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대표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Klarna)가 인공지능(AI) 전략을 대폭 조정하며 단기간 비용 절감에서 장기적 서비스·제품 고도화로 방향을 틀었다고 밝혔다. 세바스찬 시미앳코프스키(Sebastian Siemiatkowski) 최고경영자(CEO)는 뉴욕에서 진행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AI 활용이 다소 과도했다”고 인정하며, 향후 6개월간 ‘코스 코렉션(course correction·노선 수정)’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5년 9월 1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클라르나는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기업공개(IPO) 직후 주당 52달러로 시초가를 형성하며 공모가(40달러) 대비 30% 급등했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 197억 달러(약 26조 원)를 기록하며 2018년 스포티파이(Spotify) 이후 최대 규모의 스웨덴 기업 상장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생산성 제고와 고객·가맹점 경험 향상이 최우선 목표가 됐다.” — 세바스찬 시미앳코프스키 CEO
클라르나는 ‘바이 나우, 페이 레이터(BNPL·지금 사고 나중에 결제)’ 모델로 전자상거래 결제 시장을 혁신해온 업체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AI로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운영비를 낮추려는 가운데, 클라르나는 공격적인 AI 도입으로 마케팅비 절감과 조직 슬림화를 단행해 왔다.
그러나 ‘속도 위주’ 전략의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회사는 세일즈포스(Salesforce) 소프트웨어 사용을 중단하는 대신 자체 AI 기반 데이터 툴로 전환해 약 200만 달러를 절감했으나, 시미앳코프스키 CEO는 “투자자들이 열광할 정도의 규모는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단순 비용이 아니라 성장 지표와 고객 가치에 주목한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클라르나는 2024년 인력 5,000명에서 3,800명으로 감축하며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AI 챗봇이 700명의 업무를 대체해 고객 응대 평균 시간을 11분에서 2분으로 단축하는 등 효율성은 크게 높았다. 그러나 회사 측은 “서비스 품질과 고객 만족도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며 인력 재충원을 결정, 현재 채용 포털에 20여 개 이상의 신규 공고를 게재했다.
AI 아바타·핫라인 실험…‘과잉’에서 ‘정교화’로
올해 5월 클라르나는 시미앳코프스키 CEO 음성·경험을 학습한 AI 아바타를 통해 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파격적 이벤트를 선보였다. 나아가 고객이 CEO 아바타와 직접 통화할 수 있는 핫라인까지 개설했으나, ‘사람 중심’ 서비스의 부재라는 내부·외부 지적이 잇따랐다. 회사는 “AI 실험을 멈추지 않되, 인간 상담사의 전문성과 결합해 하이브리드 모델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BNPL이란?
BNPL(Buy Now, Pay Later)은 소비자가 상품을 즉시 구매하고, 대금을 무이자 또는 소액 수수료로 단기 분할 납부하는 금융 서비스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카드 결제 대안을 제공하면서 급성장했으나, 연체 위험·규제 불확실성도 함께 지적된다. 클라르나는 미국 최대 시장에서 어펌(Affirm) 등과 경쟁 중이다.
투자자 관점: 비용보다 성장
니클라스 넥글렌(Niclas Neglen)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로이터에 “AI는 단순 ‘코스트 플레이(cost play)’에 그치지 않는다”며 “소비자·가맹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AI 기반 데이터 분석이 리스크 관리·사기 방지에서도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시미앳코프스키 CEO는 지분 약 7%를 보유하고 있으나 이번 IPO에서 개인 지분을 매각하지 않았다. 그는 “IPO는 직원과 주주에게 중요한 ‘결혼식’ 같은 순간이지만, 이후에도 삶은 계속된다
”고 비유하며 장기 성장을 약속했다.
전망 및 과제
업계 전문가는 “대대적 AI 전환 후 나타난 인력 공백, 브랜드 이미지 훼손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클라르나의 ‘속도 조절’은 불가피한 선택”이라 평가한다. 동시에 AI 챗봇과 아바타 등 혁신 기술이 비용 절감을 넘어 신규 수익 모델로 확장될지 주목된다. 글로벌 BNPL 시장 규모가 2030년 3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시장조사도 나와, 클라르나의 전략 변화가 업계 벤치마크가 될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