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선물가, 코트디부아르 우기 예보에 하락…수요 둔화·재고 감소 속 혼조세

런던·뉴욕 ICE 선물시장에서 코코아 가격이 하락세를 보였다. 20일(현지시간) 9월물 ICE 뉴욕 코코아(CCU25)는 전장 대비 -4.21%(-337달러) 떨어진 7,656달러에 마감하며 1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고, 9월물 ICE 런던 코코아(CAU25)도 -1.42%(-80파운드) 내린 5,565파운드로 1주 보름 만의 저점을 찍었다.

2025년 8월 20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서아프리카 주요 산지인 코트디부아르에 다음 주 집중호우가 예상되면서 작황 개선 기대가 커진 것이 가격 하락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런던 시장에서는 같은 날 파운드/달러 환율(GBPUSD)이 1주 최저치로 떨어진 덕에 파운드 표시 상품인 코코아 가격 낙폭이 일부 제한됐다. 일반적으로 파운드가 약세일 때 해외 바이어의 파운드 결제 부담이 줄어 코코아 실수요는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ICE NY Cocoa Chart

“초콜릿 소비 부진도 하락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스위스 프리미엄 초콜릿 제조사 린트&슈프륭글리(Lindt & Spruengli)는 7월, 상반기 판매 감소가 예상보다 컸다며 연간 이익률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세계 최대 B2B 초콜릿 공급사 바리칼리바우트(Barry Callebaut)도 7월 두 달 만에 다시 한 번 판매량 전망을 낮추고, 3~5월 분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9.5% 줄어 10년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가뭄·재고 축소가 만든 상승 모멘텀, 비로 꺾이나

지난주 초 뉴욕·런던 양대 시장에서 코코아 가격은 2개월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8월 15일까지 30일간 코트디부아르 강수량이 46년 만에 가장 적었다는 Commodity Weather Group의 분석이 촉매였다. 그러나 이번 주 들어 비 예보가 나오자 투자심리가 급변했다.

한편, 미국 항만에 보관 중인 ICE 인증 코코아 재고는 21일 기준 2,206,573포대(60㎏/포대)로 2.5개월 저점까지 줄었다. 재고 감소는 통상 가격 지지 요인이지만, 이번에는 기상 변수라는 더 큰 재료에 눌린 모습이다.

GBPUSD Chart

생산·품질 변수: 코트디부아르·나이지리아·가나 동향

코트디부아르 정부 자료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8월 17일까지 누적 선적량은 178만t으로 전년 대비 6% 증가했으나, 연초 +35%를 기록했던 성장률이 크게 둔화됐다. 전문가들은 “마케팅 연도 후반부에 접어들수록 출하량이 자연 감소한다”면서도 “건조한 날씨 영향이 서서히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현재 수확 중인 코트디부아르 세컨드(미드) 크롭 품질이 떨어진다는 현지 가공업체의 불만도 잇따른다. 트럭 한 대 분량에서 5~6%의 불량 콩이 발견돼 통상 1% 수준이던 메인 크롭 대비 두드러진다. 라보뱅크는 “늦은 장마로 착과가 부진했기 때문”이라며 올해 미드 크롭 생산량을 전년보다 9% 적은 40만t으로 추정했다.

세계 5위 생산국 나이지리아 코코아협회는 2025/26 생산량이 34만4,000t에서 30만5,000t으로 -11%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2위 생산국 가나 코코아위원회(Ghana Cocoa Board)는 2025/26 시즌 생산량을 65만t으로 +8.3% 상향 전망했다.


수요 부진: 분쇄(Grindings) 지표로 본 글로벌 초콜릿 소비

유럽코코아협회(ECA)는 7월 17일 2분기 유럽 분쇄량이 331,762t으로 전년 대비 -7.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아시아코코아협회(CAA)도 같은 기간 -16.3% 감소해 176,644t에 그쳤으며, 이는 8년 만의 최저 분기치다. 북미 역시 -2.8% 감소한 101,865t을 기록했다. 분쇄량은 일반적으로 원두를 갈아버터·파우더로 만드는 가공 단계로, 실질 수요를 가늠하는 주요 선행지표다.

시장 컨설팅업체들은 “고가 원재료 부담이 소비자인상으로 전가되면서 초콜릿 소비가 위축됐다”고 진단한다. 실제 슈퍼마켓 체인들은 2분기 중 초콜릿 판매 공간을 과자·스낵류로 대체하거나 가격 프로모션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마진 방어에 나서고 있다.


국제 코코아기구(ICCO) 수급 전망과 시장 반응

국제코코아기구는 5월 30일 2023/24 시즌 세계 코코아 공급 부족 규모를 종전 -44만1,000t에서 -49만4,000t으로 확대 발표했다. 이는 60년 만의 최대 결손이다. 생산량은 전년 대비 -13.1% 감소한 4,380만t으로 추산됐으며, 재고/분쇄 비율도 27.0%로 46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만 ICCO는 2024/25 시즌에는 14만2,000t의 흑자 전환을 전망하고 있다. 생산이 7.8% 늘어 4,840만t에 이를 것이라는 가정이 전제되지만, 기후·병충해·정책 변수로 예측 오차가 크다는 점에서 시장은 여전히 경계심을 유지한다.


시장 전문가 관점: 단기·중기 투자 포인트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강수 예보가 현실화될 경우 추가 조정이 불가피하겠지만, 재고 부족·질적 저하가 결합된 구조적 타이트니스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뉴욕 소재 헤지펀드 매니저 A씨는 “6,500~7,000달러 구간이 지지될 경우 4분기 초를 앞두고 매수세가 재차 유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뉴욕·런던 등에서 농산물·금속·에너지 선물을 거래하는 세계 2위 선물거래소다. ‘모니터드 재고’란 거래소 기준 규격·창고에서 보관되어 인도 가능 상태임을 인증받은 재고를 말한다. ‘그라인딩’은 원두파쇄를 뜻하며 실제 초콜릿 원료 수요를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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