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발 ― 텍사스 공화당이 주 하원에서 탈출한 민주당 의원들에게 복귀를 촉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들의 불참으로 인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하는 선거구 재획정(redistricting) 법안은 또다시 표결이 무산됐다.
2025년 8월 11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주 하원 의장 대행 더스틴 버로스(Dustin Burrows)는 정족수 미달을 선언한 뒤, 홍수 피해 복구 관련 법안 표결 일정을 12일(화)로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137명의 사망자를 낸 지난달 대홍수”를 언급하며 민주당 의원들에게 돌아와 달라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으로 해석된다.
“질문은 단순하다. 당신은 이 의자에 앉아 재난 복구 법안에 표를 던질 것인가, 아니면 나타나지 않은 의원으로 기억될 것인가?”
라고 버로스 의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구 재획정(redistricting)이란?
미국에서는 10년마다 인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연방 하원 선거구를 다시 그린다. 주 의회가 지도 초안을 마련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되면 여야 간 극심한 충돌이 일어난다. 현재 텍사스 공화당은 이번 조정으로 민주당 의석 5석을 공화당으로 뒤집을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결의정족수(quorum)를 깨기 위해 캘리포니아·일리노이 등 타 주로 이동했다. 텍사스 헌법상 주 경계를 벗어난 의원을 강제 소환할 방법이 없어, 이들은 비교적 ‘안전지대’인 다른 주에 머무르며 시간을 벌고 있다.
한편 그레그 애벗(Greg Abbott) 주지사는 “실종 의원 색출”을 공언했다. 그는 이들을 제명하거나 법적으로 제재하겠다고 경고했으며, 공화당 지도부 역시 여론 압박전을 병행하고 있다.
버로스 의장은 텍사스 공공안전부(DPS) 요원이 ‘주 전역’에서 수배 의원의 자택을 24시간 감시 중이라고 밝혔다. “문 두드리기, 전화 돌리기 등 모든 수단을 동원했으나 아직 누구도 찾지 못했다”면서도 “수색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로스 의장은 또 “제보 전화(티프 라인)를 신설해 실종 의원의 소재를 알리면 적극 조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텍사스와는 대조적으로,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Gavin Newsom)은 서신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맞불을 놓았다. 그는 “텍사스가 재획정 움직임을 중단하면 캘리포니아 역시 자체 재획정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제안했다.
“당신은 민주주의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당신이 얻고자 하는 이익을 상쇄할 수 있다.”
라고 뉴섬 주지사는 경고했다. 이어 “2026년 선거 전에 지도를 조작하려는 시도는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라는 강한 표현을 남겼다.
뉴섬은 이미 “11월 주민투표를 통해 민주당 의석 5석을 추가 확보할 수 있는 지도를 제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민주당은 내년 435석 연방 하원에서 단 3석만 더 확보하면 다수당 지위를 탈환할 수 있다.
만약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요 입법 과제를 봉쇄하고, 행정부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텍사스 하원 민주당 측은 로이터통신의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다만 일부 의원은 “애벗 주지사가 의회의 승인 없이도 재난 지원 예산 여유분을 집행할 권한이 있다”고 반박한 바 있다.
정족수(quorum)란?
의회나 위원회가 공식 의사를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출석 인원을 말한다. 텍사스 하원은 전체 150석 중 100석 이상이 자리에 있어야 표결이 가능하다. 현재 민주당 의원들의 집단 이탈로 이 기준이 충족되지 않아 의사 일정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선거구 재획정이 2026년 중간선거뿐 아니라 향후 10년간 미국 정치 지형을 결정짓는 ‘지도 전쟁’이라고 지적한다. 양당이 치열한 법정 공방과 정치적 기싸움을 벌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