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아름다운 법안’…새로운 재정 사이클 속 투자자들이 베팅·회피하는 섹터

미국 의회의 ‘One Big Beautiful Bill(OBBB)’이 발표되자 월가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대규모 세제 개편선별적 인센티브를 통해 경기 부양과 국가 안보 강화를 동시에 노린다는 점에서 시장 참여자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그러나 연방 재정 적자 확대 가능성과 신용등급 하향 경고가 뒤따르면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2025년 8월 13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전략가들은 이번 법안을 단순한 경기 부양책이 아닌 ‘새로운 재정 시대’의 설계도로 평가한다. 초저금리와 자산매입에 의존했던 통화정책 중심 국면이 끝나고, 재정정책이 주도하는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 투자 전문가는 “이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양적완화(QE)가 아닌 국고에서 직접 나오는 ‘재정 근육’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OBBB는 총 1조2,500억 달러 규모로 알려졌으며, 이 가운데 약 1,500억 달러가 국방 및 산업 역량 강화에 배정됐다.

사이버보안은 앞으로 국가 권력의 최전선이 될 것”

이라는 피터 앤더슨(앤더슨캐피털매니지먼트 창립자)의 발언처럼, 이번 법안은 전통적인 ‘다리와 폭탄(bridges and bombs)’뿐 아니라 ‘방화벽과 데이터’로 대표되는 디지털 인프라에도 무게를 실었다.

앤더슨의 14개 ‘하이컨빅션 포트폴리오’에는 파이어아이·팔로알토·사이버아크 등 사이버보안 상장사 네 곳과 제조업 장비 렌털업체인 유나이티드 렌털스(United Rentals)가 포함돼 있다. 그는 “방위산업으로 흘러들어가는 자금이 결국 민간 제조·물류·IT 보안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며 산업재(Industrials)첨단기술(Technology)을 동시 공략 중이라고 설명했다.


RBC 웰스매니지먼트 아시아의 토 타트와이는 이번 법안을 “차기 초거대(슈퍼) 재정 사이클의 개막”으로 규정한다. 그는 “단순한 인프라 재도색(repainting)이 아니라 AI·방위·물류·전기화(Electrification)를 축으로 한 구조적 산업정책”이라고 평가했다. RBC는 ‘파고·짓고·운송하고·전력 공급하고·방어한다’는 다섯 축을 키워드로 중공업, 인프라, 오일필드 서비스, 방산, 은행주에 비중확대(Overweight)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실버크레스트자산운용그룹의 로버트 티터 이사도 산업재와 에너지 인프라가 법안의 즉각적 수혜주라고 지목한다. 그는 “이번 조세 조항은 미국 제조업의 자본투자(capex)를 촉진하도록 설계됐다”며 연구·개발(R&D) 전액 비용 처리(full expensing) 및 공장 건물 비용 공제를 예로 들었다. 티터는 법안 통과를 예상하고 기술주·산업주·스몰캡을 이미 비중확대한 상태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CL윌러드캐피털파트너스의 코디 윌러드 대표는 “법안 하나로 경제가 변혁을 맞을 것이라는 기대는 ‘과도하게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지속적 재정지출과 인프라 개선 공약의 연장선에 불과하다”는 시각을 고수한다.

스프롯자산운용의 시장전략가 폴 웡은 “미 행정부가 대규모 적자·저금리를 바탕으로 경제를 ‘뜨겁게 달구기(run it hot)’ 전략을 택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를 ‘재정 우위(Fiscal Dominance)’라 부르며 “실질금리 마이너스, 달러 약세 구조화, 실물자산 선호”를 예견한다. 웡은 “장기국채가 가장 위험하다”면서 금·은·우라늄·구리·희토류 중심 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


‘실물자산(Real Assets)’이란?
부동산·원자재·인프라 자산처럼 물리적 실체를 가진 투자대상을 말한다.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화폐가치 하락을 일정 부분 상쇄해 줄 수 있다는 특성이 있어 헤지(hedge) 수단으로 거론된다.

반대로 OBBB 수혜가 제한될 섹터도 뚜렷하다. 앤더슨은 “태양광·풍력 등 클린테크 종목은 매력도가 낮아질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티터 역시 “법안에서 상실한 혜택이 많아 단기·중기 부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핵심 요인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청정에너지 생산세액공제(PTC)투자세액공제(ITC)가 앞당겨 폐지·축소되면서 2027년까지만 신청이 가능하다. 둘째, ‘Foreign Entity of Concern(FEOC)’ 조항이 도입돼 중국·이란·러시아 등과 연계된 프로젝트는 세제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다.

‘Foreign Entity of Concern’이란?
미국의 국가안보·외교정책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해외 기관·기업을 뜻한다. 클린에너지 설비·소재·부품 생산 과정에서 FEOC가 25% 이상 지분을 보유하거나 핵심기술을 제공할 경우, 해당 프로젝트는 지원·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RBC의 토는 병원(Hospital)·관리형 의료(Managed Care) 업종도 재정 압박과 정부 보상(Reimbursement) 축소 우려가 커졌다고 덧붙였다.


전문적 시각·전망
글로벌 경제는 저금리-유동성에서 적자-재정지출 모델로 기울어가는 중이다. 미국이 국채 발행·세제 인센티브·산업보조를 조합해 ‘정책 주도형 성장’을 추구하면서, 공공-민간-방산-기술 간 자금 파이프라인이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산업재·방위·사이버 보안·에너지 인프라 같은 ‘하드 파워’ 섹터가 연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장기국채·전통 클린테크·의료서비스는 상대적 수익률이 악화될 수 있어, 섹터 로테이션 전략이 보다 중요해졌다.

미국 의회 법안 관련 이미지

결국 OBBB는 재정지출 확대와 산업정책 전환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은 정책 수혜도·밸류에이션·수급 구조를 복합적으로 따져야 하며, 특히 사이버보안·AI·방산처럼 정책적 후방 수요가 견조한 영역을 우선순위에 둘 필요가 있다. 동시에 과도한 낙관과도한 공포를 경계하며, 연준의 통화정책 변수와 달러 지수 흐름을 면밀히 추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