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들, CBS ‘레이드 쇼’ 폐지 결정에 스티븐 콜베어 지지…존 스튜어트 “파라마운트, 두려움에 굴복” 맹공

로스앤젤레스(Reuters) — CBS의 ‘The Late Show with Stephen Colbert’ 폐지 결정 이후 미국 심야 코미디계가 연대에 나섰다. 경쟁 프로그램 진행자와 유명 코미디언들은 스티븐 콜베어를 공개 지지했고, 존 스튜어트는 모기업 파라마운트 글로벌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2025년 7월 22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21일(현지시간) 방송된 CBS ‘The Late Show’에서는 콜베어의 폐지 결정을 풍자하는 스케치가 전파를 탔다. 해당 장면에는 애니메이션 트럼프와 파라마운트 로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파라마운트 로고를 껴안는 모습이 등장해 화제가 됐다.

이 스케치는 최근 한 기술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 콘서트에서 최고인사책임자(CPO)를 포옹하다 카메라에 포착된 ‘밈(meme)’을 패러디한 것이다. ‘The Tonight Show’ 진행자 지미 팰런과 같은 NBC 소속 ‘Late Night’세스 마이어스는 관객석에서 맥주를 나눠 마시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HBO ‘Last Week Tonight’존 올리버스튜어트는 콜베어와 함께 Comedy Central 대표 프로그램 ‘The Daily Show’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강조하며 한자리에 앉았다.

콜베어는 오프닝 독백에서 “

캔슬 컬처(cancel culture)가 이젠 정말 도를 넘었다

”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뉴욕 맨해튼 에드 설리번 극장(Ed Sullivan Theater)이 프로그램 종영 뒤 “셀프 스토리지 창고로 바뀔 수도 있다”며 자조적인 농담을 건넸다.


폐지 결정의 배경*1 — CBS 경영진은 지난주 2026년 5월 프로그램 종료를 발표하며 “전적으로 재무적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8억 달러 규모의 합병 승인을 정부에 요청 중인 파라마운트가 정치·사회적 논란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 의회 일각에서는 시기적 배경이 “매우 수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콜베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꾸준히 비판해 온 인물이다. 그는 파라마운트의 합병 추진 과정에서 언급된 8억 달러를 “뇌물(bribe)”이라고 칭한 바 있다.

스튜어트는 같은 날 방송된 ‘The Daily Show’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만약 콜베어 프로그램이 왜 끝나는지 궁금하다면, 트럼프가 CBS 경영진에 전화를 걸었다거나 CBS의 장부에서 심야 쇼의 재무 상태를 뒤졌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지금 복수심에 불타는 최고권력자 앞에서 미국의 모든 제도가 두려움 속에 사전 순응(pre-compliance)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 발언은 파라마운트가 모기업인 만큼 자유로운 발언이 쉽지 않은 Comedy Central 플랫폼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파라마운트 침묵, 트럼프의 환호 — 파라마운트 대변인은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 답변하지 않았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8일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Truth Social’에 “콜베어가 해고돼서 정말 기쁘다”고 적었다.

콜베어는 21일 밤 방송에서 이를 소개하며 “풍자적 기지(satirical witticism)”라 표현한 뒤, 방송용으로는 수위가 높은 욕설을 덧붙여 맞받아쳤다.


용어·배경 설명*2

캔슬 컬처(cancel culture)는 공인이나 조직이 사회규범에 반하는 언행 등을 했을 때, 온라인 여론이 보이콧·퇴출을 요구하는 문화를 뜻한다. 국내에서는 ‘취소 문화’로 번역된다.

프리컴플라이언스(pre-compliance)는 정부나 거대권력의 지침·압력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순응하는 행태를 의미한다. 방송·언론계에서 자주 언급되는 개념이다.

Truth Social은 2022년 2월 도널드 트럼프가 개설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트위터 정지 이후 대안 채널 역할을 하고 있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3

심야 토크쇼는 전통적 TV 광고 모델 약화·스트리밍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CBS의 결정이 정치적 논란뿐 아니라 구조적 비용 절감 차원에서도 불가피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다만 2024년 미국 대선 이후 미디어 환경이 급변할 가능성을 고려할 때, 정치 풍자를 핵심 콘텐츠로 삼아 온 ‘The Late Show’와 콜베어의 영향력은 상실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넷플릭스·아마존 프라임·유튜브 등 OTT 플랫폼이 ‘포스트 네트워크(post-network)’ 전략을 강화하면서, 디지털 전용 심야 코미디 쇼로의 전환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파라마운트의 합병 승인 과정, 2026년 5월 종영 시점, 그리고 트럼프·바이든 재대결 가능성 등 정치 변수에 따라 ‘콜베어 이후’ 심야 코미디 지형도 요동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