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링, 구찌 CEO 전격 교체…프란체스카 벨레티니, 브랜드 수장으로 발탁

프랑스 럭셔리 그룹 Kering(케링)이 주력 브랜드인 Gucci(구찌)의 최고경영자(CEO)를 전격 교체했다. 그룹은 프란체스카 벨레티니(Francesca Bellettini)를 새 CEO로 임명하며, 이탈리아 출신인 기존 CEO 스테파노 칸티노(Stefano Cantino)를 취임 9개월 만에 교체했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2025년 9월 1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인사는 루카 데 메오(Luca de Meo) 신임 케링 그룹 CEO 체제에서 단행된 첫 번째 대규모 경영진 개편이다. 케링은 성명을 통해 벨레티니가 지난해부터 그룹 내 부(副)CEO 두 명 중 한 명으로서 생로랑(Saint Laurent), 발렌시아가(Balenciaga),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등 다수 브랜드를 관장해 왔음을 재확인했다.

같은 발표에서 케링은 장 마르크 듀플레(Jean-Marc Duplaix)가 계속해 그룹 최고운영책임자(COO) 직을 맡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루카 데 메오 체제에서는 부CEO 직책 자체를 폐지함으로써 CEO와 COO로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구분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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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의 실적 부진과 인사 배경

구찌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호황기 이후 최근 몇 년간 두 자릿수 매출 하락을 겪었다.

“케링은 구찌의 문제를 신속히 해결해야 하는 긴급 과제에 직면해 있다”는 시장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그룹은 더 빠르고 탄력적인 결정 구조가 필요하다고 판단, 벨레티니를 전면에 내세웠다. 케링 측은 “역할과 책임의 명료화가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의 주요 요구사항이었다”고 설명했다.

루카 데 메오 CEO는 올해 1월 그룹 수장에 취임한 이후 “포트폴리오 재정비와 브랜드 리포지셔닝”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해 왔다. 이번 인사는 그 전략의 첫 실행 단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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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체스카 벨레티니는 누구인가?

벨레티니는 투자은행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재무 감각을 갖춘 경영자로 평가받는다. 이후 케링 산하 다수 브랜드에서 경험을 쌓으며 글로벌 럭셔리 업계에서 빠르게 두각을 나타냈다. 2023년 부CEO 임명 당시에도 업계는 그녀의 ‘전략·재무·브랜드 감각’ 삼박자를 높이 평가했다. 벨레티니는 새로운 직책에 대해 “구찌의 장기적 가치를 회복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국 독자에게 다소 낯선 직책인 Deputy CEO(부CEO)는 최고경영자를 보좌하며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2인자’ 격의 직위다. COO(Chief Operating Officer)는 전사 운영을 총괄하며 실제 현장 실행력을 책임지는 임원 직책이다. 이번 구조조정으로 부CEO 직책이 폐지되면서, CEO와 COO의 ‘투 톱(two-top)’ 체제가 더욱 강조됐다.


업계 평가 및 향후 과제

글로벌 애널리스트들은 “벨레티니의 브랜드 관리 경험과 재무적 통찰이 구찌의 실적 회복 속도를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다만 “구찌의 디자인 혁신 주기, 중국 및 북미 매크로 환경, 젊은 소비자층과의 소통전략” 등 해결해야 할 숙제도 여전히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명품 업계의 ‘젠(ZEN)’ 소비 흐름—환경·윤리·투명성(Transparency) 중시 트렌드—속에서 구찌가 어떤 지속가능경영(Sustainability) 전략을 내세울지도 관전 포인트다. 케링은 지난 해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표를 전사 KPI(핵심성과지표)에 포함시켜 왔다.

전문가들은조직개편과 디자인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될 경우 조직 피로도가 커질 수 있다”면서도 “브랜드를 선도적으로 재편할 적기”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서의 반응

케링 주가는 이번 발표 이후 시간 외(애프터마켓) 거래에서 변동성이 확대됐다. 투자자들은 ‘조직 슬림화와 리더십 강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한편, 구찌 매출 회복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을 주시하고 있다. 향후 12개월간 구찌의 신제품 라인업, 디지털 전환 속도, 오프라인 리테일 전략이 실적 회복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또한 브랜드 간 카니벌라이제이션(내부 경쟁)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벨레티니가 생로랑 등 타 브랜드 성장세를 훼손하지 않고 구찌만의 차별성을 강화할 수 있을지도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결론 및 전망

이번 CEO 교체는 “구찌 부활 프로젝트”의 신호탄이다. 벨레티니는 ‘재무 균형’과 ‘브랜드 매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6~12개월 내 매출 반등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 경우, 케링이 추가 구조조정이나 디자인 방향 전면 재검토에 나설 수 있다”고 관측한다.

궁극적으로 벨레티니 체제의 성패는 제품·가격·유통·마케팅 네 가지 축을 얼마나 빠르고 일관성 있게 재배치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루카 데 메오 신임 그룹 CEO가 제시한 ‘역할과 책임의 명료화’ 프레임워크가 실전에서 증명될 경우, 케링의 거버넌스 모델은 다른 럭셔리 하우스의 벤치마크가 될 잠재력을 지닌다.