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핀테크 기업 핀티브, “애플페이는 우리 기술 도용” 애플 상대로 거액 손해배상 소송 제기

■ 쟁점: 애플페이 핵심 기술 도용 의혹

애플이 모바일 지갑 서비스 애플페이(Apple Pay)의 핵심 기술을 훔쳐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본사를 둔 핀티브(Fintiv)가 거대 IT 기업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조지아주 북부 연방지방법원(애틀랜타)에 제기됐고, 애플이 유일한 피고로 적시됐다.

2025년 8월 7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핀티브는 애플이 2011년과 2012년 코어파이어(CorFire)와 여러 차례 비공개 회의를 진행하며 모바일 지갑 기술을 라이선스하려 했지만, 결국 해당 기술과 영업비밀을 무단으로 흡수해 2014년 애플페이를 출시했다고 주장했다. 코어파이어는 2014년 핀티브가 인수한 모바일 결제 솔루션 업체로, 당시 조지아주 알파레타에 본사를 두고 있었다.

소장에 따르면, 애플페이의 ‘탭앤고(tap-and-go) 결제’ · NFC(근거리무선통신) 암호화 방식 · 토큰화(tokenization) 구조 등이 코어파이어가 보유했던 기술과 상당 부분 겹친다. 핀티브는 “이 기술들이 현재 수억 대의 아이폰·아이패드·애플워치·맥북에 탑재돼 어마어마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애플은 우리에게 단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소장 인용
“이는 대기업에 의한 기술 절도와 조직적 공갈(racketeering)의 전형적 사례로, 쿠퍼티노 소재 애플이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챙기는 동안 핀티브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핀티브는 애플이 코어파이어 임직원을 스카우트해 핵심 인력을 빼내고, 이들이 보유한 영업비밀을 그대로 애플 내부에 이전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뱅크오브아메리카·캐피털원·씨티그룹·JP모건체이스·웰스파고 등 주요 카드 발급사와 아메리칸익스프레스·마스터카드·비자 등 결제 네트워크가 애플페이를 통해 얻는 수수료 구조를 ‘비공식적 기업형 공갈 행위’로 규정하며, RICO법(공갈 및 부패조직 영향력 방지법) 위반 혐의도 함께 제기했다.


● RICO법이란?

RICO( Racketeer Influenced and Corrupt Organizations Act )는 1970년 제정된 미국 연방법으로, 원래는 마피아 등 조직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기업이 조직적으로 부정한 수익을 올리는 경우에도 적용 범위가 넓어졌다. 이번 사건처럼 특허·영업비밀 침해를 동반한 수수료 카르텔 의혹이 제기될 때 종종 RICO가 거론된다.


■ 소송 경과 및 관할

이번 사건의 정식 사건명은 Fintiv Inc v. Apple Inc., 미국 조지아 북부지방법원 25-04413호다. 핀티브는 연방 및 조지아주 영업비밀법RICO법 위반을 근거로 징벌적 손해배상과 함께 배상액 규모가 산정되지 않은 보상(compensatory damages)을 청구했다. 한편, 텍사스주 오스틴 연방법원에 계류 중이던 관련 특허침해 소송은 2025년 8월 4일 연방판사의 판결로 원고 동의 하에 각하(dismiss)됐으며, 핀티브는 “기존 기록에 근거해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현재까지 이번 소송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애플이 통상 지식재산권 분쟁에서 합의보다 법정 다툼을 택해 선례를 만드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고 분석한다.

■ 업계 파장 및 전문적 통찰

모바일 결제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비접촉 결제 수요 확대에 힘입어 급성장 중이다. 특히 애플페이는 ‘월렛’ 생태계 중심축으로 자리 잡으며 애플 하드웨어 판매를 넘어서 서비스 부문의 핵심 매출원으로 부상했다. 핀티브가 주장하는 기술 도용이 법원에서 일부라도 인정될 경우, 애플은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실제 손해액·부당이득·징벌적 배상뿐 아니라, RICO법 위반 시 최대 삼배(三倍) 배상까지 부담할 가능성이 있다.

일부 법률 전문가는 “연방 법원에서 RICO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범죄적 목적의 ‘기업형 체계’가 있었음을 명확히 입증해야 하므로, 핀티브가 내부 이메일·전 직원 증언 등 방대한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해도, RICO가 인정될 경우 판결 파급력은 ‘도미노 효과’를 낳아 애플페이는 물론 구글페이·삼성페이 등 동종 사업자도 수수료 구조의 투명성·기술 출처를 재점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또한, 핀티브 측 법률 대리인 마크 카소위츠(Marc Kasowitz) 변호사는 “45년 경력 중 가장 악질적인 기업 부정행위 중 하나”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인으로도 알려진 인물로, 대형 기술·특허 소송에서 공격적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투자자 관점에서 이번 소송은 애플 서비스 부문(특히 결제·핀테크)의 미래 현금흐름에 잠재적 변수를 던진다. 소송이 장기화될 경우 단기 실적에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로 수십억 달러대 배상금이 확정된다면 서비스 수익률이 둔화될 수 있다. 그럼에도 애플의 현금 보유액과 브랜드 충성도를 감안하면, 단기간 투자 심리 위축 이상의 구조적 타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한편, ‘영업비밀(Trade Secret)’은 특허와 달리 공개 의무가 없고 무기한 보호가 가능하지만, 기밀 유지경제적 가치가 인정돼야 한다. 따라서 기술 유출 여부를 따질 때는 ‘합리적 보호 조치가 있었는가’가 쟁점이 된다.

향후 재판 일정은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으나, 초기 절차만 해도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사실확인절차(discovery) 과정에서 내부 이메일·메신저 기록·소스코드 비교가 핵심 증거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결론 및 전망

핀티브-애플 분쟁은 모바일 결제 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플랫폼 수수료 공정성 문제를 동시에 드러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종 판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며, 소송 결과에 따라 애플페이 생태계 운영 방식이 재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와 투자자들은 추가적인 법적·규제 리스크에 대비해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