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모디티 마켓] 19일 ICE 선물시장에서 9월물 뉴욕 코코아(CCU25)는 전장 대비 -33달러(-0.41%) 하락하며 4주 만의 저점으로 밀렸고, 같은 달물 런던 코코아(CAU25)는 +51파운드(+0.91%) 올라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2025년 8월 19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약세는 아이보리코스트에 예보된 비가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 서아프리카 최대 산지인 아이보리코스트에 강우가 집중될 경우 건기 동안 형성된 공급 우려가 완화될 수 있다는 시각이 투자 심리를 누르고 있다. 반면 같은 날 파운드화(GBP/USD)가 1주 최저치로 밀려 파운드로 가격이 책정되는 런던 코코아에는 환율상 이점이 작용했다.
“영국 파운드 약세는 런던 시장의 표시 통화 효과 덕분에 현물 가격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보이게 만들며 매수세를 자극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수요 약세·초콜릿 업계 실적 부진
코코아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두 번째 축은 초콜릿 수요 둔화다. 스위스 프리미엄 초콜릿 업체 Lindt & Sprüngli AG는 7월, 상반기 판매 부진을 이유로 연간 마진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세계 최대 B2B 초콜릿 원료 공급사 Barry Callebaut AG도 7월 세 달 만에 두 번째로 판매량 전망을 내렸으며, 3~5월 분기 판매량이 -9.5%로 10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원재료 급등으로 인한 완제품 가격 인상 → 소비 위축 → 가동률 저하”라는 악순환이 나타난다고 분석한다. 이는 트리플 프리미엄(원두 질·가공·브랜드)에 의존하는 고급 초콜릿업체일수록 타격이 크다.
공급 측 변수: 기상·재고·생산 전망
한편 공급 측면에서는 상반된 시그널이 교차한다. 지난주 뉴욕 코코아가 2개월 고점을 시험한 결정적 배경은 ‘건기 장기화’ 우려였다. 기상조사기업 Commodity Weather Group에 따르면 8월 15일까지 30일간 아이보리코스트는 46년 만에 가장 건조한 기후를 기록했다. 건기는 10월 본격 출하되는 메인 크롭의 착과(着果)율을 낮춰 수급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재고도 빠듯하다. ICE가 모니터링하는 미국 항만 코코아 인벤토리는 8월 18일 기준 2,219,834포대로 2.5개월 만의 최저치다.
다만 최근 공개된 아이보리코스트 누적 선적량은 10월 1일 이후 1,780만 톤(MMT)으로 전년 대비 +6.0% 증가해, 12월의 +35% 급증세보다는 완화됐지만 여전히 공급 회복 기미를 보인다.
품질 이슈와 산지별 생산 전망
현재 9월까지 수확되는 아이보리코스트 미드 크롭의 품질 저하는 가격 지지 요인이다. 현지 가공업체들은 트럭 한 대당 5~6%에 달하는 불량률을 호소하며 일부 물량을 반송했다. 이는 메인 크롭(1% 불량) 대비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네덜란드계 투자은행 Rabobank는 “지연된 강우가 생육에 악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올해 미드 크롭 생산량은 40만 톤으로 전년보다 -9%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5위 생산국 나이지리아도 2025/26 시즌 생산이 전년 대비 -11% 감소한 30만5,000톤으로 예상된다. 다만 6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0.9% 증가한 1만4,597톤으로 집계돼 단기 공급엔 영향이 제한적이다.
반면 2위 산지 가나는 2025/26년 생산이 +8.3% 증가한 65만 톤으로 전망돼 공급 확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수요 지표: 분쇄(Grindings) 지표의 의미
코코아 소비의 선행지표인 분쇄량은 여전히 약세다. 7월 17일 발표된 유럽코코아협회(ECA) 자료에서 2분기 유럽 분쇄량은 -7.2% y/y 감소한 331,762톤으로 예상을 밑돌았다. 아시아코코아협회(CCA)도 같은 기간 -16.3% y/y 급감해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북미 분쇄량은 -2.8% 감소하며 상대적으로 양호했지만, 글로벌 추세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 분쇄(Grindings)란 원두 상태의 코코아를 갈아 코코아매스·버터·파우더 등으로 분리하는 공정을 의미한다. 이 수치는 실수요(초콜릿·베이커리·음료) 동향을 가늠하는 데 활용된다.
장·단기 수급 균형 전망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2023/24 시즌 세계 코코아 공급 부족을 -49만4,000톤으로 상향 조정해 60년 만의 최대치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재고 대비 분쇄 비율(stocks-to-grindings ratio)은 27.0%로 46년 최저로 떨어졌다. 다만 2024/25 시즌엔 생산이 +7.8% 늘어난 484만 톤, 공급 잉여가 14만2,000톤에 달해 4년 만의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현재와 같은 단기 타이트·중기 개선 시나리오에서는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시장 전문가 의견 및 투자 시사점
본 기사에 언급된 Rich Asplund 필자는 보도 시점 기준 해당 종목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투자 행위는 독자 스스로의 판단에 달려 있다. 다만 가격이 2개월 고점에서 4주 저점으로 급락하는 등 등락 폭이 확대되는 가운데, 선물·옵션 활용한 리스크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환율, 기상 패턴, 분쇄 지표 등 복합 변수를 실시간 추적할 필요가 있다. 특히 파운드화 약세가 런던 선물에 미치는 영향처럼 ‘표시 통화 효과’는 국내 투자자에게 상대적으로 간과되기 쉬운 요소다.
※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뉴욕·런던을 포함한 글로벌 상품·금융 파생상품 거래소를 운영하는 미국 기반 사업자다. 코코아 선물은 뉴욕과 런던 두 시장에서 각각 달러·파운드로 거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