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7위 유통기업 타깃(Target Corp.)이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지만, 월가(街)는 ‘필요 불가결한 브랜드 리부트’에 대한 회의론을 거두지 않고 있다.
2025년 8월 21일, 로이터·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타깃 이사회는 20년 이상 회사에 몸담아 온 마이클 피델케(Michael Fiddelke)를 신임 CEO로 앉혔다. 그러나 시장은 그가 ‘하드 리셋’이 요구되는 전략 변혁을 실질적으로 수행할 적임자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피델케 CEO는 전날 실적발표(어닝콜)에서 “타깃만의 머천다이징(상품 기획·진열) 권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모든 고객이 타깃 매장에서 즐거움을 느끼도록 더 자주, 더 꾸준히 만들어야 하며, 기술을 전사적으로 활용해 속도·경험·효율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타깃다움(distinctly Target)’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느냐”
는 질문에 대해, 그는 ‘상품 구성·스타일·디자인 리더십을 되찾겠다’는 원론만 제시해 애널리스트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 ‘정체성 혼란’에 대한 시장의 지적
라퍼 탱글러 인베스트먼트(Laffer Tengler Investments)의 제이미 마이어스(Jamie Meyers) 수석 애널리스트는 “타깃은 현재 정체성 위기(identity crisis)를 겪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회사 측이 대형 문구·사무용품 체인도, 초저가(달러스토어)도, 월마트나 아마존과 동일한 포지션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서 있다”면서, 외부 인사를 수혈해 근본적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타깃에 전자제품을 납품하는 한 컨설턴트도 로이터 인터뷰에서 “의사결정이 느리고 조직이 산만해 많은 공급업체가 등을 돌렸다”고 폭로했다. 그는 “과거에는 고객 니즈를 정확히 파악했지만, 지금은 이를 망각했다”고 덧붙였다.
◆ 경쟁사들과의 격차
월마트는 4억 개에 달하는 온라인 상품군과 가성비 높은 식료품으로 고소득층까지 흡수하며 주가가 최근 5년간 125% 급등했다. 반면 타깃 주가는 같은 기간 23% 하락했다. 코스트코(Costco)는 세 배 이상 올랐다.
월마트는 스트리밍 서비스 ‘파라마운트+’※를 멤버십에 포함하며 아마존 프라임(Prime)과 경쟁력을 강화했다. 타깃도 월마트와 동일 수준의 가격을 제시하지만, 영화·콘텐츠 혜택은 없다.
타깃은 과거 ‘저렴하면서도 세련된(cheap-chic)’ 이미지와 파격적인 마케팅으로 주목받았으나, 최근 케이트 스페이드(Kate Spade) 등과의 협업은 소비자들의 흥미를 유발하지 못했고, 모기업 태피스트리(Tapestry Inc.) 실적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 인사(人事)에 대한 상반된 시각
UBS의 마이클 라서(Michael Lasser) 애널리스트는 “시장 참여자 대다수는 외부 CEO 선임이야말로 리에너지(재도약)를 위한 유일한 길이라 판단했다”고 전했다. 반면 하그리브스 랜즈다운(Hargreaves Lansdown)의 수재나 스트리터(Susannah Streeter) 연구원은 “피델케는 대규모 효율화 프로젝트를 이미 성공시킨 ‘안전한 손’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피델케는 기술투자·복잡성 제거를 주도해 내부 명성을 얻었지만, 이커머스 플랫폼 확장·배송 인프라 구축과 같은 ‘외부 고객 접점’ 영역에서는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구조적 난제
타깃의 고마진 잡화(디스크리셔너리) 매출은 인플레이션, 최근의 대중(對中)관세※ 영향으로 수년간 부진했다. 수익성이 높은 제품이 팔리지 않자, 회사는 다양성(Diversity) 관련 진열·마케팅을 축소해 일부 고객층의 반감을 샀다. 조직적 도난(소매 범죄)이 잇따르면서 매장 상품 상당수를 진열장에 ‘잠가’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피델케는
“관세·소비 패턴 변화에 ‘긴급 대응(urgently adjusting)’ 중”이라며, “수작업을 자동화하고 의사결정 지연·사일로화된 목표·재고 데이터 품질 문제를 해소하겠다”
고 밝혔다.
그럼에도 글로벌데이터(GlobalData)의 닐 손더스(Neil Saunders) 전무는 “이사회는 CEO의 사고를 견제·도전해야 하는데, 타깃은 ‘자기만의 거품’ 속에 존재한다”며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 용어·배경 설명
※ ‘파라마운트+(Paramount+)’는 미국 미디어 그룹 파라마운트가 제공하는 월정액 스트리밍 서비스다. 월마트는 회원제 서비스 ‘월마트 플러스(Walmart+)’에 이를 번들로 제공해 아마존 프라임과 차별화하고 있다.
※ ‘관세(tariff)’는 특정 국가에서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2020년대 중반 들어 미국 정부가 중국산 상품에 높은 관세를 유지·확대하면서 소비재 가격 상승과 유통업체 원가 구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 기자의 시각
타깃은 스타일·디자인 차별화라는 본래의 ‘DNA’를 재발견해야 하는 과제와 동시에, 월마트·아마존이 선점한 ‘가격·편의성 게임’에 뒤늦게 뛰어들어야 하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 오프라인 체험과 온라인 즉시성을 결합하는 옴니채널 전략이 얼마나 신속히 실행되느냐가 향후 주가와 브랜드 경쟁력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특히 피델케가 강조한 ‘기술 기반 의사결정’이 적시에 이뤄지지 못한다면, 23% 하락한 주가는 추가 조정을 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