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가격, 수요 위축 우려에 한 달 만의 최저치…런던·뉴욕 동반 하락

코코아 선물가격 급락

ICE NY Cocoa Dec 2025 차트
ICE London Cocoa Dec 2025 차트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코코아 가격이 다시 급락세를 연출했다. 2025년 9월 2일 ICE 뉴욕(12월물) 코코아 선물은 전일 대비 ‑164달러(-2.13%) 하락한 7,528달러를 기록하며 1개월 만의 최저치로 밀렸다. 같은 날 ICE 런던(12월물) 코코아 선물 역시 ‑13파운드(-0.25%) 하락해 6주 만의 저점을 새로 썼다.

2025년 9월 2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3주 동안 이어진 약세 흐름 뒤에는 고공 행진한 원두 가격과 관세 부담이 초콜릿 수요를 둔화시킬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스위스의 프리미엄 초콜릿 제조사 린트&스프륑글리(Lindt & Sprüngli)와 세계 최대 초콜릿 원료 업체 바리칼리바우트(Barry Callebaut)가 잇따라 실적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하면서 투자심리가 급속히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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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실적·환율 변동이 가격 압박

“1분기와 2분기 모두 예상보다 큰 폭의 판매 감소를 경험했다.” — 린트&스프륑글리 7월 실적발표 中

린트&스프륑글리는 7월, 상반기 초콜릿 판매가 예상을 웃돌 정도로 급감함에 따라 연간 마진 목표를 하향 조정했다. 같은 달 바리칼리바우트도 불과 3개월 새 두 번째로 연간 판매량 가이던스를 낮추며 “지속적인 원두 고가(高價)가 초콜릿 제조 원가를 밀어 올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3~5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5% 급감해 10년 만에 가장 큰 분기별 감소폭을 기록했다.

런던 시장에서는 브리티시 파운드화 약세가 낙폭을 일부 제한했다. 2일 파운드/달러 환율은 3주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는데, 스털링화 기준으로 거래되는 런던 코코아 선물 가격에 상대적인 완충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재고 타이트·생산 차질에도 수요 둔화 불안

미국 항만에 보관된 ICE 모니터링 코코아 재고는 지난주 216만 401포대(약 3.25개월 만의 최저)로 집계됐다. 일반적으로 재고 축소는 가격을 지지하지만, 시장은 ‘재고 부족’보다 ‘수요 부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달 가격이 2개월 만의 고점을 찍은 배경은 서아프리카 주요 산지의 이례적인 건조·한랭 기후였다. 기후 분석기관 커머디티 웨더 그룹에 따르면 7월 17일 기준 직전 30일 동안 코트디부아르의 강수량은 46년 만에 가장 적었다. 습도가 낮으면 검은 꼬투리 병(Black Pod Disease)이 확산되고, 10월 시작되는 주 수확(main crop) 전까지 꼬투리 탈락(pod drop) 위험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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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흐름도 둔화되고 있다. 코트디부아르 정부는 10월 1일~8월 31일(현지 회계연도 기준) 누적 수출량이 180만t으로 전년 대비 5.9% 증가했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해 12월 당시 연간 누적 증가율 35%에 비해서는 크게 둔화됐다.

중(中)간기 수확(mid-crop) 품질 저하도 문제다. 현지 가공업체들은 “트럭 한 대 분량의 원두 중 5~6%가 불량”이라고 호소한다. 주수확기 불량률(1%)의 5~6배 수준이다. 시장조사기관 라보뱅크는 “늦은 우기로 인해 꼬투리 성장이 제한됐다”며 중간기 생산량을 40만t(-9% y/y)으로 추정했다.


나이지리아·가나 생산 전망과 ICCO 통계

세계 5위 생산국 나이지리아의 코코아협회는 2025/26(10월~익년 9월) 생산량이 34만4천t에서 30만5천t(-11% y/y)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올해 6월 수출은 1만4,597t으로 0.9% 증가했다. 반면 2위 생산국 가나는 2025/26년도 생산이 65만t(+8.3% y/y)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코코아위원회(Cocobod)의 전망을 내놨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발표에서 2023/24 글로벌 코코아 공급 부족이 49만4천t으로 60년 만에 최대라고 밝혔다. 같은 보고서에서 글로벌 재고 대비 소비 비율(stock-to-grindings ratio)은 27.0%로 46년 만의 최저치였으며, 2024/25 시즌에는 14만2천t의 4년 만의 흑자 전환을 예상했다. 다만 생산 증가율(+7.8%, 4,840만t)이 수요 회복을 상회할지가 핵심 변수다.


세계 각 지역 그라인딩(분쇄) 통계—수요 약세 신호

유럽코코아협회(ECA)는 7월 17일 2분기 유럽 그라인딩 물량이 331,762t으로 전년 대비 ‑7.2% 감소했다고 밝혔다. 당초 시장 컨센서스(-5% y/y)보다 낙폭이 컸다. 아시아(코코아협회) 역시 2분기 분쇄량이 ‑16.3%(176,644t)로 8년 만의 최저, 북미는 ‑2.8%(101,865t)로 상대적으로 완만했지만, 전 세계적 소비 둔화 흐름은 동일하다.


전문가 해설: 용어와 시장 구조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원자재·금융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거래소다. 코코아 선물은 뉴욕과 런던 두 곳에서 각각 달러·파운드화로 거래된다. 그라인딩(Grinding)은 코코아 원두를 으깨 카카오버터·카카오매스로 분리하는 공정을 의미하며, 실제 초콜릿 소비를 가늠하는 선행지표로 간주된다. Stocks-to-Grindings Ratio는 재고 대비 소비 비율로, 수치가 낮을수록 공급이 빠듯함을 뜻한다.


기자 시각: 전망과 리스크 포인트

가격 반등 시나리오
건조 기후가 지속돼 주수확기 수확량에 차질이 현실화되고, 동시에 아시아·유럽의 소비가 방어적 회복 국면으로 돌아선다면 재차 8,000달러선을 향한 랠리가 가능하다.

하락 가속 시나리오
가나의 생산 확대와 ICCO가 예상한 2024/25 시즌 공급 흑자가 실제화될 경우, 투자 펀드의 레버리지 청산(롱 포지션 축소)이 본격화되면서 7,000달러 지지선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궁극적으로 시장은 생산 사이클(기후·질병)과 소비 사이클(실질 소득·관세 정책)의 힘겨루기 속에서 균형점을 찾아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