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증시 변동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단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과, 올해 지수 사상 최고치 경주를 이끈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의 고평가 논란이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은 연말을 앞두고 거친 변동성을 대비하고 있다.
2025년 11월 23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이번 주 미 증시는 주 후반 반등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금요일 종가 기준으로 S&P 500과 나스닥 종합은 각각 사상 최고치(10월 말) 대비 -4%, -7% 하락한 수준에 머물렀다.
4월 이후 AI 기대와 금리 인하 예상이 이끈 지속적인 랠리가 이어져 왔으나, 이번 주 들어 과열 심리는 경계 심리로 빠르게 전환됐다. 투자자들은 두 핵심 테마에 의문이 커지는 만큼 연휴 시즌까지 더 요동치는 장세를 경고하고 있다.
에릭 쿠비(시카고의 노스스타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는 “확실히 변동성이 높은 연휴 시즌에 접어드는 양상”이라며, “금리 인하가 없다면 그리고 공포 심리가 재점화된 현 상황에서는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운 연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동성 확대와 지속 가능성
목요일 나스닥과 S&P 500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4월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발표가 시장을 흔들었던 때 이후 가장 큰 일중 변동폭을 기록했다. 금요일에 일부 되돌림이 있었음에도, 월가의 ‘공포지수’로 알려진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심리적 기준선 20 위에 머물러 지속적인 투자자 불안을 시사했다. 참고 VIX 선물곡선도 이례적으로 평평한 형태를 보이며, 향후 수개월 간 변동성 지속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암시했다.
용어 설명
VIX는 향후 30일간 S&P 500 옵션 가격에 내재된 변동성 기대를 지수화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20을 상회하면 불확실성이 높다는 해석이 많다. VIX 선물곡선이 평탄하다는 것은 단기와 중장기 변동성 기대치의 격차가 작다는 의미로, 특정 시점에만 변동성이 집중되기보다 불안 심리가 넓게 퍼져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피로 누적에 따른 숨 고르기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S&P 500은 4월 연중 최저 이후 10월 말까지 +38% 급등해 조정이 지연됐다는 평가다. 트루이스트 어드바이저리 서비스의 최고투자책임자 키스 러너는 목요일 급락 직후 S&P 500이 10월 고점 대비 -5% 밀리며 149일 만의 첫 5% 조정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0년 이후 5% 이상 조정 간 평균 간격은 77일)
러너는 “높아진 기대치를 재조정하는 과정”이라며 “투자자 의구심과 불확실성이 더해지며 이 과정이 조금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밸류에이션도 다소 식었다. LSEG 데이터스트림에 따르면 목요일 기준 S&P 500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은 21.8배로 한 달 전 23.5배에서 낮아졌지만, 10년 평균 18.8배는 여전히 상회했다.
밸류에이션 지표 이해
P/E는 주가를 향후 1년 예상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로, 수치가 높을수록 성장 기대 혹은 과열을 반영한다. 평균 대비 높은 P/E는 낙관론의 부담을 의미할 수 있으나, 이익 성장의 가속이 뒤따를 경우 정당화되기도 한다.
소매 투자자의 매수 피로감도 감지된다. 4월 관세 쇼크 이후 저가 매수(buy-the-dip)로 반등을 거들었던 개인들은 최근 들어 공격적 매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목요일 보고서에서 “개인들이 매도세를 주도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그렇다고 저가 매수에 적극적이지도 않다”고 평가했다.
연준 금리 인하 불확실성
향후 며칠 간 시장을 짓누를 핵심 변수는 연방준비제도가 12월 9~10일 회의에서 금리 인하에 나설지 여부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사실상 기정사실로 여겨졌지만, 현재는 분분하다. 투자자들은 목요일에 지연 공개된 9월 고용보고서를 두고 해석이 엇갈렸다. 비농업부문 고용은 증가세가 가속됐지만, 실업률은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요일 뉴욕 연은의 존 윌리엄스 총재가 연준이 여전히 “단기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말하며 기대를 일부 되살렸으나, 금요일 늦은 시점 기준 다음 달 인하에 대한 시장 베팅은 동전 던지기 수준을 간신히 웃도는 정도에 머물렀다.
PNC 파이낸셜 서비스 그룹의 최고투자전략가 윤-유 마는 “연준이 다시 명확한 인하 기조로 돌아설 때까지는 시장 분위기가 바뀌지 않을 수 있다”면서 “그 시점은 머지않아 올 것이지만, 연말 이전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AI 주도주 조정
강세장을 3년 넘게 이끌어 온 기술주가 최근 하락의 중심에 섰다. 오라클과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처럼 AI 수혜주로 큰 폭 상승했던 종목들이 가파른 하락을 겪었다. AI 인프라 구축의 핵심 칩을 공급하는 엔비디아는 수요일 견조한 실적을 내놨으나, 보고서 발표 다음 날인 목요일 주가가 되레 하락하며 불안을 달래지 못했다.
F/m 인베스트먼츠의 시니어 포트폴리오 매니저 돈 네스빗은 “투자자들이 다소 예민해진 상태임을 보여준다”며 “잠시 재정비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연말 시즌얼리티와 기회
통상적으로 연말은 우호적 계절성이 강하다. LSEG에 따르면 1928년 이후 12월은 연중 세 번째로 성과가 좋은 달로, S&P 500이 평균 +1.28% 상승했다. CFRA의 최고투자전략가 샘 스토발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데이터를 추적한 바에 따르면, 통상 가장 강한 달인 11월이 하락할 경우 12월의 성과는 역사적 평균의 거의 두 배에 달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저점 매수 기회를 모색한다. 네스빗은 높은 밸류에이션 때문에 정보기술 섹터 비중을 낮춰 왔으나, “이제는 상대적으로 매력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크레셋 캐피털의 최고투자책임자 잭 애블린은 “12월에는 자본이득세 부담을 미루기 위해 수익난 종목 매도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며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도망치기보다, 기회를 찾아 더 깊이 들여다보려 한다”고 말했다.
알아두면 좋은 개념
‘저가 매수(buy-the-dip)’는 가격 급락을 일시적 과매도로 보고 하락 구간에서 매수하는 전략을 뜻한다. ‘시즌얼리티’는 특정 시기마다 반복되는 수급·심리 패턴을 말하며, 세금 요인과 기관의 리밸런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자본이득세’는 투자 자산을 매도해 얻은 이익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연말 매도 타이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종합
현재 시장은 두 축에 의해 요동친다. 하나는 연준의 단기 금리 인하 가시성, 다른 하나는 AI 관련 성장주의 밸류에이션이다. VIX 20 상회, P/E 21.8배와 같은 지표는 기대의 재조정이 진행 중임을 보여준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시나리오 분산과 현금·우량주 비중 관리 등 변동성 내성을 높이는 접근이 유효하다. 동시에 12월의 우호적 계절성과 크레딧·세금 요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릴 수 있어, 비합리적 공포와 근거 없는 낙관을 모두 경계하는 균형 감각이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