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런던 코코아 선물가격이 이틀째 가파르게 상승했다. 현지 시각 21일(월) ICE선물거래소에서 9월물 뉴욕 코코아(CCU25)는 전일 대비 +356달러(+4.56%) 급등한 8,171달러에 마감됐으며, 같은 달물 런던 코코아(CAU25)도 +192파운드(+3.80%) 오른 5,249파운드에 거래를 마쳤다.
2025년 7월 22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코코아 가격 랠리의 직접적인 배경은 세계 최대 생산국인 코트디부아르의 수출 속도가 예상보다 둔화됐다는 소식이다. 코트디부아르 정부 자료에 따르면 10월 1일 이후 7월 20일까지 항만으로 선적된 코코아는 총 174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했으나, 지난해 12월 누적 증가율이 35%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둔화세가 확인된다.
가격 급등에는 선물시장의 공매도(short)※ 포지션이 과도하게 누적됐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ICE 유럽 거래소 자료를 보면 7월 15일 기준 펀드들의 순공매도 잔량은 6,361계약으로 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공매도가 많다는 것은 되돌림(쇼트커버링)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라는 해석이 트레이더들 사이에서 힘을 받으면서 매수세에 불을 지폈다.
수요 부진 신호와 가격 변동성
지난주 뉴욕 코코아는 8개월 만의 저점, 런던 코코아는 17개월 만의 저점으로 밀려난 바 있다. 유럽코코아연합(ECA)은 2분기 유럽 분쇄(grinding)※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7.2%(331,762t) 감소했다고 밝혀 시장 예상치(-5%)를 밑돌았다. 아시아코코아협회(CCA) 발표치도 -16.3%(176,644t)로, 8년 만의 최저치다. 북미는 -2.8%(101,865t) 감소에 그치며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Grindings는 생두(Bean)를 갈아 가공한 양으로, 초콜릿 및 코코아 파우더 수요의 선행지표로 통한다. 따라서 분쇄량 감소는 최종 소비가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가격 변동성을 키우는 주요 변수다.
실제 세계 1위 초콜릿 원료 업체 배리 칼리바우트(Barry Callebaut AG)는 이달 초 연간 판매량 가이던스를 3개월 만에 두 번째로 하향했다. 회사 측은 3~5월 분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9.5% 줄었다고 밝혔는데, 이는 10년 만의 최대 감소 폭이다.
미국 항만에 보관 중인 ICE 모니터링 재고 역시 6월 18일 236만3,861포대(bags)로 10개월 최고치를 찍은 뒤 7월 21일 기준 235만1,269포대를 유지하고 있다. 재고 증가는 통상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하지만, 이번에는 공급 리스크가 우위를 점한 모습이다.
생산 전망과 품질 이슈가 맞물린 공급 불확실성
세계 2위 생산국 가나에서도 변수가 등장했다. 가나코코아위원회(Ghana Cocoa Board)는 2025/26 생산량 전망을 65만t(전년 대비 +8.3%)으로 제시했지만, 최근 기후 불확실성과 농가 자금난이 변수로 지목된다.
한편 코트디부아르는 9월까지 이어지는 미드크롭(mid-crop) 시즌에 품질 저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현지 가공업체들은 트럭 한 대 분량 중 5~6%가 불량으로 판정돼 반송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메인크롭(main-crop) 때는 불량률이 1% 안팎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시장조사기관 라보뱅크(Rabobank)는 “우기에 비가 늦게 도착해 빈과립과 크기 불균형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한다. 올해 미드크롭 생산량은 40만t(전년 대비 -9%)으로 추정된다.
※미드크롭은 4월에 시작되는 상대적으로 작은 수확기, 메인크롭은 10월부터 시작해 연중 최대 물량을 차지한다.
국제코코아기구(ICCO)의 최신 수급 전망
ICCO는 5월 30일 보고서에서 2023/24년 세계 코코아 시장 적자 규모를 49만4,000t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60여 년 만에 최대 적자다. 같은 기간 글로벌 생산량은 4,380만t(-13.1%)으로 감소했고, 재고/분쇄비가 27.0%로 46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만 ICCO는 2024/25년에는 4년 만의 흑자(14만2,000t) 전환을 예상하며 생산량을 4,840만t(+7.8%)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장·단기 전망이 뒤섞이며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 해설 및 투자 시사점
국내 원자재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급등은 단기적 쇼트커버링 성격이 강하다”며 “수요 둔화 지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중장기 추세 반등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코트디부아르·가나 등 서아프리카의 기상 리스크와 품질 이슈, 그리고 선물시장 수급 불균형이 맞물려 ‘높은 변동성’이라는 키워드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라면 펀더멘털(기초수급)과 포지션 데이터를 모두 점검하며 접근할 필요가 있다. 특히 펀드들의 순공매도 규모와 ICE 인증재고 흐름이 가격 방향성을 가르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수출 둔화·품질 악화·공매도 청산이라는 세 가지 요인이 맞물리며 코코아 가격이 단기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소비 침체 신호가 여전한 만큼, 향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