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Tesla Inc.)가 영국 가정 및 기업을 대상으로 전력을 판매하기 위해 전력 공급 사업자 라이선스를 신청하며 영국 에너지 시장 진입 채비에 나섰다.
2025년 8월 11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본사를 둔 테슬라는 지난달 말 영국 에너지 규제 기관 Ofgem*에 전력 공급 허가를 공식 요청했다. 해당 신청서는 Ofgem 웹사이트의 공고를 통해 공개됐으며, 법인명은 ‘Tesla Energy Ventures’로 기재됐다.
*Ofgem(Office of Gas and Electricity Markets)은 영국 정부 산하 독립 규제 기관으로, 전력·가스 시장 감시와 소비자 보호, 공정 경쟁 유지를 담당한다. 한국의 전력거래소 및 에너지 규제위원회 역할을 혼합한 기관으로 이해할 수 있다.
테슬라가 제출한 이번 라이선스 신청은 2026년부터 실제 영국 내 전력 판매가 가능하도록 하는 첫 단계다. 승인이 떨어질 경우, 테슬라는 ‘빅 식스(Big Six)’로 불리는 기존 대형 전력사들과 직접 경쟁하게 된다.
“테슬라 에너지 벤처스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배터리 저장 기술을 통해 영국 소비자에게 더욱 효율적이고 저렴한 전기를 제공하겠다.” — 신청서 서명자 앤드루 페인(Andrew Payne), 테슬라 유럽 에너지 책임자
테슬라는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EV) 제조사로 널리 알려졌지만, 태양광 발전 시스템과 배터리 에너지 저장장치(BESS)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미 2022년 미국 텍사스에서 ‘테슬라 일렉트릭(Tesla Electric)’이라는 전력 소매 서비스를 시작해, 가정용·상업용 고객이 태양광 패널과 가정용 배터리 ‘파워월(Powerwall)’을 연계해 잉여 전력을 전력망에 판매하고 수익을 얻도록 지원하고 있다.
판매 부진 속 전략 다각화
이번 영국 전력 공급 사업 확대는 유럽 자동차 판매 부진 속에서 나온 돌파구로 평가된다. 영국자동차제조협회(SMMT)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2025년 7월 테슬라의 영국 신차 등록 대수는 987대로 전년 동월(2,462대) 대비 59.9% 급감했다. 독일 연방자동차청(KBA) 자료 역시 같은 달 테슬라 판매가 1,110대로 전년 대비 55.1% 하락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과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거침없는 언행이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배터리 기술과 에너지 관리 소프트웨어에 강점을 지닌 테슬라는, 자동차 판매 둔화를 에너지 사업 확대로 상쇄하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에너지 시장 구조와 파급효과
영국 전력 소매 시장은 BPG(브리티시 가스), 오보 에너지, SSE 등 6개 대형 사업자가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2022년 에너지 가격 급등과 중소 소매업체 파산 사태 이후, 정부와 규제 당국은 신규 사업자 유입을 장려해 소비자 선택권과 가격 경쟁을 강화하려는 정책 기조를 보이고 있다.
테슬라가 보급하고 있는 가정용 배터리 ‘파워월’과 태양광 지붕 시스템 ‘솔라 루프(Solar Roof)’는 전력망 부담을 완화하고, 탄소중립 정책에도 부합한다. 이에 따라 에너지 저장·수요 관리 서비스(가상발전소·VPP)를 통합 제공하는 사업 모델이 가능해진다. 실제로 텍사스에서는 테슬라 일렉트릭이 폭염 시 잉여 전력을 대규모로 회수해 전력망 안정화에 기여하고, 소비자는 전기요금 할인과 전력 판매 수익을 동시에 얻고 있다.
업계·시장 분석
시장조사기관인 우드맥켄지(Wood Mackenzie)는 “전력 소매와 에너지 저장이 결합된 ‘프로슈머(Prosumer) 모델’이 유럽에서도 본격 확산될 것”이라며, “테슬라의 브랜드 인지도와 기술력이 영국 소비자에게 빠르게 어필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영국은 복잡한 규제가 존재하고, 규제요금(Price Cap) 제도로 인해 공급사 마진이 제한되는 만큼, 사업 초기 수익성은 다소 낮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테슬라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머스크 CEO는 에너지·자동차·AI를 모두 연결한 ‘에너지 인터넷’ 구축을 장기 목표로 제시했다”면서, “전력 공급 라이선스 취득은 그 구상의 중요한 초석”이라고 전했다.
기자 해설 및 전망
본지 취재 결과, 테슬라는 이미 영국 남동부 지역에 대규모 메가팩(MegaPack) 배터리 프로젝트 후보지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Ofgem 승인 이후 실제 배터리 자산까지 구축된다면, 테슬라는 전력 소매·저장·서비스 일체형 플랫폼을 구현하게 된다. 이는 기존 전력사에도 기술 투자 압박을 가하는 한편, 소비자에게는 전기요금 절감과 탈탄소화 혜택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
결국 전기차 판매 둔화로 흔들리는 테슬라의 성장 스토리는, 에너지 부문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에 달렸다. 영국 시장 진출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유럽 전역으로 에너지 사업 모델을 확대하는 데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