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온라인 부동산 거래 플랫폼 오픈도어(Opendoor)의 주가가 15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10%까지 급등했다. 이는 케리 휠러(Carrie Wheeler) 최고경영자(CEO)가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발표가 나온 직후의 반응이다.
2025년 8월 15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휠러 CEO는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회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며 “새로운 리더십이 지휘봉을 잡을 수 있도록 내가 예정보다 빨리 승계 계획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몇 주간 오픈도어에 대한 외부의 강한 관심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회사는 전략 집중이 절실하다”고 그는 적었다.
“지금 오픈도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승계 계획을 가속화하고 새로운 리더가 이끌도록 하는 것이다.”
오픈도어는 인공지능(AI) 및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주택을 즉시 매입(iBuying)한 뒤 단기간 내 재판매해 차익을 남기는 사업 모델을 운영한다. 코로나19 이후 수요 확대와 저금리 덕분에 급성장했으나, 최근 미국 모기지 금리 급등으로 시장 환경이 악화되며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3분기 주택 매입 목표는 1,200채로, 2분기 1,757채와 2024년 3분기 3,504채에서 크게 축소됐다. 동시에 마케팅 비용 역시 조정해 현금 보전에 나선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매 투자자 유입이 급증하면서 주가는 6월 0.51달러로 바닥을 찍은 뒤 약 6배 상승했다. 불과 두 달 전 나스닥 상장폐지 위험선에 걸려 있던 회사는 이날 기준 시가총액 약 25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번 사임 압박의 중심에는 해지 펀드 EMJ 캐피털의 창립자 에릭 잭슨(Eric Jackson)이 있었다. 그는 7월 X에서 오픈도어 지분을 매입했다고 공개하며 “향후 몇 년 안에 100배 수익(100-bagger)을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해 화제를 모았다.
‘100배거(100-bagger)’는 투자 원금 대비 주가가 100배 상승할 잠재력을 지닌 종목을 의미하는 월가 속어다.
“Let’s start THINKING BIG AGAIN.” — 에릭 잭슨, X 게시글 중
잭슨의 요구에 공동창업자이자 벤처투자자인 키스 라보이스(Keith Rabois)도 동조했다. 그는 8월 13일 “기업공개(IPO)를 이끌었던 창업자·경영진 중 그 누구도 휠러를 지지하지 않는다”며 휠러 사임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회사는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고 기술총괄(CTO) 스리샤 라드하크리슈나(Shrisha Radhakrishna)를 사장 겸 임시 대표(president and interim leader)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이사회는 신임 CEO 공개 채용 절차에 착수했다.
오픈도어는 2020년 특수목적 인수회사(SPAC)1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뉴욕 나스닥에 상장했다. 1SPAC은 운영 실체 없이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유망 기업을 인수·합병(M&A)해 우회 상장을 돕는 ‘백지수표(blank check)’ 기업을 뜻한다.
저금리와 코로나19 부양책으로 촉발된 SPAC 열풍은 2021년 이후 인플레이션과 금리 급등을 맞아 급격히 식었다. 오픈도어 주가 역시 금리 민감도가 높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직접적 영향을 받으며 2021년 초 대비 2025년 6월까지 99% 폭락하기도 했다.
같은 날 CNBC 스쿼크박스(Squawk Box) 프로그램에 출연한 주택시장 분석가 아이비 젤먼(Ivy Zelman)은 “주택 구매 여력은 1980년대 초 이후 가장 취약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임이 주주 행동주의의 승리이면서 동시에 iBuying 모델의 재검증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금리 상승기에도 수익 구조를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은 오픈도어는 새 CEO 선임 전까지 보수적 재고 관리와 비용 효율화에 집중할 전망이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단기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두되, 모기지 금리 방향성과 주택 공급 부족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중장기 기업가치 회복의 열쇠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