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코코아 선물 가격이 다시 한 번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22일(현지 시각) ICE 뉴욕 9월물 코코아(상품 코드 CCU25)는 전일 대비 +356달러(+4.56%) 급등한 반면, ICE 런던 9월물 코코아(CAU25) 역시 +192파운드(+3.80%) 상승 마감했다.
2025년 7월 22일, 나스닥닷컴이 인용한 Barchart의 집계에 따르면, 이번 오름세는 코트디부아르(아이보리코스트)의 수출 속도 둔화가 직접적인 촉매로 작용했다. 세계 최대 산지인 이 나라에서 10월 1일 이후 7월 20일까지 선적된 코코아 원두는 총 174만 톤으로, 전년 대비 6.1% 증가했지만 지난해 12월에 기록했던 +35% 폭증세에는 크게 못 미친다.
코트디부아르 수출이 줄면 글로벌 공급이 타이트해지고, 이에 따라 선물가격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올해는 라니냐·극심한 강수 패턴 등 기상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중장기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가격 반등을 부추겼다.
펀드 ‘숏 포지션’ 과다… 숏커버링 촉발
한편
“과도한 숏(매도) 포지션이 단기 숏커버링 랠리를 유발했다”
는 해석도 힘을 얻고 있다. ICE 유럽의 주간 보고서에 따르면 7월 15일 기준 펀드의 순매도 잔량은 6,361계약으로, 2년여 만에 최대치다. 매도 세력이 몰려 있을수록 반대 매매(숏커버)가 발생할 경우 가격이 가파르게 튀어 오를 개연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바로 직전 주에는 뉴욕 코코아 선물이 8개월래 최저치, 런던 선물이 17개월래 최저치까지 고꾸라진 바 있다. 유럽·아시아의 초콜릿 수요 위축, 일명 ‘그라인딩(grinding·분쇄)’ 통계 부진이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코코아 수요 부진 지표
유럽 코코아협회(ECA)는 2분기 유럽 지역 그라인딩 물량이 전년 대비 -7.2% 감소한 331,762톤이라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5%)보다 부진해 수요 악화가 뚜렷하다. 아시아 코코아협회(CCA) 통계도 비슷하다. 2분기 아시아 그라인딩은 전년 대비 -16.3% 급감하며 8년 만에 가장 적었다. 북미는 -2.8% 감소해 상대적으로 견조했으나, 글로벌 수요 위축 흐름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다.
스위스 초콜릿 제조사 배리칼레보(Barry Callebaut) AG도 이달 초 “코코아 가격이 지속적으로 높아 3개월 만에 두 번째로 연간 판매량 가이던스를 하향한다”고 공시했다. 3~5월 분기 판매 물량이 -9.5% 줄어들어 10년 만의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재고·생산 변수
공급 측면에서는 ICE 등록 미국 항만 재고가 6월 18일 236만 3,861포대(10개월 만의 최고치)까지 늘어나면서 단기적으로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7월 21일 기준 235만 1,269포대로 소폭 후퇴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또한 세계 2위 산지 가나가 2025/26 시즌 생산량을 65만 톤으로 추정해 전년 대비 +8.3% 증가할 것으로 봤다. 생산 반등 전망은 중장기적으로 가격 상단을 제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품질 이슈와 중간 작황(mid-crop)
그러나 품질 리스크가 부각되며 상승세를 지지하고 있다. 코트디부아르는 9월까지 진행되는 ‘미드크롭’ 수확에서 5~6%가량의 불량이 섞인 것으로 보고됐다. 주요 가공업체들은 평소(1%)보다 ‘B급 원두’ 비중이 높다며 트럭 단위로 반송하는 사례가 늘었다. 후행 지표인 Rabobank는 “우기 후반 늦장마로 꽃 눈이 충분히 자라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올해 미드크롭 예상량은 40만 톤으로, 전년(44만 톤) 대비 -9% 감소할 전망이다.
ICCO의 공급·수급 전망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올해(2023/24) 세계 코코아 공급 부족을 -49만4,000톤으로 상향했다. 60여 년 만의 최대치다. 생산이 13.1% 줄어든 4,380만 톤에 머문 반면, 재고 대비 소비(그라인딩) 비율은 27%로 46년 만의 최저다. 다만 ICCO는 내년(2024/25)에는 14만2,000톤의 흑자 전환을 예상하며, 생산이 4,840만 톤으로 +7.8% 늘어날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도 제시했다.
기초 용어 해설
‘그라인딩(grinding)’은 원두를 분쇄해 코코아매스·버터를 추출하는 1차 가공 공정을 말한다. 가공량은 초콜릿 수요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선행지표다. 또한 ‘숏 포지션’은 선물을 매도해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전략으로, 매도 잔량이 과다하면 상방 변동성이 급격해질 수 있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요컨대 단기 반등은 펀드의 숏커버링과 코트디부아르 수출 둔화가 결합된 결과다. 그러나 유럽·아시아 소비 부진과 높은 항만 재고, 가나의 증산 계획은 중·장기 상방을 누를 것으로 보인다.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코트디부아르 미드크롭 품질 악화가 실제 공급 차질로 이어지거나, 라니냐로 인한 서아프리카 강우 부족이 2025/26 메인크롭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가 핵심 변수다. 투자자는 그라인딩 실적·기상 데이터·펀더멘털 포지션 변화를 면밀하게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