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중앙은행, 기준금리 0.25%p 전격 인하…1.50%로 2년 만에 최저

[방콕=로이터] 태국 중앙은행(Bank of Thailand·BOT)이 13일 통화정책위원회(Monetary Policy Committee·MP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일물 환매조건부(Repo) 금리0.25%포인트 내린 1.50%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열 달 사이에 네 번째 인하 조치로, 2023년 6월 이후 2년여 만의 최저치다.

2025년 8월 13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MPC 위원 7명 전원이 완화적 기조 유지 필요성에 뜻을 모아 만장일치로 금리 인하를 의결했다. BOT는 성명에서 “미·중 무역 긴장 속에 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확대되고 경쟁력이 약화되는 점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더욱 완화적으로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신 컨센서스도 대체로 BOT의 결정과 궤를 같이했다. 로이터가 사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 28명 가운데 23명이 0.25%포인트 인하를 예측했으며, 5명은 동결을 전망했다.

“MPC는 하반기 성장 둔화와 부정적 인플레이션에 선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의견 일치를 봤다

고 BOT는 전했다.

성장·물가 전망
BOT는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2025년과 2026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이미 제시했던 전망치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하반기에는 미국발 관세 여파와 민간 소비 위축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세 번째 분기부터 성장 모멘텀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BOT는 6월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2.3%, 수출 증가율을 4%로 예상했는데, 이는 18% 수준으로 책정한 미국 관세를 감안한 수치다.

태국 경제 성장률 그래프

시장 반응
금리 인하 직후 외환시장에서 태국 바트화(THB)는 발표 전 강세 흐름을 반납하고 0.1% 하락 전환했다. 주식시장은 보합권에 머물렀다. 타이 증권거래소(SET) 지수는 전일 대비 0.05% 상승으로 거래를 마감했으나, 금융·소비재 업종이 약세를 보이며 상승폭은 제한됐다.

경제를 짓누르는 5대 요인
BOT는 성명에서 고용·소비·관광 등 실물 부문의 둔화 요인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① 민간소비 부진과 가계부채 증가 ② 코로나19 이후 회복세가 꺾이고 있는 관광수입 ③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른 교역 불확실성 ④ 19%로 조정된 미국 관세 ⑤ 소상공인(SME) 대출 여건 악화가 대표적이다.

미국 관세 인하 관련 이미지

관세 변수
미국은 지난달 태국산 일부 수입품에 적용하던 관세율을 36%에서 19%로 낮췄지만, 제3국 경유 재수출(transshipment) 물량에 대한 추가 관세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BOT는 “관세 변동성이 지속될 경우 중소 수출업체가 타격을 받고, 이는 금융기관의 부실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차기 총재 체제
이번 회의는 쎄타풋 수티와트나루풋 현 총재가 주재하는 마지막 회의다. 후임자인 비타이 라타나콘 총재 내정자는 10월 1일 취임할 예정이며, 그 역시 “추가 인하는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혀왔다. 차기 통화정책회의는 10월 8일 열릴 예정이다.


전문가 해설: ‘베이시스 포인트’란?
주1 베이시스 포인트(basis point·bp)0.01%포인트를 뜻한다. 예를 들어 25bp 인하는 0.25%포인트 하향 조정과 동일하다. 중앙은행이 bp 단위를 사용하면 미세 조정 폭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전망과 시사점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완화 기조가 단기적으로는 부정적 인플레이션(디플레이션) 압력을 완충하고, 중기적으로는 소상공인과 가계의 이자 부담을 경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관세와 관광 지표가 반등하지 못할 경우 BOT의 실질 정책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아울러 가계부채가 이미 GDP의 90%를 넘어선 만큼, 저금리 장기화가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