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독일 코메르츠방크(Commerzbank)의 최고경영자(CEO) 베티나 오를롭(Bettina Orlopp)이 17일(현지시간) 열린 금융 콘퍼런스에서 이탈리아계 금융그룹 유니크레디트(UniCredit)의 잠재적 합병 제안을 “우호적이지 않다(unfriendly)”고 규정하며, 성사될 경우 매출 감소(revenue attrition)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2025년 9월 17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오를롭 CEO는 “사업 모델이 유사한 두 은행 간 결합은 대기업·중견기업(Corporate Client) 부문에서 중복이 크다”면서 “이 겹침(overlap)으로 인해 매출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오를롭 CEO는 특히 비용 시너지(cost synergy)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거래 구조를 경계했다. 그는 “시너지를 내려면 막대한 시간·자금·노력이 필요하며, 대규모·비우호적 거래에서는 위험이 크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말하는 ‘비용 시너지’란 합병 이후 중복 조직을 통합하거나 IT 시스템을 일원화해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리킨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인력 구조조정, 시스템 통합 실패, 고객 이탈 등 다양한 리스크가 뒤따른다.
“합병이 성사되어도 매출 감소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오를롭 CEO는 말했다.
그가 지목한 중복 부문은 유니크레디트의 독일 자회사 HVB(HypoVereinsbank)다. HVB와 코메르츠방크 모두 도이치뱅크 다음으로 독일 기업금융 시장에서 존재감이 큰데, 동일 고객층을 공략하고 있어 차별적 수익원 발굴이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니크레디트 CEO의 반론
이번 콘퍼런스에서 유니크레디트의 안드레아 오르첼(Andrea Orcel) CEO도 연단에 올랐다. 그는 “코메르츠방크가 시간이 지나면 ‘올바른 선택’임을 이해하게 되길 바란다”(see the light over time)며 합병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유니크레디트는 1년 전부터 코메르츠방크 지분을 매입하며 양사 결합을 꾸준히 모색해 왔다.
그러나 독일 금융권 전체를 뒤흔들 대형 재편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코메르츠방크 경영진의 입장은 “시기상조이자 실익이 불확실하다”는 기류가 뚜렷하다. 오를롭 CEO의 발언은 그 회의론을 재확인한 셈이다.
전문가 해설: ‘매출 감소’와 ‘비용 시너지’의 역학
은행 합병에서 흔히 내세우는 명분은 두 가지다. 첫째, 방대한 고객 기반 확대를 통한 매출 상승; 둘째, 중복 조직 축소를 통한 비용 절감이다. 그러나 동일한 시장, 유사한 고객층을 보유한 ‘동종(同種) 합병’에서는 ①중복 고객으로 인한 수익 잠식, ②브랜드·상품 중복, ③조직·문화 충돌 등으로 매출 하락 위험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
‘비용 시너지’ 역시 달성하기까지 평균 3~5년이 소요되며, 초기 통합 비용이 막대하다. 특히 IT 시스템을 통합하면서 발생하는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장애, 규제 당국 승인 지연, 노조와의 갈등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다. 오를롭 CEO가 “돈이 들어간다”고 직접 언급한 이유다.
용어 설명
ㆍ매출 감소(Revenue Attrition): 합병 과정에서 고객이나 거래 규모가 줄어들어 기존 매출이 점차 감소하는 현상.
ㆍ비용 시너지(Cost Synergy): 두 조직을 통합함으로써 인력·설비·IT 등 중복 자원을 절감해 비용을 낮추는 효과.
ㆍHVB: HypoVereinsbank의 약자로, 유니크레디트가 2005년 인수한 독일 은행. 유니크레디트의 독일 영업 허브 역할을 한다.
향후 관전 포인트
1) 규제 승인: 독일 연방금융감독청(BAFin)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승인이 필요한데, 두 기관 모두 시장 경쟁·재무 건전성·고객 보호를 면밀히 들여다본다.
2) 주주 반응: 유니크레디트는 이미 코메르츠방크 주식을 매입했지만, 대주주·소액주주 모두가 찬성해야만 합병이 순조롭게 진행된다.
3) 독일 정치권: 코메르츠방크는 과거 공적자금 투입 경험이 있어, 합병 여부가 국내 고용 및 중소기업 대출에 미치는 영향이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발언은 양사 간 협상 구도가 ‘우호적 인수(M&A)’보다는 ‘적대적 인수’로 기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몇 달 간 공시·실적 발표·당국 심사 등의 일정에 따라 합병 논의가 속도를 낼지, 혹은 교착 국면에 빠질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원문(Reuters)을 기반으로 주요 인물 발언·수치·날짜를 그대로 옮겨 객관성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