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2분기 성장률, 수출 호조에도 내수 부진으로 둔화 전망—로이터 설문

방갈로르/로이터 — 태국 경제가 2분기에 성장세 둔화를 겪은 것으로 보인다. 가계 소비 위축이 수출 호조를 상쇄했다는 분석이다.

2025년 8월 1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8월 12일부터 15일까지 21명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태국의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5%로 추정됐다. 응답자의 예상치는 1.6%에서 2.9% 사이로 분포했다.

동남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태국은 1분기에 3.1% 성장했으며, 정부는 2분기 공식 데이터를 8월 18일 발표할 예정이다.

계절조정 기준 전기 대비 성장률은 0.3%로 예상돼 1분기의 0.7%보다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설문 응답자의 시각

ANZ의 이코노미스트 크리스털 탄은 “고빈도(high-frequency) 지표상 민간투자가 회복 조짐을 보였지만, 민간소비 악화와 수입 급증이 맞물리면서 순수출이 성장에 기여한 폭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몇 분기 동안 미국의 관세 인상 영향이 본격화되면 성장세가 더욱 약해질 것이다. 관광 부문도 힘을 받지 못해 상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 크리스털 탄, ANZ

수출은 올해 상반기 동안 4월을 제외한 모든 달에서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의 관세 인상 시행 전에 기업들이 물량을 앞당겨(‘front-loading’) 선적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미국은 태국 최대 수출 시장으로 전체 수출의 18.3%, 550억 달러를 차지했다.


내수 부진과 가계부채 부담

크룽타이은행의 마켓 스트래티지스트 품 파닛피불은 “높은 가계부채외국인 관광객 증가세 둔화가 소비 심리를 짓누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국 중앙은행(BOT) 자료에 따르면 민간소비는 4월과 6월에 전월 대비 감소했으며 5월에만 소폭 반등했다.

내수 진작을 위해 BOT는 8월 14일 기준금리를 25bp(0.25%p) 인하해 1.50%로 낮췄다. 이는 최근 10개월 동안 네 번째 인하이자 3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하반기 성장세는 완만해질 전망이며 두 분기 연속 역성장(기술적 경기침체)에 빠질 위험은 낮다,” — 삭카팝 파냐누쿨, BOT 부총재

*기술적 경기침체(technical recession)두 분기 연속 실질 GDP가 전기 대비 감소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경제 규모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므로 정책 대응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하반기 전망과 주요 변수

메이뱅크 매크로리서치 책임자 에리카 테이는 “전방적 선적(front-loading) 효과가 사라지면 수출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며 2025년 하반기 성장률을 1.7%로 제시했다.

7월에 실시된 별도 로이터 설문에 따르면 2025년 3분기와 4분기 성장률은 각각 1.3%, 0.9%로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basis point(bp)는 0.01%p를 의미하는 금리·수익률 단위로, 25bp 인하는 0.25%p 인하를 뜻한다.

전문가 시각으로 볼 때, △미국 관세 정책의 추가 변화 △중국인 관광객 회복 속도가계부채 구조조정 등이 향후 태국 경제의 미지수다. 한국 투자자 역시 이 같은 매크로 환경을 참고해 태국 관련 ETF·채권·관광업체 투자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또한 태국 정부가 8월 18일 발표할 2분기 GDP 확정치는 향후 통화·재정정책 방향성, 그리고 아세안 역내 수급 전망에 중요한 선행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용어·배경 설명

High-frequency data: 월·주·일 단위로 발표되는 수출·카드결제·전력사용량 등 ‘실시간성’ 지표를 뜻한다. 경기 변화를 빠르게 포착할 수 있으나 변동성이 커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Front-loading: 조달·출하·투자 등을 앞당겨 집행하는 전략이다. 무역분쟁이나 관세 인상 전에 물량을 서둘러 선적해 비용을 최소화한다.

가계부채: 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GDP 대비 약 91%로 추정되며, 이는 신흥국 평균을 웃도는 수준이다. 높은 부채는 소비·투자를 위축시켜 성장의 구조적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결론 및 시사점

이번 로이터 설문 결과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태국 경제가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는 점을 재확인시켰다. 내수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완화를 동반하지 못한다면 소비 회복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추가 관세, 중국 경기 둔화, 원자재 가격 변동 등 대외 리스크가 겹친 상황에서 재정 정책관광 활성화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 태국 채권시장은 완화적 통화정책 지속에 따른 금리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며, 주식시장에서는 내수 소비재·은행·관광 관련 종목의 변동성 확대에 유의해야 한다.

경제 지표 발표 일정, 미·중 무역 협상 진전, 태국 중앙은행의 정책 스탠스 변화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