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르나 이어 상장 후보로 지목되는 5대 핀테크 기업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스웨덴 결제업체 클라르나(Klarna)가 2025년 9월 10일(현지시간) 화려하게 데뷔한 이후,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은 ‘다음 주자가 누구인가’로 급격히 옮겨가고 있다.

2025년 9월 15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클라르나의 17억 달러 규모 IPO는 첫날 장중 30%까지 급등한 뒤 15% 상승 마감했다. 이후 9월 12일 종가는 42.92달러로 조정됐으나, 여전히 공모가(40달러)를 7%가량 웃돌며 월가의 ‘핀테크 신뢰 회복’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번 성공은 eToro, Circle, Bullish 등 이전 상장 사례들과 맞물려 핀테크 기업에 대한 벽이 낮아졌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Gemini)도 지난 9월 12일 나스닥 상장 첫날 14% 급등하며 긍정적 분위기를 더했다.

주목

1) STRIPE – 시가총액 915억 달러 잠재력

Stripe 공동창업자 존·패트릭 콜리슨 형제

디지털 결제 강자 스트라이프(Stripe)는 설립 15년 동안 비상장 지위를 고수해 왔다. 그러나 2024년 내부 직원에게 통보한 ‘상장 또는 2차 매각’ 방침에 따라 2025년 1월 2차 주식 매각을 단행, 915억 달러 평가액을 인정받았다. 이는 2021년 최고치(950억 달러)에 근접한 수치다.

시장 전문가인 필 헌트(영국 투자은행)의 가우탐 필라이 리서치 총괄은 “클라르나가 증명한 수요를 감안하면 스트라이프도 상장 레이더에서 멀리 있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핀테크 유니콘 CEO 상당수가 클라르나 주가 흐름을 상장 타이밍의 핵심 지표로 삼고 있다.” – 가우탐 필라이, 2025년 9월 12일 CNBC 인터뷰 중


2) REVOLUT – 750억 달러로 英 은행 시총 추월

Revolut CEO 니콜라이 스토론스키

주목

영국 기반 디지털 은행 레볼루트(Revolut)는 최근 직원 대상 2차 매각에서 750억 달러라는 파격적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는 바클레이즈·네이션와이드 등 일부 영국 대형은행의 시가총액을 웃도는 규모다.

공동창업자 겸 CEO 니콜라이 스토론스키는 “런던 증시보다는 미국 상장이 합리적”이라며 런던 IPO 시장에 대한 구조적 한계를 공개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뉴욕 상장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꼽힌다.


3) MONZO – “상장은 당장 아닌 성장이 우선”

Monzo CEO TS 아닐

영국 디지털 뱅크 몬조(Monzo)는 2024년 10월 2차 매각에서 59억 달러 평가를 받았다. Sky News는 2026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투자은행을 선정했다고 보도했으나, CEO TS 아닐은 6월 SXSW London 토론에서 “현재 집중사는 IPO가 아닌 사업 확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4) STARLING BANK – 엔진(Engine) 플랫폼으로 미국 공략

Starling Bank CEO 라만 바티아

몬조의 라이벌 스타링 뱅크(Starling Bank)Jody Bhagat을 영입해 미국 사업을 총괄토록 하는 등 뉴욕 IPO 가능성을 구체화하고 있다. 마지막 투자 라운드(2022년)에서 25억 파운드(34억 달러) 평가를 받았으나, 곧 진행될 2차 매각에서 40억 파운드를 노린다는 후문이다.

“스타링의 핵심은 독자적 기술 플랫폼 ‘엔진’이며, 이를 통해 글로벌 뱅크 구축을 지원할 것이다.” – 라만 바티아, Money 20/20 런던 2024


5) PAYHAWK – 불가리아 최초 유니콘의 5년 로드맵

Payhawk 공동창업자 히리스토 보리소프

불가리아 태생의 지출관리(financial spend management) 플랫폼 페이호크(Payhawk)는 2022년 10억 달러 가치를 돌파하며 ‘불가리아 첫 유니콘’에 등극했다. 2024년 매출은 전년 대비 85% 급증한 2,340만 유로(2,740만 달러)를 기록했다.

CEO 히리스토 보리소프는 “ARR(연간 반복 매출) 4억~5억 달러를 달성해야 본격 상장 논의를 할 수 있다”며 5년 내 IPO 목표를 제시했다.


기타 후보 – 리플, N26 등

암호화폐 기업 리플(Ripple)은 전 SEC 위원장 게리 겐슬러의 규제 압박으로 미국 외 시장 상장을 타진했으나, 현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 가상자산 기조가 변수로 거론된다. 다만 CEO 브래드 갈링하우스는 2024년 1월 CNBC에 “당분간 IPO 계획이 없다”고 밝힌 상태다. 리플의 최근 평가액은 150억 달러다.

독일 디지털 은행 N26은 2021년 투자에서 90억 달러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공동창업자 발렌틴 슈탈프가 규제 문제로 CEO 자리에서 물러나며 상장 가시성이 낮아졌다는 평가다.


● 용어 해설

2차 주식 매각(Secondary Share Sale)은 기업이 상장을 미루는 대신, 기존 주주나 임직원이 보유 주식을 외부 투자자에게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기업가치를 재평가받는 효과가 있어 ‘사실상의 미니 IPO’로 불린다.

ARR(Annual Recurring Revenue)은 구독형·소프트웨어 기업의 연간 반복 매출을 뜻하며, 성장성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다.


전문가 시각 – “클라르나 효과는 단순 랠리가 아니다”

기자는 ‘클라르나 효과’가 2021년 이후 위축됐던 핀테크 투자심리 회복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본다. 팬데믹 기간 과열된 밸류에이션이 2년 넘게 조정된 끝에, 이제는 실적·수익성 기반 선별적 IPO 시대로 재편되고 있다. 스트라이프·레볼루트처럼 이미 ‘메가 유니콘’으로 자리 잡은 기업은 실적이 공모가를 정당화할 수 있을 때까지 2차 매각을 활용해 시간을 벌고 있다. 이는 투자자에게도 리스크 분산상장 후 급락 가능성 최소화라는 장점을 제공한다.

한편, 규제 리스크는 여전히 최대 변수다. 암호화폐·스테이블코인 업체들이 미국 시장을 우회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본격적인 ‘핀테크 상장 러시’가 이어지려면, 정책 측면의 불확실성 해소가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