장과 농산물 수출입 구조에도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경제·외교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관세와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힘겨루기’는 단기적 불확실성 요인이나, 중장기적으로는 양국 모두에 ‘상호의존적 공급망 구축’이라는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