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코코아 선물가격이 8월 8일(현지시각) 약세로 장을 마감했다. 뉴욕 ICE September 코코아(CCU25) 종가는 전일 대비 -118달러(-1.37%) 하락한 반면, 런던 ICE September 코코아(CAU25)는 -21파운드(-0.38%) 떨어졌다.
2025년 8월 8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장 초반 5주 만의 고점을 기록했던 뉴욕 코코아 가격은 결국 하락 반전하며 약세로 마감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초콜릿 수요 부진을 가장 큰 하락 요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델타변이 이후 이어진 글로벌 소비 둔화와 높은 원재료 가격이 맞물리면서 가공업체들이 매입 물량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콜릿 업체의 경고 신호
Lindt & Spruengli AG는 7월, 상반기 판매 부진이 예상보다 심화됐다는 이유로 올해 마진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같은 달 Barry Callebaut AG도 3개월 새 두 번째로 판매량 전망을 낮추며 ‘코코아 가격이 꾸준히 고점에서 거래돼 가공 마진이 압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Barry Callebaut는 3~5월 분기 판매량이 -9.5% 급감해 10년 만에 최악의 감소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런던 시장에서는 통화 요인도 악재로 작용했다. 영국 파운드화(GBP/USD)가 2주 최고치로 상승하면서, 파운드화로 가격이 책정되는 런던 코코아 선물의 달러 환산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공급 타이트 현상이 뒷받침되고 있다. ICE가 모니터링하는 미국 항만 재고는 8월 8일 기준 227만 713가방(1가방=약 60kg)으로 1.75개월 만의 최저치로 집계됐다.
서아프리카 공급 변수
세계 최대 생산국인 코트디부아르의 수출 속도도 둔화되고 있다. 현지 정부 자료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8월 3일까지 누적 선적 물량은 176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했지만, 지난해 12월 기록했던 35% 급증세에 비하면 크게 둔화됐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는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지역의 강수량이 30년 평균을 밑도는 수준에 머물고 있고, 고온 현상까지 겹쳐 10월 시작되는 메인 크롭(main crop)의 꼬코아 꼬투리 발육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9월까지 진행되는 미드 크롭(mid-crop) 품질 저하도 도마에 올랐다. 현지 가공업체들은 트럭 1대분 콩 가운데 약 5~6%가 불량이라며
‘주요 작황 때는 불량률이 1%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비가 늦게 내려 콩이 충분히 자라지 못했다’*라보뱅크 분석
고 밝혔다. 시장 평균치는 올해 미드 크롭 생산량이 40만t으로 작년(44만t) 대비 9% 감소할 것으로 추산한다.
세계 5위 생산국 나이지리아도 공급 감소가 예상된다. 나이지리아코코아협회는 2025/25sic 시즌 생산량이 30만 5,000t으로 전년 추정치 34만 4,000t 대비 11%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6월 수출은 1만 4,597t으로 0.9% 증가해 단기 공급에는 다소 숨통을 틔웠다.
전 세계 가공(그라인딩) 감소
유럽코코아협회(ECA)는 7월 17일 2분기 유럽 그라인딩이 -7.2% 감소한 33만 1,762t이라고 발표했다. 코코아 가공량은 실제 초콜릿 수요를 가늠하는 대표 지표다. 아시아코코아협회에 따르면 같은 기간 아시아 그라인딩은 -16.3% 감소해 17만 6,644t으로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북미도 -2.8% 줄어든 10만 1,865t으로 집계됐다.
공급 확대 요인으로는 가나코코아위원회(COCOBOD)의 생산 전망 상향이 거론된다. 위원회는 7월 1일 2025/26 시즌 생산량이 65만t으로 2024/25 시즌(60만t) 대비 8.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발표에서 2023/24 시즌 세계 코코아 공급 부족 규모를 -49만 4,000t으로 상향 조정하며 60여 년 만에 최대라고 밝혔다. 같은 시즌 생산량은 전년 대비 13.1% 감소한 438만t으로 추정된다. 재고 대비 가공 비율(재고/그라인딩)은 27.0%로 46년 만에 최저치다. 다만 ICCO는 2월 28일 자료에서 2024/25 시즌이 14만 2,000t 흑자로 전환되고, 생산량도 7.8% 늘어난 484만t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원자재·선물거래를 운영하는 글로벌 거래소로, 코코아·커피·설탕 등 소프트상품 선물 가격의 기준 역할을 한다. 그라인딩(Grinding)은 코코아 원두를 분쇄해 코코아 액상·버터·분말로 만드는 과정으로, 해당 수치는 실제 초콜릿 및 가공식품 수요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전문가 시각
단기적으로 재고 감소와 서아프리카 기상 악화가 가격 하방을 방어하겠으나, 유럽·아시아 소비 부진이 장기적 상승세를 제약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주요 소비 권역의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더디고, 원화·엔화 등 아시아 통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초콜릿 산업의 원재료 구매력이 추가로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종합하면, 공급 불안 요인과 수요 둔화 요인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단기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 트레이더들은 재고 흐름과 주요 가공업체 컨퍼런스콜 발언, 그리고 서아프리카 강수 패턴을 면밀히 추적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