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도하발 – 케어링과 카타르 국부펀드 메이후울라가 공동 보유 중인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발렌티노(Valentino)의 지분 매각을 본격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가 단독 보도로 전하며 업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2025년 7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럭셔리 그룹 케어링(EPA:PRTP)은 부채 증가와 글로벌 명품 수요 둔화라는 이중 압박 속에서 포트폴리오 재편 계획을 진행 중이다. 이번 매각 검토 역시 해당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케어링은 2023년 17억 달러를 투입해 발렌티노 지분 30%를 인수했으며, 2028년까지 나머지 70%를 추가로 매입하기로 약정한 바 있다. 이는 구찌(Gucci)에 이은 ‘두 번째 기함 브랜드’를 구축하겠다는 장기 비전의 핵심 축이었다.
그러나 최근 금리 인상 기조와 중국·미국발 소비 둔화로 명품 시장이 급격히 식어 가면서, 케어링의 차입 구조가 부담으로 부상했다. 회사 측은 “진행 중인 내부 검토에 대해선 언급할 수 없다”고 공식 답변을 거부했으며, 메이후울라 역시 질의에 응하지 않았다.
“LVMH와 에르메스가 독주하는 시장에서 케어링은 구찌 조정기에 맞물려 유동성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 ― 유럽계 IB 애널리스트 평가
경영 공백도 매각 검토 이유로 거론된다. 발렌티노는 지난달 CEO 야코포 벤투리니가 병가에 들어갔으며, 조직 안정성이 흔들리는 과정에서 신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전 구찌 수석 디자이너)가 브랜드 리포지셔닝을 시도하고 있다.
재무 지표를 보면 위기감이 선명하다. 작년 발렌티노의 연간 매출은 13억 1,000만 유로(약 15억 2,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환율 기준 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시장 컨센서스는 ‘한 자릿수 중·후반’ 수준으로 추정한다.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란?
프랑스어로 ‘고급 맞춤복’을 뜻한다. 일반 기성복(prêt-à-porter)보다 제작 공정이 복잡하고 장시간이 소요되며, 소수 고객을 위해 한정 생산한다. 발렌티노는 로마와 파리를 기반으로 한 오트 쿠튀르 하우스 가운데에서도 1960년대 이후 전통과 혁신을 동시에 계승해 왔다.
새 CEO 루카 데 메오 효과는?
케어링은 오는 9월 15일 루카 데 메오 전 르노 CEO를 그룹 최고경영자로 선임할 예정이다. 업계는 그의 자동차 업계 출신 경영 혁신 경험이 ‘명품 포트폴리오 정리’라는 특수 과제에 어떤 방향성을 제시할지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 의견: 매각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첫째, 메이후울라가 보유 지분을 전량 인수해 단독 경영에 나서는 방안. 둘째, 외부 전략적 투자자(SI)나 사모펀드(PEF)가 ‘턴어라운드 패키지’ 형태로 인수하는 방안이다. 특히 M&A 시장 내 1차 후보로는 아시아계 PEF들이 거론된다.
다만 일부 애널리스트는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디자인 라인업이 2025년 FW 시즌에 본격 론칭되기에, 성과가 확인되기 전 대규모 딜이 성사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한다.
환율 참고
기사 작성 시점의 환율은 1달러당 0.8607유로다. 한국 원화로 환산 시 변동 가능성이 크므로, 투자 판단 시 실시간 환율 확인이 필수적이다.
향후 일정: 2024년 하반기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명품 업계 실적 시즌이 이어지며, 케어링의 포트폴리오 전략 변경은 실적 발표 때마다 주요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기자 해설: 케어링은 구찌·입생로랑·보테가 베네타 등 다수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지만, 최근 구찌의 성장세 꺾임이 그룹 전반에 무게를 드리우고 있다. 발렌티노 매각은 단기 유동성 확보 외에도 ‘선택과 집중’이라는 대전제 하에 브랜드 포지셔닝을 명확히 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케어링이 발렌티노 인수 당시 제시한 ‘하이엔드 쿠튀르 집합체’ 구상이 재검토 선상에 오른 것 자체가 시장 변화를 방증한다”고 입을 모은다.
결론적으로, 케어링과 메이후울라는 현재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나, 글로벌 금리와 소비 사이클이 고점에서 조정을 거치는 만큼 발렌티노의 향배는 2025년 럭셔리 시장의 핵심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