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AI 수요 기대 속 4분기 매출 가이던스 상향…애플 모뎀 전환 리스크는 지속

퀄컴(Qualcomm Inc.)이 차세대 인공지능(AI) 기능을 갖춘 소비자 기기의 확산을 동력으로 삼아 올해 9월 마감 회계 4분기(2024 회계연도 기준) 매출을 월가 전망치보다 높은 103억~111억 달러로 제시했다.

2025년 7월 30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샌디에이고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모뎀 칩 공급업체 퀄컴은 글로벌 교역 환경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AI 탑재 스마트폰·가전 수요 확대가 반도체 주문을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퀄컴의 최대 전략 과제는 핵심 고객사인 애플과의 관계다. 회사는 이날 실적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약 4% 하락했는데, 이는 애플이 자체 모뎀 칩으로 전환할 경우 칩 부문 매출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경고를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올해 초 출시된 아이폰 16e는 애플이 자체 설계한 모뎀을 처음으로 탑재해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스마트폰과 모뎀 칩은 아직 관세에서 제외되고 있지만, 업계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새로운 관세 정책은 여전히 유동적이다”라고 아카시 팔키왈라 CFO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현재 미국 행정부는 휴대전화·반도체에 대해 관세 면제를 유지하고 있으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달 초 “반도체에 곧 관세를 발표하겠다”고 밝히며 불확실성을 키웠다. 업계 관계자들은 장기적 관세 리스크가 주문 패턴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하고 있으나, 팔키왈라 CFO는 “비정상적으로 앞당긴 고객 주문은 포착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2024년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했다. 애플은 잠재적 관세 영향을 회피하기 위해 출하를 서둘렀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퀄컴은 “애플을 제외한 고객사 매출이 회계연도 누계 기준 15%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퀄컴 크리스티아노 아몬 최고경영자(CEO)는 증강현실(AR) 기기 전망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메타의 레이밴 스마트 글라스를 포함해 19종의 주요 AR 디자인을 확보했으며, 이 수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가이던스 주요 지표

• 3분기(4~6월) 매출: 103.7억 달러(컨센서스 103.5억 달러 상회)
• 3분기 조정 EPS: 2.77달러(컨센서스 2.71달러 상회)
• 4분기 칩 부문 매출 가이던스(중간값): 93억 달러(Visible Alpha 집계 91.9억 달러 상회)
• 4분기 조정 EPS 전망: 약 2.85달러(컨센서스 2.83달러 상회)


전문가 해설: 모뎀 칩·AI 연산이 의미하는 바

모뎀 칩은 스마트폰이 LTE·5G 등 이동통신망에 접속하도록 해 주는 핵심 부품이다. 단순한 연결 기능을 넘어, 최근에는 칩셋 내부에 저전력 AI 연산 유닛을 포함해 음성·영상 처리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추세다. 퀄컴은 스냅드래곤 시리즈를 통해 AP(Application Processor)와 모뎀을 결합한 시스템온칩(SoC) 아키텍처를 선도해 왔다.

AI 성능이 강화된 스마트폰은 온디바이스(on-device)로 음성 비서·이미지 생성·실시간 번역 등을 구현할 수 있어 클라우드 의존도를 낮추는 장점이 있다. 회사는 이러한 트렌드가 반도체 평균판매가격(ASP)을 견인해 중·장기적으로 매출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시장 전망과 리스크 요인

애플의 모뎀 독립 시도는 퀄컴 매출 구조 다변화의 압박 요인이지만, AR 글라스·사물인터넷(IoT)·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등 신규 사업 포트폴리오가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중국 간 기술 경쟁, 반도체 공급망 재편, 관세 리스크는 여전히 변수다.

퀄컴 주가는 실적 발표 직후 시간 외에서 조정을 받았으나, 시장 전문가들은 AI 혁신 수요가 확인될 경우 하반기 주가 반등 여력도 충분하다고 진단한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관세 정책과 애플 모뎀 전환 속도, 전 세계 스마트폰 교체 수요가 핵심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