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Target) 새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피델케(Michael Fiddelke)가 내년 2월 취임을 앞두고 매출 부진, 고객 충성도 약화, 투자자 불신이라는 세 가지 난제를 한꺼번에 떠안게 됐다.
타깃은 20일(현지시간) 발표한 2025 회계연도 2분기 실적에서 매출과 고객 트래픽이 전년 동기 대비 다시 감소했다고 밝혔다. 방문객 1인당 평균 구매액까지 줄어들며 ‘대형 할인점’ 특유의 판매 활력이 뚜렷하게 식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5년 8월 20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회사 시가총액은 2021년 1,290억 달러에서 이날 450억 달러 수준으로 축소됐고, 주가는 2021년 고점(266.39달러) 대비 60% 이상 하락한 98.69달러에 마감했다.
피델케는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회사가 잠재력을 충분히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며 “즉각적인 개선 조치를 통해 수익성 있는 성장 궤도로 복귀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20여 년간 타깃에서 인턴부터 최고재무책임자(CFO)·최고운영책임자(COO)까지 두루 거친 내부 전문가라는 점을 자산으로 내세웠다.
투자자 ‘외부 수혈’ 원했으나 내부 승계 결정
그러나 내부 승계 결정에 대한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미즈호증권이 6월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96%가 외부 CEO 영입을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표 당일 타깃 주가는 6% 넘게 급락해 연초 이후 누적 낙폭이 27%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가 8%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캘빈클라인·토미힐피거 모회사 PVH의 전 CEO 매니 치리코(Manny Chirico)는 CNBC ‘스쿼크박스’에서 “브라이언 코넬 현 회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잔류하는 상황에서 내부 인사가 CEO가 되는 것이 충분히 과감한 변화인지 시장은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타르제이’의 추락…매장·상품·브랜드 모두 흔들
타깃은 한때 ‘타르제이(Tarzhay)’라는 프렌치식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세련된 상품 기획력을 인정받았다.
고객이 “하나만 사려고 들어갔다가 장바구니를 꽉 채워 나온다”는 밈(Meme)이 SNS에서 유행했을 만큼 ‘충동구매 유도’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특수와 경기부양책 효과가 사라지면서 성장 동력이 급격히 식었다. 동시에 오프라인 매장 위생·상품 진열·직원 서비스 등 강점으로 꼽히던 요소가 약화됐다는 지적이 줄을 잇는다. 일부 고객은 2023년 ‘프라이드(Pride) 컬렉션’ 논란과 2025년 다양성·형평성·포용(데이 DEI) 프로그램 축소 결정에 반발하며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하드라인(hardlines)과 같이 전자제품·완구·무역카드 등을 포함하는 비(非)패션 카테고리에서는 최근 경쟁사 대비 점유율 하락이 두드러졌다. 도난 방지를 위해 상품을 잠궈둔 진열장, 셀프 계산대 대기열 증가, 직원 수 부족 등 쇼핑 경험 악화도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다른 악재도 대기 중이다. 타깃 매출 성장에 힘을 보탰던 울타 뷰티(Ulta Beauty) 숍인숍 파트너십이 2025년 8월 종료될 예정이다.
피델케의 세 가지 회복 전략
피델케는 “CEO 공식 취임일까지 기다리지 않고 즉시 실행에 들어가겠다”며 ① 상품 기획력 회복 ② 매장·온라인 고객경험 개선 ③ 기술투자 고도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4월 출시한 케이트 스페이드 협업 컬렉션이 10년 만에 가장 성공적인 디자이너 파트너십이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타르제이 감성’을 살린 한정판 라인업을 더 자주·광범위하게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8월 선보인 챔피언(Champion) 액티브웨어 역시 ‘타르제이의 정수’라고 평가했다.
6대 핵심 카테고리 매출이 1분기 대비 개선됐고, 재고 부족률(out-of-stock)이 최근 수년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개선 흐름을 더 크게, 더 자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드라인 카테고리는 전면 개편에 들어갔다. TV·노트북·완구·트레이딩 카드 등 고부가가치 품목의 ‘록업(Lock-up)’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도난 방지 기술과 직원 배치를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홈퍼니싱 부문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디즈니·마블 캐릭터가 포함된 ‘필로우포트(Pillowfort)’ 아동 침구와 프리미엄 침구 브랜드 ‘카사루나(Casaluna)’에 신규 소재·패턴을 적용해 테스트했는데 긍정적 반응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2026년에는 최대 홈 브랜드 ‘스로숄드(Threshold)’의 대규모 리뉴얼도 예고했다.
전문가 관전 포인트
① 브랜드 아이덴티티 복원 — 미즈호증권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벨린저(David Bellinger)는 “타깃이 사라진다면 실망할 소비자가 여전히 수백만 명”이라며 ‘충성 고객 기반’ 회복 가능성을 짚었다.
② 경쟁사 대비 차별화 — 월마트·아마존 등과 가격 경쟁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저렴하지만 세련된 상품’이라는 포지셔닝을 재정립할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③ 공급망·정치 리스크 대응 — 중동 지역 갈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관세 인상 등 외부 변수에도 대비해야 한다. 비용 압박을 상쇄할 재고관리 최적화와 제조 다변화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타깃의 체질 개선이 성공하면 10%대 영업이익률 회복도 불가능하지 않다”며 “2026~2027년이 ‘재도약의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 타르제이(Tarzhay)소비자 애칭 — 프랑스어 억양으로 발음해 ‘타깃이지만 고급스럽다’는 뜻을 담은 별칭.
• 하드라인(Hardlines)소매 카테고리 — 전자·완구·공구 등 굳은 재질(하드) 상품군을 뜻하며, 의류·식품 같은 소프트라인과 대비된다.
• 커브사이드 픽업(Curbside Pickup)비대면 수령 — 고객이 온라인 주문 후 매장 주차장에서 상품을 수령하는 서비스.
향후 관전 전망
피델케는 내부 출신이라는 강점과 시장이 요구하는 ‘외부 시각’ 부족이라는 약점을 동시에 안고 있다. 그는 “2025 회계연도 내 낮은 한 자릿수 매출 감소를 ‘플랫(Flat) 내지 성장’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목표 달성 여부는 ① 파트너십 공백(울타) 보완, ② 홈·하드라인 부문 리뉴얼, ③ 오프라인 고객 경험 개선 속도에 달려 있다.
향후 12~18개월 안에 매출 반등이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내부 승계가 불충분했다”는 투자자 압박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