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ICE 선물시장 9월물 코코아(티커: CCU25)는 전일 대비 -274달러(-3.22%) 하락한 채 마감했으며, 런던 ICE 9월물 코코아(티커: CAU25) 역시 -165파운드(-2.92%) 떨어졌다.
2025년 8월 1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날 급락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고한 대중(對中) 관세에서 코코아가 면제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미국 상무장관으로 거론되는 하워드 루트닉(Howard Lutnick)은 이번 주 초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품목은 관세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밝혀 투자자들의 공급 우려를 완화했다.
코코아 가격은 불과 며칠 전만 해도 1개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① 코트디부아르(아이보리코스트) 산지 출하 속도가 둔화되고 ② 서아프리카 가뭄 우려가 부각되면서 단기 공급 부족 가능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코트디부아르 정부에 따르면 10월 1일 이후 7월 27일까지 선적된 원두는 175만 톤(MMT)으로 전년 대비 6.1% 증가했으나, 지난해 12월 기준 +35%였던 증가율과 비교하면 둔화 폭이 크다.
서아프리카 가뭄·고온이 가져올 리스크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는 “올 시즌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강수량이 최근 30년 평균 이하에 머물고 있으며 기온까지 높아 10월 시작되는 주수확(main crop) 착과가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초콜릿 수요 부진이 주가를 압박
수요 측면에서는 악재가 지속된다. 지난주 스위스 초콜릿 업체 린트&슈프룽글리(Lindt & Spruengli AG)는 상반기 판매 감소 폭이 예상보다 커 연간 영업이익률 가이던스를 하향한다
고 밝혔다. 세계 1위 산업용 초콜릿 제조사 바리칼리바우트(Barry Callebaut AG)도 이달 초 고가 원두 부담을 이유로 3개월 사이 두 번째로 판매량 가이던스를 낮췄다. 3~5월 분기 판매량은 전년 대비 -9.5%로 10년 만에 최대 폭 감소다.
실제로 ICE 선물가격은 7월 한 달 간 급락해 뉴욕 시장에서는 8.5개월, 런던 시장에서는 17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달 17일, 유럽코코아협회(ECA)는 2분기 유럽 분쇄(그라인딩)량이 -7.2%(전년 대비)인 331,762톤으로 시장 예상치(-5%)를 밑돌았다고 발표했다. 아시아코코아협회(CAA) 역시 2분기 아시아 분쇄량이 -16.3% 감소해 8년 만에 최저(176,644톤)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북미 분쇄량은 -2.8% 감소한 101,865톤이었다.
재고·생산 전망이 시세 하락에 기름 붓다
미국 항만의 ICE 모니터링 재고는 지난주 236만 8,141포대로 10.5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여기에 가나코코아위원회(Ghana Cocoa Board)는 7월 1일 2025/26년 작황이 전년 대비 +8.3% 늘어난 65만 톤이 될 것이라고 전망해 공급 확대 기대를 키웠다.
반면 품질 이슈는 가격 지지 요인이다. 9월까지 수확되는 코트디부아르 세컨드 크롭(미드 크롭)에 대해 현지 가공업체들은 트럭 한 대당 5~6%가 불량, 메인 크롭(1%) 대비 높다
고 호소하고 있다. 농업은행 라보뱅크(Rabobank)는 비가 늦게 내려 열매 성장이 제한됐다
며 이번 미드 크롭 생산량을 지난해 대비 -9% 감소한 40만 톤으로 추정했다.
국제코코아기구(ICCO) 수급 전망
ICCO는 5월 30일 2023/24연도 세계 코코아 공급 부족 규모를 49만 4,000톤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60여 년 만에 가장 큰 적자다. 같은 보고서에서 재고/분쇄 비율은 27.0%로 4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2024/25연도 전망은 달랐다. ICCO는 올해 2월 28일 보고서에서 4년 만에 처음으로 14만 2,000톤 흑자를 예상하며, 생산량이 +7.8% 증가한 484만 톤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용어·시장 구조 해설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뉴욕과 런던 등에서 에너지·농산물·금속 선물을 거래하는 글로벌 파생상품 거래소다. 투자자들은 이곳에서 선물(Futures)을 사고팔며 향후 실물 인도나 현금결제를 약속한다.
코코아 그라인딩(Cocoa Grinding)은 원두를 분쇄해 버터·파우더 등으로 가공하는 공정을 의미한다. 분쇄량은 실질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로, 초콜릿 수요를 가늠하는 데 활용된다.
미드 크롭(Mid-crop)은 코트디부아르·가나 등 주요 산지에서 4~9월 사이 수확되는 소규모 2차 수확을 말한다. 메인 크롭보다 알이 작고 함량이 낮아 가격이 다소 저렴하지만, 공급 안정성을 위해 중요도가 크다.
전망과 시사점
시장 전문가들은 관세 면제 가능성이 일시적으로 공급 공포를 완화했지만, 여전히 서아프리카 가뭄·품질 저하·재고 축적 등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평가한다. 특히 린트·바리칼리바우트 등 수요기업의 실적 부진이 이어진다면, 단기적으로는 수요 부진이 가격 상단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23/24연도에 드러난 심각한 적자 구조와 재고/분쇄 비율의 역사적 저점은 장기적 가격 바닥 형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트레이더들은 ① 가나·코트디부아르 강수량 데이터 ② ICE 재고 흐름 ③ ECA·CAA·NCA(북미코코아협회) 분기별 그라인딩 통계 등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 관점에서는 ICCO가 전망한 2024/25년 생산 회복 여부가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